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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커지는 연금·돌봄 부담 “복지 재원 다시 짜야”

입력 2026-08-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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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AI 확산에 노동소득 기반 사회보험 흔들

2040년대 이후 연금·건보·장기요양 부담 동시 확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 가능 복지에서 세대간 정의 복지로' 세미나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 가능 복지에서 세대간 정의 복지로' 세미나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인구 감소와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사회보험료를 뒷받침하는 노동소득 기반은 약해지지만 연금과 의료·돌봄 지출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보험료 인상만으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세금과 복지 지출을 아우르는 재원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복지 재정의 틀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전수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저출산·고령화와 경제 위기, AI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복지 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수석전문위원은 “AI 활용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더라도 노동소득은 함께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사회보험료 수입도 GDP와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가 창출한 이익이 근로자의 임금보다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걷을 기반도 충분히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전수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전수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연금·건보 부담 겹치는 2040년대

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부담은 2040년대부터 동시에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각각 내놓은 장기 전망을 토대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의 적자, 기초연금 지출 등을 합산했다. 그 결과 주요 복지 재정 부담은 2025년 148조 원에서 2065년 1533조 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65년 국세 수입 전망치인 1356조 원보다 177조 원 많은 규모다. 복지에 필요한 재정이 한 해 동안 걷히는 전체 국세와 맞먹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1533조 원은 서로 다른 기관의 전망을 단순 합산한 결과다. 계산 과정에서 일부 항목이 겹쳤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의 공식 전망으로 볼 수는 없다. 전 수석전문위원도 구체적인 금액보다 여러 복지제도의 부담이 같은 시기에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은 연금과 보험의 부담을 한꺼번에 지지만 정부의 장기 전망은 제도별로 나뉘어 있다”며 연금·의료·돌봄을 아우르는 통합 재정 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박명호 홍익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박명호 홍익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AI가 키운 경제, 복지 재원은 안 늘 수도

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AI가 경제 성장을 이끌더라도 복지 재정이 함께 늘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성장의 이익이 근로자의 임금보다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면 임금에 기반을 둔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충분히 걷히지 않을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AI가 창출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이를 어느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과세할지가 중요하다”며 AI 시대에 맞는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수경 수석전문위원은 국경을 넘나드는 고용이 확대되는 점도 복지 재정의 변수로 지목했다. 기업이 국외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현지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글로벌 고용대행 서비스가 확산하면 기업과 노동자의 소득을 국가 단위로 포착하고 과세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토론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세대별 부담·혜택 함께 따져야

연금과 건강보험의 재정 전망에 세대별 부담과 혜택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세대마다 평생 낼 세금과 보험료, 받을 복지 혜택을 계산하는 ‘세대 간 회계’를 장기 재정 전망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민연금 등 세대 간 영향이 큰 사회보험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조사관은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의무가 명문화됐는데도 청년층의 불신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도 미래에 필요한 세금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선택형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도 공식적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복지지출만 줄여서는 재정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통해 소득이 제대로 재분배되는지 살피고, 복지사업이 실제 불평등 완화에 기여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출만 손대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세입과 세출을 통한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중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속 가능한 복지 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제’ 세미나에서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국민연금 보험료 더 올리는 데 한계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보험료 인상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와 플랫폼 종사자 등 지역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만큼 보험료를 계속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용주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함께 부담하고 있어 추가 인상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성 연구위원은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재정 안정을 달성한 국가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그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부족해질 때마다 세금으로 급여를 충당하는 방안에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봤다. 기초연금이 별도로 있는 상황에서 소득에 비례해 지급하는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하면 제도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다만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연금 분야에서도 논의하고, 미래세대의 연금과 복지에 쓸 재원을 미리 축적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연구위원은 재정 안정이 연금액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득 보장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노후복지를 줄이는 것만으로 재정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봤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보험료와 세금, 복지지출을 함께 살피고 현재의 재정 결정이 미래세대에 어떤 부담과 성장 기반을 남기는지 따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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