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웰니스 컨퍼런스가 개최한 이보람 대표… “지역이 품은 자연성이 경쟁력”

제1회 글로벌 시니어 웰니스 컨퍼런스가 막바지 일정에 접어든 21일 낮, 원주 행사장에서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 등 4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고령사회의 정책·기술·생활 변화를 짚고 장수 시대의 웰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이틀간 강연·토론·체험을 오가던 바쁜 일정을 마친 직후였지만, 그는 오히려 “이번 행사는 스스로에게 큰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공간이 주는 힘’, ‘경험의 필요성’, ‘지역성의 가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반복해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이번 행사를 치른 소감을 “내년에는 훨씬 더 잘하기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여러 규모의 행사를 경험한 그였지만, “스스로 주관해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행사를 만든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담도 컸지만,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페루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가 원주까지 찾아와 준 사실이 주는 감회는 남달랐다.
“학술대회는 지식은 알게 되지만 생활에서 바로 녹여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는 강의와 체험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이론이 있으면 그다음에는 만져보고, 먹어보고, 걸어보는 것들이 따라와야 집에 돌아가서도 웰니스를 자기 일상 안에서 조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는 웰니스를 “몸과 정신, 생활 전반을 회복시키는 경험의 총합”으로 정의하며, “체험의 층위를 일부러 낮추고 단순화한 이유도 모두가 자신의 속도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주는 힘은 분명히 존재”
한국은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 그런데 그는 왜 이번 컨퍼런스의 장소를 원주로 선택했을까? 이유를 묻자 그는 “용기가 필요했다”며 웃었다. 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컨벤션 센터를 두고 원주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었다. 그가 오래 해외에서 일하다가 코로나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느낀 감정이 지금의 기획을 만들었다.
“30대 후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강원도가 너무 달라 보였어요. 공기가 이렇게 깨끗했나, 나무가 이렇게 많았나 싶었죠. 개발 제한 때문에 늘 뒤로 밀리던 곳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자연성을 보존한 거였더라고요. 어느 날 ‘이게 웰니스의 본질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뮤지엄산과 오크밸리 숲을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도 “공간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크밸리 숲은 공기와 물이 너무 좋고, 걷기 좋은 길이 잘 나 있습니다. 뮤지엄산은 인공적으로 설계된 공간이지만, 노년의 주거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 따라 각각의 방식으로 새롭게 디자인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죠. 웰니스는 결국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지난밤 행사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던 팀원들이 “별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 전해왔다며, “이 작은 경험 하나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시니어 웰니스, 그 시작은 건강”
이보람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활력 있고 건강한 나이듦’을 주장해왔다. 서드에이지의 철학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젊을 때만 빛나는 삶이 아니라, 인생의 후반부에서 더 깊은 의미를 찾는 ‘다시 빛나는 시기’의 가능성을 그는 오래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평생 현역을 모토로 잡아 일자리 연결을 먼저 시도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모두에게 맞는 일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퇴직 후에는 일 강도가 높은 일을 원치 않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결국 질문은 다시 ‘건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창업 이후 자신의 건강이 무너져간 경험을 직접 이야기했다.
“정신은 충만한데 몸은 피곤하고, 경제적인 여건은 또 부족한 상황을 겪으면서 ‘내 웰빙은 어디 있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웰니스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깊어졌습니다.”
그는 올해 여러 웰니스 스터디 모임을 찾아다니며 공부했고, “모든 흐름이 결국 액티브 시니어가 원하는 체험과 생활습관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니어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객관적으로 짚었다.
“복지 영역은 돈을 번다고 하면 비판받기 쉽고, 예산도 제한적이라 확장이 어렵습니다. 액티브 시니어 시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과 겹치기 때문에 시니어만의 독립적인 성공 모델이 나오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는 “시니어 웰니스는 앞으로 확실히 열리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웰니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웰니스 부동산 시장은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고, 시니어 고객을 위한 리조트·스파 산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은 곧 본격적으로 들어올 겁니다.”
“순환형 글로벌 행사로 키우고파”
그는 이번 컨퍼런스를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기 힘든 형태의 행사이지만,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시니어 웰니스의 장”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행사 이후의 미래도 선명하게 그리고 있었다.
“원주는 정기적으로에 돌아와 개최하고 싶고, 다른 해에는 제주·인천·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순환하며 개최하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여러 나라의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오마하형 축제나 다보스형 행사로 키우고 싶어요.”
지방 개최의 어려움에 대해 묻자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원주까지 3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항공편 시간대도 다 다르고요. 그래도 자연·공간·경험이라는 장점을 살리려면 이 지역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내년 준비 중인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도 웰니스 컨퍼런스와 투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내외 여러 곳을 조사하고 있고, 해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웰니스 체험을 중심으로 한 여행, 즉 ‘움직이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와 함께 시니어 웰니스에 관심있고 웰니스 투어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관, 지자체 기업들과 협업해 행사를 키워가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이보람 대표는 웰니스 산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살아보니 결국 사람은 건강해야 늦게라도 피어날 수 있더라고요. 저는 그걸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경험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