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희 의원, 직접 기조발제 맡아 제안… “노후 전환기 세대 지원 법적 기반 필요”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발생하는 최장 10년의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기)'. 노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 본인의 노후 준비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삼중 돌봄' 부담. 이처럼 다중적인 위기에 놓여있음에도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러 온 5060 '신중년' 세대를 위한 법적 지원 체계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조국혁신당 복지국가특별위원회는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신중년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고 신중년 지원 제도의 법적 기반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주관하고 직접 기조발제와 좌장까지 맡았다. 의례적인 인사말에 그치는 통상의 국회 토론회 관례와 달리, 백 의원은 ‘왜 신중년에 대한 지원인가? 신중년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제로 별도 자료를 준비해 직접 발표에 나섰다. 신중년 정책을 단순한 일자리 대책이 아닌 생애 전환기 종합 지원 체계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산발적 정책은 한계 가져, 법적 정비 필요”
발표에서 백 의원은 신중년을 청년정책과 노인정책 사이에 놓인 정책 사각지대의 세대로 규정했다. 50대 전후 이른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 본인의 노후 준비가 동시에 겹치는 구조적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중년은 전통적인 복지 대상자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해 관련 정책이 미흡했고, 현재도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지자체 사업이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신중년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로 독자적인 정책 대상 설정,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명시,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전달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지원 범위도 단기 재취업에 그치지 않고 고용, 교육, 돌봄, 건강, 문화, 사회적 관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제에 나선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중년 지원 제도 현황과 과제: 법적 기반 마련’을 주제로 신중년 정책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50세에서 64세 사이의 ‘신중년’이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노후 준비와 경제활동, 가족 돌봄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전환기 세대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신중년 관련 제도가 중앙부처와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고, 법적 정의와 추진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 중복과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중년 정책이 고용정책, 노후준비서비스, 평생교육, 사회참여 사업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만큼, 법적 기반을 통해 대상과 역할, 전달체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노후준비서비스와 재취업지원서비스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중일 서울신학대학교 글로벌경영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중년에게 중요한 두 축으로 노후준비와 재취업을 꼽았다. 그는 노후준비서비스가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삶 전반을 다루는 반면,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취업 알선, 직업훈련, 창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진로설계 중심으로 흐르면서 노후준비서비스와 기능이 겹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지자체는 노후준비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고, 고용노동부는 취업 알선과 직업훈련, 창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노후준비교육을 사업장 기반으로 제도화해 은퇴 직전이 아니라 50세 전후부터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중년, 단순 복지 대상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 봐야”
조한종 서울시50플러스센터협의회 회장은 서울시 50플러스 정책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적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중장년 세대가 부모 돌봄, 자녀 지원, 본인의 인생 후반전 준비라는 3중 부담을 안고 있으며 지역경제와 가정경제, 돌봄경제의 핵심 주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50플러스센터가 상담, 교육, 커뮤니티, 일·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지만 조례 기반 사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에 따라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신중년 정책은 단순히 중장년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 세대를 복지 수혜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주체로 봐야 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법 체계 속에서 지자체와 현장 기관의 역할이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모영미 부천시청 돌봄지원과 과장은 부천시 신중년 노후준비지원센터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모 과장은 부천시의 신중년 인구가 약 2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6.4%를 차지한다고 설명하며, 신중년 정책은 노인이 된 뒤의 사후 대책이 아니라 노년기 이전의 예방적 지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과장은 부천시가 상담을 통해 재무, 건강, 평생학습, 사회공헌, 일자리 등을 연계하고 있으며, 지역 내 26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부처별 사업이 분절돼 시민이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 구조, 지역 기반 전달체계의 부족, 상담 전문인력 양성의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신중년 지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지자체도 중장기 계획을 세워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세정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사무관은 정부의 노후준비서비스 운영 현황을 설명했다. 나 사무관은 노후준비서비스가 전 국민의 노후준비를 돕는 예방적·통합적 안전망이며, 특히 본격 은퇴를 앞둔 신중년 의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과 진단, 관계기관 연계, 사후관리 체계를 설명하며, 향후 연계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 사무관은 현장에서 노후준비서비스가 일자리, 건강, 사회참여 등 다른 정책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동의를 전제로 진단 결과를 관련 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지자체 저변 확대, 취약계층 맞춤 상담, AI를 활용한 노후준비 지원 등을 과제로 언급했다. 또 신중년 지원은 복지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후준비·재취업 지원 중복 해소… 법 개정 검토"
토론 과정에서 백 의원은 노후준비서비스와 재취업지원서비스의 중복 문제와 관련해 법률 개정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안에 포함된 노후준비 성격의 내용을 정리하고,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노후준비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신중년 정책이 단순한 재취업 지원이나 지자체별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신중년은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은퇴, 소득 공백, 가족 돌봄, 건강관리, 사회적 관계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이들의 전환기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지원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