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영피플 이한복 대표, “5060 신세대 시니어 삶의 변화 줄 것”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겁니다.”
질문에 이한복 대표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활용에 적극적인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고령층 사이의 디지털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하자 그가 내놓은 답이었다.
“AI가 중장년층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오히려 시니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AI는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동작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작동 방법도 쉬워요. 그리고 이전 후기 고령자들과 달리 디지털에 익숙한 5060 세대가 그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무엇을 물어볼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는 세대가 될 겁니다.”
“격차가 아니라 찬스” 신세대 시니어의 잠재력
이 대표는 시니어를 한 덩어리로 보는 시선을 먼저 경계했다. “8090 세대 후기 고령층은 기초적인 디지털 교육부터 시작해야 하죠. 현재 많이 하고 있는 키오스크 활용 교육처럼 말이죠. 반면 50대에서 60대 베이비부머들은 잘만 가르치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오를 수 있어요. 과거엔 PC 환경과 소프트웨어의 복잡한 사용법이 디지털 격차를 키웠지만, 지금 AI는 말로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어요. 때문에 전 기회라고 봅니다.”
에버영피플은 시니어 대상의 ‘인공지능 및 디지털 교육’ 3기 과정을 얼마 전 마무리했다. 100명의 중장년이 교육에 참여했다. 이들의 AI 교육의 출발점은 시니어 채용에 있었다. 시니어 일자리 기업인 에버영코리아의 초창기,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실기·필기 전형을 실시했는데, 입사에 실패한 탈락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꾸려 활동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된다. 이 대표는 “나름 디지털에 숙련된 시니어 안에서도 보다 깊은 내용들을 배우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라고 말했다.
에버영코리아는 중장년 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검수·데이터 가공·모니터링 등 현장 일자리의 수주와 운영을 맡고, 에버영피플은 AI·디지털 교육과 인재 선발·양성을 담당한다. 두 조직은 교육–선발–현장 배치의 일체형 모델로 연계돼 인력이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시니어 AI 교육의 결정적 계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공모 사업이었다. 과제는 100명을 선발해 100시간 교육 후 디지털 일자리로 취업시킬 것. 그러나 곧바로 흡수할 일자리는 부족했다. “우리가 직접 채용하거나, 쓰임을 만드는 교육 설계가 필요했어요. 타 기관 커리큘럼을 훑어보고 스마트폰·엑셀·영상 편집 등 단편 기능 교육에 머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에버영피플은 배경 이해–실전 적용–커뮤니티 확산을 한 흐름으로 묶는 독자 체계를 택했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맥락을 이해시키고, 생활형 앱과 자동화 도구를 바로 쓰도록 했다. 배우는 대로 질문을 만들고 결과를 도출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NIA 연계 교육은 성과를 냈지만 예산이 줄며 작년 종료됐다. “지원사업이 사라졌어도 얻은 것은 많아요. 시니어 교육의 필요성과 교육받은 시니어들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죠. 때문에 교육 과정은 다른 형식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AI, 은퇴 이후 ‘삶의 주제’ 복원하는 도구
에버영피플의 교실은 이론적 강의보다 문제를 앞세운다. 대형 강의실에 줄지어 앉아 로그인과 버튼 몇 개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다. 이들은 문제 기반 학습(PBL)과 자기주도 과제를 결합해 5분 학습 안내 후 즉시 과제 해결로 연결한다. 예를 들면, 챗GPT를 활용해 김치찌개 레시피를 찾도록 묻고 답을 단톡방에 게시하도록 과제를 낸다. 30~50명 그룹 채팅방에서 결과를 공유하고, 학습 내용을 토론하며 스스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물론 누구나 잘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을수록 마음의 부담이 커진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대표는 이른바 ‘마음 관리’를 강조했다.
“초반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저항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1~2주 고비를 같이 건너도록 계속 다독이고 끌고 갑니다. 복사·붙여넣기, 저장 경로 찾기, PC 카카오톡 설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기 같은 기초 과제에서 손이 멈출 때면, 운영진이 곁에 서서 불편함을 하나씩 덜어줍니다. 핵심은 겁을 줄이는 것이에요. 디지털 구조를 감으로 파악하게 돕는 과정인데, 그 구간만 넘기면 속도가 붙습니다.”
첫 주가 지나면 수강생들은 파일 흐름과 앱의 역할을 이해하고, 카카오톡·밴드 같은 도구를 스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SNS 활용도 자녀에게 묻고 또 묻으며 하나하나씩 습득해 나갔다. 이 대표는 “기술보다 태도가 먼저입니다. 마음이 풀리는 순간, 학습은 스스로 굴러갑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육을 마친 수강생의 첫 소감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너무 행복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자녀와 AI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가 좀 아시네”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넓어졌다. 누군가는 블로그를 열고, 누군가는 재취업에 활용했다.
“AI는 은퇴 이후 ‘삶의 주제’를 복원하는 도구가 됩니다. 일상의 문제 해결력도 높아져요.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70대 수강생의 질문에 GPT가 ‘팬벨트 고장’을 지목해 정비소에서 곧장 해결한 사례도 있고, 또 몸 상태를 설명해 가능한 병명을 추정하고 의사를 찾아간 70대 여성도 있었어요. 결국 핵심은 자기주도입니다. 시간을 정해 모여 듣는 강의가 아니라, 자기 삶의 문제를 AI로 풀고 결과를 동료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는 것이죠.”

숙련의 재활용과 아웃소싱의 재구성
AI는 시니어의 경력을 학습할 수 있다. 숙련된 경험을 ‘데이터’로 바꿔 조직의 기억을 연장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시니어가 AI를 통해 노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예전엔 고수가 떠나면 노하우가 사라졌지만, 이제는 GPT에 학습시켜 누적할 수 있죠. 은퇴한 전문가들이 법인·커뮤니티를 꾸려 GPT 기반 결과물을 온라인 제공하는 새로운 아웃소싱 모델이 확산되리라 예상해요. AI 문해력은 운전면허와 같아요. 운전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사회적 이동성이 갈리듯, AI에 대한 이해도는 시니어의 삶의 기회를 갈라놓을 겁니다. 공공이 AI 기초 교육의 문을 열고, 민간이 현장 혁신으로 이어붙이는 구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