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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경쟁력 높은 전문성, 플랫폼으로 활력 되찾을 것”

기사입력 2023-04-17 08:15

[인터뷰]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준호 기자)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준호 기자)
중장년 세대에게 잡지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웠다. ‘어깨동무’를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보물섬’을 통해 꿈을 키웠다. 커서는 ‘스크린’이나 ‘키노’ 한 권쯤은 있어야 문화적 소양을 증명할 수 있었다. 사전만큼이나 두꺼운 시사잡지는 현실을 알게 해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지령 100호를 맞이한 지금,

사회는 변화했고 잡지는 더 이상 세상의 중심에 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 잡지의 힘을 믿는 사람이 있다.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다.


잡지는 늘 우리 사회를 선도해왔다. 국내 최초의 잡지는 1908년 최남선이 발행한 월간지 ‘소년’이다. 당시 이 잡지는 청소년 계몽과 함께 항일 정신 고취를 목적으로 발간됐다. 그 유명한 신체시(新體詩) ‘해에게서 소년에게’도 ‘소년’ 창간호를 통해 발표됐다. 실제로 이 잡지는 일제에 의해 발매 금지와 정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가 재조명되는 이 시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잡지협회도 지난해 새로운 문화적 선도를 위해 애썼다.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잡지협회는 풍성한 행사를 이어나갔고, 그 중심에는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 있었다. 그는 2월 14일 열린 정기총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다시 신임을 받고 2년의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2년보다 남은 2년이 중요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임기 동안 해온 일들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죠. 압도적 투표 결과가 아니어서, 더 노력하고 잘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도 잡지협회에도 특히 지난해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예기치 않은 여러 사건들로 활동에 굴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협회의 위상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협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으니까요. 특히 ‘잡지가 있는 삶’이란 주제로 진행된 잡지주간 행사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행사로 진행되기도 했고,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준비했는데 뜻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29일 있었던 이태원 참사를 말한다. ‘근현대 잡지 특별전’의 개막 행사 다음 날이었고, 국립극장에서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기 3일 전에 사고가 터졌다. 이태원 참사는 그 자체로 비극이었고, 협회 측도 애도의 마음을 담아 행사 일부를 축소해야 했다. 1년간 야심 차게 준비한 것들이 대중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아쉬웠던 점은 더 많았죠. 문체부의 ‘정기간행물 진흥 5개년 계획’에 잡지 분야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구체적인 예산 증액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우수콘텐츠 지원사업이나 해외진출 지원 등도 규모가 늘지 않았고요. 또 도서 구입이나 박물관 입장권 등은 소득공제 적용을 받을 수 있는데, 유독 잡지 구매비만 빠졌어요. 관련 법안이 몇 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입니다.”

백 회장은 지난해의 부족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기고, 마스크 제한 해제 등 행사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된 만큼 올해 행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독자들에게 우리 우수한 잡지들을 소개할 수 있는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서울’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방에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 잡지에 대한 관심을 전국적으로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준호 기자)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이준호 기자)

잡지를 위한 플랫폼 시동 ‘눈앞’

미디어 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언론 권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고, 유튜브 채널 같은 1인 미디어, 그리고 배달음식처럼 기호에 맞춰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가운데 잡지는 여전히 밀려나는 위치에 서 있다. 빠른 흐름을 거슬러 오르기에는 아직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잡지업계의 수장으로서 그는 “그래도 콘텐츠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잡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 환경 변화에 잡지사들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던 잡지 콘텐츠가 온라인 등 변화된 플랫폼 환경에 적응했어야 하는데, 바뀌는 속도에 맞추지 못했죠. 또 새로운 미디어들이 잡지와 경쟁할 만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잡지업계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백 회장은 아직도 잡지가 가진 가능성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전문성’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100회 넘도록 중장년 대상의 전문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살아남은 잡지 대부분이 ‘전문지’ 이름표를 달고 뛰는 주자들인 만큼 콘텐츠의 질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릇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잡지 콘텐츠들은 오랜 기간 업계에서 활동해온 저력 있는 매체, 경험 많은 기자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을 전문잡지의 시대라고 표현할 만큼 각 잡지사들이 쌓아온 전문성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이러한 깊이 있는 정보와 지식이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면 사회적 낭비가 되고 말아요. 때문에 이 콘텐츠를 모두 담아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생산을 온라인 유통과 연결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것.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거대 포털이 지배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핵심은 수익에 있습니다. 수익이 각 잡지사에 배분될 수 있어야 질 높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할 수 있죠. 이런 수익 모델을 갖춘 잡지만의 플랫폼을 준비 중입니다. 고급 정보를 이 플랫폼에서만 만날 수 있다면 구독경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큰 저항 없이 잡지 콘텐츠를 환영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 회장이 이런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잡지의 날 기념식에서 그는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에게 “한국의 문화 콘텐츠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잡지업계에 대한 디지털 혁신 투자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는 요원했다. 결국 협회는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로 결정했다.

“디지털 혁신 투자가 필요한데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민간기업과 손잡고 협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협회가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파트너를 물색했습니다. 적합한 상대를 만나 이야기가 잘 진행 중이니 조만간 결과물을 독자들 앞에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이 플랫폼은 잡지사들이 콘텐츠를 보내주면 온라인에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유통을 담당하고, 또 구독이 늘면 부수적인 광고 수입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또 잡지사 입장에선 지면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중장년에게 잡지는 ‘추억’

고령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중장년 세대는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콘텐츠는 많지 않다. 백 회장은 그중 ‘잡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년층은 잡지가 익숙하고 잡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어요. 서점이나 지하철 가판대에서 손쉽게 잡지를 사고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죠. 하지만 이들이 잡지를 만날 가판대는 사라졌고, 서점도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같이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잡지는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특정 세대를 겨냥하는 것은 잡지업계에서 자연스러운 트렌드지만, 중장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매체는 많지 않잖아요.”

그는 마지막으로 지령 100호를 맞이한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대한 애정 담긴 응원도 잊지 않았다.

“100호 기념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뛰어넘어 고령화 사회의 상황을 담고 독자와 상생하는 매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장년 세대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함으로써 건강하고 품위 있는 고령화 사회에 기여하고 있어요. 노고에 감사드리고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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