소멸위험지역 노인 비중 44%…시설보다 ‘접근성’ 문제

고령화와 지방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방의 노인돌봄 체계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돌봄 서비스는 실제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설 수보다 '접근성', 즉 거리 문제가 지방 돌봄 공백의 핵심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성아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 2월호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소멸위험지역에서는 노인돌봄 수요가 높지만 돌봄시설 접근성이 낮아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구조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노인돌봄 수요와 시설 공급 간 '공간적 불일치'가 지방 돌봄 문제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노인 인구 비중이 일반 지역보다 크게 높다. 연구 분석 결과 일반 시군구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평균 21.5%인 반면 소멸위험지역은 평균 44% 수준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 대상자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비율 역시 일반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통계상으로는 지방의 돌봄시설이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노인 인구 대비 경로당이나 돌봄기관 수를 기준으로 보면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단순한 시설 수 통계만으로는 실제 돌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결국 시설 접근성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관을 기준으로 보면 일반 도시 지역의 경우 평균 5km 이내에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소멸위험지역 노인은 평균 10km 이상 떨어진 곳에 시설이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 도로망 기준으로 이동 거리를 분석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산간 지역이 많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경우 직선거리보다 실제 이동 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돌봄시설까지의 이동 거리가 20km에 가까운 사례도 나타났다.
이처럼 접근성이 낮아지면 방문 돌봄 서비스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요양보호사나 방문간호인력이 이동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되면서 서비스 제공 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방 노인돌봄 공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멸위험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노인돌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시설 수를 늘리는 방식보다는 실제 이동 거리와 대중교통 접근성 등을 고려한 돌봄서비스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낮고 거주지가 넓게 분산된 지역에서는 도시보다 더 많은 돌봄서비스 제공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방문 돌봄 서비스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 노인이 많고 교통 여건이 열악해 시설 중심 돌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돌봄 서비스와 방문 간호·요양 서비스를 확대해 이동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교나 마을회관, 빈집 등 지역 유휴시설을 활용한 소규모 돌봄시설 확충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노인 거주지 인근에 돌봄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앞으로 노인돌봄 정책이 단순한 시설 확충 중심에서 벗어나 접근성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