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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남아있는 힘으로 연기” 다시 무대 선 신구·박근형

입력 2026-05-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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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의 신구·67년 만의 샤일록 박근형 “지금은 사람을 표현하고 싶다”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1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신구와 박근형, 이승주, 카이, 이상윤, 최수영, 원진아 등 주요 배우들과 오경택 연출이 참석해 작품 준비 과정과 무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큰 존재감은 작품보다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있는 두 원로 배우에게 쏠렸다. 건강 우려와 긴 러닝타임, 대극장 부담에도 두 배우는 “남아있는 힘으로 계속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올해 아흔의 신구는 최근 건강 이상 소식 이후 이어진 우려에 대해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나이를 들고 보니까 몸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며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세월은 이길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분명했다. 신구는 “아직 남아있는 힘을 동력 삼아서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며 “연습하고 공연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 역을 맡았다. 특히 1959년 중앙대학교 공연 이후 약 67년 만에 다시 샤일록을 연기하게 됐다. 그는 “젊었을 때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권선징악 구조를 단순하게 표현했다”며 “지금은 그 상황 속에 놓인 ‘사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마음대로 해체하고 표현했다면 지금은 진정한 배우, 예술가로서 샤일록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며 “좀 더 완숙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연습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기존의 ‘권선징악 희극’보다는 인간의 복잡성과 이중성, 공정성에 질문을 던지는 방향으로 재해석됐다.

오경택 연출은 “샤일록은 오랫동안 복수심에 사로잡힌 악인처럼 묘사돼 왔지만, 지금 관객들은 ‘정말 샤일록이 나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난 것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재산 몰수와 종교 개종 강요 역시 폭력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과 악의 이분법보다 인간의 복잡성과 선택적 공정성에 질문을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12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무대에 함께 오르는 후배 배우들은 두 원로 배우와의 작업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네리사’ 역을 맡은 한세라는 “두 선생님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희곡을 읽을 때는 단순한 권선징악처럼 느꼈는데 연습을 하면서 인물들의 양가성과 복잡성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바사니오’ 역을 맡은 이상윤 역시 원캐스트 참여 이유를 설명하며 박근형의 영향을 언급했다. 그는 “한 팀으로 만드는 연극의 힘을 느껴보고 싶었다”며 “박근형 선생님이 혼자 샤일록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원캐스트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최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어 다시 고전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근형은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연극계에는 여전히 좋은 창작극이 부족하다”며 “정통극부터 제대로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창작 희곡이 나올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말미에도 신구는 다시 무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하고 싶고, 하는 시간이 즐겁고 가장 보람 있으니까 계속 연기를 하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세월을 인정하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는 배우들. 이날 기자간담회는 ‘베니스의 상인’ 소개 자리이면서 동시에 오랜 시간 연극 무대를 지켜온 배우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한편, 연극 ‘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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