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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콘텐츠가 됐다” 디지털이 바꾼 노년기

입력 2026-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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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학술대회] 일상·정체성 재구성하는 새로운 학습 경험 주목

디지털 기술이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자원이자 삶을 새롭게 구성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을 단순한 기술 적용이나 격차 해소 차원이 아닌 사회참여와 자기표현, 삶의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 기획세션인 골든에이지포럼에서는 ‘골든에이지의 디지털기기 사용과 디지털 학습경험’을 주제로 노년기 디지털 활용의 의미를 조명하는 연구 발표가 진행됐다.

▲ 김기연 중앙대학교 교수가 29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 기획세션에서 '골든에이지의 디지털기기 사용과 디지털 학습경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 김기연 중앙대학교 교수가 29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 기획세션에서 '골든에이지의 디지털기기 사용과 디지털 학습경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감각장애, 사회적 고립 극복 돕는 디지털 기술

김기연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연결이 재구성하는 노년기’를 주제로 발표하며 디지털 기술이 사회참여와 정신건강,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사회적 자원”이라며 “사회참여와 정신건강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감각장애가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디지털 기술 활용 감소와 사회참여 감소로 연결되는 경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각과 시각 모두에 어려움이 있는 이중 감각장애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감각기능 관리와 인지기능 유지, 디지털 활용 교육을 함께 지원하는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 사용이 노인의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사회적 접촉이 적은 노인일수록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은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면 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지역사회 활동과 디지털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간 비교 연구에서는 교육 수준과 리터러시가 디지털 활용의 핵심 변수로 나타났다. 그는 “기기 보급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이라며 맞춤형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루하루가 콘텐츠”...82세 유튜버의 디지털 학습

▲신혜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29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 기획세션에서 '골든에이지의 디지털기기 사용과 디지털 학습경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신혜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29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 기획세션에서 '골든에이지의 디지털기기 사용과 디지털 학습경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이어 신혜연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디지털 전환시대 노인의 디지털 학습 경험의 의미’를 주제로 82세 여성 유튜버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신 교수는 노년기 디지털 학습을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는 수준이 아닌 삶을 재구성하는 실천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참여자는 복지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했으며 현재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쇼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고 제목과 음악을 추천받는 등 디지털 기술을 일상 속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 교수는 “참여자에게 유튜브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일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활동”이라며 “하루하루가 콘텐츠가 되고 일상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 참여자는 매일 영상을 제작하고 게시하는 과정을 통해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삶의 리듬을 구성하고 있었다. 유튜브 활동이 노년기 일상 운영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표현 넘어 ‘디지털 유산’으로

연구는 유튜브 활동이 노인의 자기표현과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참여자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공적 공간을 얻었다”며 “유튜버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인정을 경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참여자는 자신의 영상을 자녀에게 남기는 기록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현재의 일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훗날 가족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노년기 디지털 학습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과 정체성, 삶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경험”이라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노년기 삶의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노년기 삶을 연결하는 사회적 자원이자 새로운 참여의 통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 형성이 함께 이뤄질 때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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