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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성공 비결 분명”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

기사입력 2025-04-10 08:24

의료와 접근성 뒷받침 되어야… “입주자의 노년이 아름답길 원해”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한 노인이 앉아 허공을 응시한다. 미국 변두리의 허름한 레스토랑, 바의 한구석. 앞에 놓인 콜라와 작은 빵 한 조각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반대편에는 노인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양인 청년이 있었다. 아침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노인이 다시 저녁까지 해결하러 온 모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종업원의 설명은 달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떠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충격이었죠. 그래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으니까. 그런 부자 나라의 노인이 갈 곳 없어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킨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의 노인 복지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대장항문외과 연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를 목격하고, 나이 들면 노인 복지에 도전해보겠노라 다짐했다. 의사로 활동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의료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 다짐은 그가 세운 서울송도병원이 안정을 찾으며 점점 확신이 되어 갔다.


국내 실버타운의 ‘시작점’

그렇게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시작됐다. 1998년 국내 최초의 도심형 실버타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서울타워’가 탄생했다. 이후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지점은 계속 늘어 총 6개의 타워가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었다. 노인을 많이 접하는 가정의학과나 내과 전문의가 시니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장항문외과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 질문에 이종균 대표가 내놓은 대답은 ‘가족’이었다.

“어머니 연세가 많아지면서 모시는 것이 고민됐어요. 처음엔 사시던 시골집에 가정부를 고용해서 모시도록 했는데, ‘내려온다는 소리 말고 와봐라’라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계셨죠. 그래서 불시에 왔더니 방문을 잠가놓고 놀러 나갔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제가 모실 방법을 고민하다 서울시니어스타워를 생각하게 됐어요.”

고민의 시작은 1997년. 나라 전체가 외환위기로 허덕이고 있을 때다. 노인 복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시기. 당연히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노인 복지시설을 만든다고 혜택을 기대할 수 없었죠. 서울송도병원에서 적자를 보전한다고 해도 세제 혜택이 없었어요. 국세청에 하소연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서울시니어스타워가 병원을 소유하는 구조가 되어야 했죠. 그 과정에서 거액의 양도소득세도 물어야 했습니다. 소유주가 같은데도 말이죠.”

사업가로서 호된 신고식을 겪어야 했지만, 노인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돌봄 인력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고령화는 계속되고 있었고, 인력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실제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돌봄 인력 문제는 노인 복지 분야의 핵심 해결 과제 중 하나다.

“2005년쯤 몽골에 간 적이 있어요. 처음엔 돌봄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로 베트남을 생각했는데, 현지 친구들이 똑똑하고 친절하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연약해 보이더라고요. 베트남에서 5년 동안 5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인력 양성을 했지만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몽골로 눈을 돌렸죠. 그러고 나서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관계자들과 함께 몽골로 향했어요. 몽골의 2개 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을 강남대와 제 병원에서 학업과 연수를 시킨 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면 서울시니어스타워에 취업시킬 생각이었죠. 그런데 또 제도의 벽에 부닥쳤습니다. 결국 실현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국내의 현실을 생각하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의 배경에는 초고령화로 사회 전체가 노인 돌봄에 매몰되고, 그로 인해 활력을 잃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노인 한 명을 돌보기 위해서는 최소 2~3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그 인력의 활동은 국가 생산성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산율까지 바닥을 친 지금 획기적인 개선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실버타운의 핵심 경쟁력은 ‘의료’

이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유료 노인 복지 주택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킨 ‘선도자’ 격 인물이다. 실버타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을 만나게 된다. 이 해 정부는 그동안 사회복지법인에만 열려 있던 노인 복지시설에 대한 문호를 개방했다. 당시 모두가 알 만한 재벌 기업이나 지금은 사라진 몇몇 기업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시작한 기업들 중 성공 모델을 남긴 곳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력이 낮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비싼 부지에 의료와 체육시설, 식당 등을 갖춘 호화 시설을 팔거나 임대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꿈’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아파트 건설이 훨씬 수익률이 좋다는 것을 기업들이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니어 비즈니스의 이윤은 1% 남짓으로 봐야 합니다. 그 이상은 욕심이에요. 노인 복지 분야에서 돈을 바라면 큰일 나요. 간혹 사업이 잘 되지 않더라도 부동산은 남지 않느냐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큰 오산입니다. 노인 복지시설은 여명이 길지 않은 입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한 명 두 명 세상을 떠나시는데, 제때 충원되지 않으면 폐허가 되는 것은 금방이에요. 실제로 그런 전철을 밟은 시설들이 있습니다.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 분야에 기업들이 왜 눈독을 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더 나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보람 있게 쓸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많은데 말이죠.”

지금 서울시니어스타워 입주자들의 평균 연령은 90세 전후다. 초고령자들이 많이 입주해서가 아니라, 60~70대에 입주했다가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역사와 함께 지금의 나이가 된 것이다. 이는 두 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만큼 생활에 만족하며 오래 머물기를 희망한 이들이 많다는 것과, 장수를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이 통했다는 뜻이 된다.

