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생활비·등록금 지원, 어디까지 괜찮을까
60대 A 씨는 취업을 준비 중인 딸이 있다. 아직 일정한 소득이 없는 딸에게 매달 월세와 식비로 100만 원가량을 보내고 학원비도 종종 대신 내준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생활을 돕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자녀 계좌로 계속 돈을 보내면 나중에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내면 모두 증여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증여세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생활비’라는 이름만 붙였다고 모두 비과세되지는 않는다. 자녀의 경제적 상황과 지원 목적, 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취준생 자녀에게 보내는 생활비, 증여일까?
자녀가 대학생이거나 취업 준비 중이라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면 부모가 식비나 월세 등 일상 생활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세법에서도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와 교육비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필요한 시기에 생활비나 교육비로 직접 사용되는 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월세를 직접 내주거나 식비·공과금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재산 증여와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해진 ‘월 한도’가 따로 있지는 않다. 한 달에 100만 원까지는 괜찮고 200만 원부터 증여라는 식으로 금액만 놓고 판단하지 않는다. 자녀의 경제적 형편과 지원 규모, 돈을 보낸 목적과 실제 사용처 등을 함께 살핀다.
생활비로 줬는데 자녀가 주식을 샀다면?
같은 금액을 보냈더라도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가 중요하다.
부모가 생활비라며 보낸 돈을 자녀가 예금하고 주식을 샀다면 생활비 비과세 대상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국세청의 세법 해석에서도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예·적금하거나 주식·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월세를 대신 내주거나 자녀는 받은 돈으로 식비와 공과금을 냈다면 생활비라는 성격이 분명하다. 반면 매달 받은 돈을 생활비로 쓰지 않고 계속 모아 목돈을 만들거나 주식 투자에 활용한다면 증여 여부를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등록금과 학원비는 괜찮을까
교육비 역시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라면 증여세 비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부모가 대학 등록금이나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실제 교육비로 사용했다면 일반적인 재산 증여와 구분할 수 있다. 생활비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시기에 실제 비용을 부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만 앞으로 교육비로 쓰라며 보낸 큰돈을 자녀가 예금이나 투자에 활용했다면 교육비 지원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핵심은 명목보다 실제 교육비로 사용했는지다.
취업한 자녀에게 계속 생활비를 준다면
자녀가 취업한 뒤에도 부모가 휴대전화 요금이나 카드값을 대신 내주거나 용돈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자녀의 소득과 경제적 독립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법상 '비과세 생활비'의 전제 조건은 자녀가 본인의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 부모가 취업한 자녀 대신 투자금이나 자동차 구입비, 주택 마련 자금처럼 재산 형성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했다면 생활비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자녀가 쓰는 ‘엄카찬스’, 생활비일까 증여일까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녀가 부모 카드로 소비한 금액은 '현금 증여'와 동일하게 취급돼 증여로 볼 수 있다. 부모의 경제력을 이용해 자녀가 명품 구매나 해외여행 등 고가 소비를 하거나 가전 등 자산 성격의 물품을 구입할 경우 사회 통념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자녀가 본인 소득 대비 과다 지출 또는 고액 채무를 상환한 경우. 국세청은 자금의 원천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부모 카드 사용 내역이 드러나면 증여세와 기간에 따른 가산세도 부과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자녀는 5000만 원까지 괜찮다’라는 말은 맞을까
생활비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 원까지 세금이 없다는 말이다. 정확히는 성년인 자녀가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10년간 5000만 원의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는 같은 기간 2000만 원이다. 실제로 재산을 증여했다면 증여재산에서 해당 공제액을 차감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따라서 자녀에게 돈을 줄 때는 먼저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녀에게 준 돈이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라면 비과세 대상이고, 자녀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을 증여했다면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해야 한다.
자녀에게 돈 보낼 때 기억할 사항
부모가 자녀의 식비나 월세, 등록금을 부담한다고 해서 매번 증여세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생활비라는 이름으로 큰돈을 한꺼번에 보내기보다 필요한 시기에 실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 더 명확하다. 월세라면 임대료 이체 내역, 등록금이라면 학교 납부 기록처럼 실제 지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생활비로 보낸 돈을 자녀가 예금하거나 투자해 재산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면 단순한 생활비 지원으로 보기 어려워 증여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부모 마음에는 모두 ‘자녀를 위한 돈’일 수 있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생활을 돕는 자금과 재산을 만들어주는 자금은 다르게 본다. 자녀에게 돈을 보낼 때는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왜 주었고,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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