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가구 87%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 희망”

고령 가구의 87.2%는 건강할 때 현재 사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이 나빠져도 절반가량은 지금의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령자 주거 정책은 시설 입소와 신규 주택 공급에 무게가 실려 있다. 통합돌봄 시행을 계기로 집수리부터 퇴원 후 임시 거처, 방문 돌봄까지 연결하는 주거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6일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발간한 ‘건축과 도시 공간’ 2026년 여름호에 실린 ‘통합돌봄 시행에 따른 고령자 주거-돌봄 협업 체계 구축 방안’ 보고서는 고령자 주거 정책의 초점을 ‘어디로 이주할 것인가’에서 ‘현재 삶의 장소에서 어떻게 적절하게 살아갈 것인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령 가구 87%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가구의 87%는 건강할 때 현재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했다. 건강이 악화한 뒤에도 48.9%는 현 거주지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고령층에 주택이 부동산 자산뿐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한 생활권과 관계망을 유지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특히 노쇠나 치매 등으로 돌봄 필요성이 커질수록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AIP)’의 중요성도 커진다.
돌봄 수요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08년 26만5000명에서 2024년 130만1000명으로 17년 만에 391% 증가했다. 치매 관리 등록환자도 2015년 30만3000명에서 2024년 62만3000명으로 106% 늘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덕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돌봄 수요 증가가 곧 시설 수요 증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봤다. 고령자가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주거와 돌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집 있어도 안심 못 해…노후주택 거주 비중 높아
고령 가구는 자가주택 거주 비율이 높지만 주거의 질을 들여다보면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고령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75.9%로 일반 가구의 58.4%보다 높았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도 2.1%로 낮아 외형적인 주거 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 가운데 건축 연도가 30년을 초과한 주택의 비율은 40.4%에 달했다. 주택 개량·개보수를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꼽은 비율도 고령 가구가 20.6%로 일반 가구(7.2%)의 약 3배였다.
노후주택에서는 문턱이나 계단, 미끄러운 욕실과 같은 작은 요소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낙상 사고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건강 상태 변화에 맞춰 안전손잡이 설치나 문턱 제거, 욕실·화장실 개선 등 주거환경을 고치는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경제적인 부담도 있다. 고령 가구가 다른 세대보다 자가 보유율은 높지만 소득이 낮고, 오랜 기간 보유한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돼 있어 주거비나 개보수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원했는데 바로 집으로 못 가면...‘중간집’ 필요
살던 집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이 어려운 순간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때다. 연구진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방안으로 ‘전환형 주거 지원’을 제안했다. 급성기 치료 후 곧바로 자택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고령자가 일정 기간 머무르면서 회복과 재활, 돌봄 서비스를 받은 뒤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퇴원환자의 단기 회복을 지원하는 중간집 형태의 ‘단기거주 지원주택’이 부산과 광주, 대전, 전주 등 10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거주할 곳이 없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해 다시 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임 연구위원은 현재 사업이 시범사업 단계여서 지역별 계약 기간과 운영 형태, 인력 기준 등이 달라 체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간집이 장기 거주시설이 아닌 회복과 재활을 위한 임시 거처로 자리 잡도록 기능을 명확히 하고 병원 퇴원 지원과 지역 주거 지원 사이의 연결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합돌봄의 빈칸 ‘주거’, 확보·전환·유지로 재편해야
임 연구위원은 고령자 주거 지원 체계를 ‘주거확보’, ‘전환형 주거 지원’, ‘주거유지’의 세 축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거처 마련뿐만 아니라 퇴원·퇴소 후 지역사회 복귀와 현재 사는 집에서의 계속 거주까지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통합돌봄 대상자를 선정할 때 주거 안정과 개보수 필요성, 퇴원 후 복귀 가능성, 주거비 부담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LH,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나뉜 주거·돌봄 전달체계를 연계해 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주거 여건에 맞는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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