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사람중심사진연구소 소장… 양극성장애 딛고 사회복지 조명하는 사진가로

카메라는 종종 현장을 증명하는 도구로 쓰인다. 어떤 행사가 열렸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고,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기록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사진은 대개 그렇게 소비된다. 보고서에 붙고, 홍보물에 들어가고, 기관의 기록으로 보관된다. 그러나 김현준 사람중심사진연구소 소장은 사회복지 현장의 사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에게 사진은 ‘관계’다. 한 사람을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으로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13년 차 사회복지사다. 초년병 시절 홍보 업무를 맡으며 DSLR 카메라를 처음 손에 잡았고, 그것이 사진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업무로 자주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진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죠.”
이후 김 소장은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다. 지역사회 복지의 중심에서 주민조직가와 사례관리자, 홍보 담당자로 역할을 달리하며 경험을 쌓았다. 사진 실력에도 조금씩 근육이 붙었다. 마을 축제, 기관 행사, 주민 모임 등 사진이 필요한 순간마다 그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좋아서 한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사진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됐다.
그가 사진을 또 다른 사회복지의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었다. 복지 현장의 당사자는 흔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설명되는데, 김 소장은 이 점을 지적했다.
“당사자를 불쌍하게 보이게 만드는 사진은 찍고 싶지 않아요. 모금을 위해 어려운 상황을 보여 줘야 할 때가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당사자를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찍고 싶은 건 당사자가 빛나는 순간, 당당한 순간이에요. 그런 장면 안에 그 사람의 힘과 삶이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투병 통해 사회복지 현장 이해하게 돼
김 소장이 사회복지사에서 사람중심사진연구소 소장으로 변신하게 된 계기에는 그가 앓고 있는 병도 있었다. 양극성장애다. 흔히 조울증으로 알려진 이 병은 기분이 들뜨고 에너지가 과도해지는 조증 상태와,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떨어지는 우울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더라고요. 약물로 조절하며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올 땐 이겨내기 쉽지 않았죠. 덕분에 사회복지사로 만났던 주민들의 어려움을 새삼 몸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우울할 때는 더 나가야 하고, 햇볕을 쬐어야 하고, 운동해야 하고, 좋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실행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은 얼마나 더 어려웠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치료와 회복을 위해 휴직을 선택했고, 이후 이직까지 감행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에게 사진은 늘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지만, 병의 시간에는 그 만남조차 버거웠다. 그가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복지 전문 매체에 장기간 사진과 이야기를 연재해 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시중에 사진책은 많지만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 현장의 사진을 다룬 책은 드물었으니까요. 현장의 동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책 ‘복지를 찍는 사회복지사’가 시작됐다. 올해 1월 출간된 이 책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방법 88가지를 담았다. 사진을 찍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촬영할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찍은 뒤에는 어떻게 정리하고 전달해야 하는지, 인물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등을 현장 언어로 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어느 장을 펼쳐도 필요한 대목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김 소장이 책에서 기술만큼 강조한 것은 태도다. 사회복지 현장의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이기 전에,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카메라를 들 때 ‘무엇을 찍을 것인가’보다 ‘누구를 어떤 마음으로 마주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진 속 주민은 기관 사업의 참여자나 홍보물의 소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에서 사진연구가로 변신
올해 3월에는 사람중심사진연구소를 개업했다.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소 이름에는 그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사람중심사진연구소. 기술보다 사람, 장비보다 태도, 결과물보다 관계를 먼저 보겠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지금 사회복지기관과 공공 현장을 다니며 스마트폰 사진 교육, 프로필 촬영, 각종 행사 촬영 등을 진행한다. 조명과 배경천을 챙겨 가 교육을 하고, 현장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은 뒤 포토프린터로 바로 인화해 액자에 넣어 건네기도 한다.
“복지 현장에서 사진을 인화해 드리면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세요. 평생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없는 분들도 많거든요. 기뻐하며 간직하시는 모습을 보면 사진이 줄 수 있는 힘을 느낍니다.”
김 소장은 포토보이스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포토보이스는 당사자가 직접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욕구를 이야기하는 참여형 활동이다. 상담실에서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 일상에서 반복되는 불편, 지역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필요를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어, 사회복지현장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사진을 함께 보며 당사자의 삶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필요한 지원이나 지역사회 개선 과제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 소장은 또 다른 책의 출간 계획도 밝혔다.
“현재는 사진 교육과 촬영이 주된 일이니까요,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한 만큼 저만의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중심사진연구소의 방향과 연결해, 사람 중심의 실천을 하는 사회복지사 100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 내용을 엮어, 첫 책을 낸 지 2년이 되는 날 다시 책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회복지사를 주제로 한 사진 전시도 많지 않은 만큼, 전시회로도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이미 조금씩 시작했고, 앞으로 꾸준히 이어 가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