“운동 처방이란 단어를 저희가 처음 썼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정확하게 계산해서 노인들이 운동하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단어죠. 1990년대 후반 이를 위한 거액의 장비를 들였는데, 세브란스병원에서 당시 현역이던 황수관 박사와 그 제자들이 자주 보러 왔을 정도예요. 병원에선 지금 몽골 의료기관과 협력해 항암 면역세포에 대한 임상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결국 장수를 위해서는 의학적 노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죠.”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종균 서울시니어스타워 대표(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고창에서 영그는 미래 모델

노인 1000만 명 시대, 모두가 실버타운으로 대박의 희망을 좇을 때 이종균 대표는 다른 꿈을 꾸는 중이다. 이상적인 시니어 커뮤니티의 완성이 그것. 그 꿈은 현재 고창에서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사실 그가 고창에 실버타운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기존에 갖고 있던 실버타운에 대한 지론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실버타운이 갖춰야 할 세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의료시설과 교통, 맑은 공기가 그것이죠. 고령자들은 병원 없이는 안심하고 살 수 없고, 가족과 늘 가까이 있어야 해요. 책 한 권만 던져주면 산속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양의 노인들과는 다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아야 해요. 또 폐 질환이 많은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맑은 공기도 필수죠.”

▲‘서울 시니어스 포럼’이 개최될 전북 고창 웰파크시티의 조감도.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와 석정웰파크병원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웰파크호텔과 컨벤션센터, 스파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좌측 상단 방장산 기슭에는 자연휴양림과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석정힐 컨트리클럽이 자리해 있다.
▲‘서울 시니어스 포럼’이 개최될 전북 고창 웰파크시티의 조감도.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와 석정웰파크병원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웰파크호텔과 컨벤션센터, 스파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좌측 상단 방장산 기슭에는 자연휴양림과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석정힐 컨트리클럽이 자리해 있다.

고창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다. 고창에서 온천을 개발하던 사업자가 개발비를 감당 못 해 건설회사에 일부 토지를 양도했고, 그 토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건설회사가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지역에 어울리는 성공 모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초 개발 계획이 무산되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지자체도 그의 옷깃을 잡았다. 인구 소멸 위기에 빠져 있던 지방 소도시 입장에선 폐허로 방치한 기간이 너무 길어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직접 내려가 보니 멧돼지가 뛰어놀더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미 사업이 한 번 실패한 지구, 게다가 도심형을 고집하던 기존의 서울시니어스타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젊었으니까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 할지 몰라요.(웃음)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처음엔 잘 안 됐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병원이 없는 것이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을 지었죠. 물론 의사들을 모시는 게 쉽지 않았지만, 병원이 생기고 나니 분양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고창타워가 궤도에 오르자 그는 조금씩 꿈꿨던 이상적인 모델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그간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가장 경제적이고 노인의 삶에 목표를 부여하는 모범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노인은 ‘미래’를 갖기 어려워요. 아이들은 남은 생이 길고 꿈을 꿀 수 있지만 노인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또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영악하게 생각하기 마련이죠. 그러니 시간만 보내고 비생산적인 삶이 되기 십상이에요. 고창에서 고민하는 것은 노인들에게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역의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서 삶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니어스타워가 개발하는 이 지역의 명칭이 ‘도시’인 이유는 규모 때문이다. ‘웰파크시티’라고 불리는 이곳은 실버타운과 병원, 요양병원이 결합된 의료시설을 중심으로 쇼핑시설과 스파시설, 호텔, 컨벤션센터, 콘도미니엄,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서게 된다. 단순한 노인 거주시설이 아니라 대중적인 관광시설까지 덧붙여 다양한 세대의 유입을 유도하고,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도시에 자리 잡는 ‘도심형’ 모델이 아니라 스스로 도시가 되는 셈이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오는 6월 이곳 고창의 ‘웰파크호텔&컨벤션센터’에서 국제 학술 행사인 ‘서울 시니어스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장수 의료와 노인 복지, 사회복지에서 실버 문화·예술까지 노년의 삶 전반을 다루며, 세계적인 해외 석학 7명, 국내 학자 8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 행사로 진행된다. 고려대학교 총장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정배 휘문의숙 이사장이 ‘서울 시니어스 포럼’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초고령사회가 가져올 여러 가지 문제, 노인을 위해, 자손을 위해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해답을 저명한 학자들과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 이 행사의 취지죠. 서울이 아니라 고창까지 모시느라 적잖은 노력이 들었습니다.(웃음) 미래를 위한 학술 행사를 통해 머리를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서울 송도병원의 경우 1년에 두 번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요. 수많은 케이스와 연구 결과를 교과서에 반영하고 싶은데, 해외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들을 불러 직접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죠. 스킨십을 통해 이렇게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니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서울 시니어스 포럼’을 통해서도 해외 학계와 이 과정을 거칠 것이고, 우리의 미래 계획에 큰 도움을 받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상적인 노인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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