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도슨트의 은퇴 금융 이야기 ㊹] 챗GPT 활용, ETF 직접 투자로….달라진 시니어 재테크 풍경

몇 년 전만 해도 은퇴자들의 재테크는 비교적 단순했다, 거래하는 은행의 PB(프라이빗 뱅커)를 찾아 상담을 받고, 정기예금이나 ELS(주가연계증권), 브라질 채권(국채) 같은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이었다. 투자 정보 역시 은행 영업점에서 얻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이 추천하는 상품에 가입하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겼고, 증권사보다는 은행을 더 편안하게 느끼기도 했다.

은행 창구 대신 유튜브에서 정보를
서울에 사는 60대 A 씨는 최근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를 직접 손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권하는 상품에 가입한 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스마트폰 안에는 이제 금융 앱과 유튜브가 함께 들어 있다. 유튜브에서 ETF와 채권 투자 영상을 찾아보고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다. 투자 정보를 얻는 장소도 은행 창구보다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가까워졌다.
실제로 중장년층의 디지털 금융 정보 이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 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60%를 넘었고, 60대 이상에서도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시니어들에게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생활 정보와 금융 정보까지 얻는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권유하는 상품에서 ETF ‘직접 투자’ 시대로
한때 시니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상품 중 하나는 브라질 채권(브라질 국채)이었다.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 월 이자 지급 구조 덕분에 은퇴자들의 관심이 컸다. 브라질 국채는 한국과 브라질 조세 조약에 따라 이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도 제외돼 대표적인 절세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상장 해외 ETF와 국내 ETF, 채권형 ETF 등 대체 투자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요즘 은퇴자들 사이에서는 브라질 채권보다 월배당 ETF나 코스피 지수추종 ETF, 직접 투자 이야기가 더 자주 오간다.
IRP 계좌 운용도 직접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IRP 계좌 운용 방식이다.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절세 통장의 개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IRP 계좌에 ETF 상품을 직접 매수해 노후 자산을 관리하려는 중장년층 이상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단순히 원금 보전을 위해 돈을 넣어두는 시대에서 운용을 고민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정보는 넘치지만 위험도 커졌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만 있지는 않다. 투자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자극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월배당으로 매달 500만 원 만들기’, ‘무조건 오르는 ETF’ 같은 유사 제목의 영상들은 조회 수를 끌기 쉽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수익률보다 위험 관리가 더 중요하다. 특히 은퇴 이후 자산 관리는 노후 생활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단기 수익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챗GPT에게 종목 추천받는 시대
최근에는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통해 투자 종목 추천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답변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어떤 데이터를 우선 반영하느냐에 따라 추천 종목과 투자 논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개의 창을 열어 종목 추천이라는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미세하게 다른 종목이나 전략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생성형 AI 역시 맹신의 대상이라기보다 투자 판단을 돕는 참고 도구로 활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야수의 심장보다 중요한 것
요즘 30~4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야수의 심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 자산 관리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 역시 함께 감수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때는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하는 조급함 때문에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은퇴 자산은 많이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떠안기보다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며 변동성을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보는 넘쳐나는 시대가 됐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추천했는가’보다 내가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쓸모 있는 TIP
▲IRP 정기 점검 필요
전액을 예금만 넣어두기보다 수익률과 상품 구성을 1년에 한 번은 확인해보자.
▲유튜브 정보는 교차 확인
조회 수가 높다고 모두 좋은 정보는 아니다. 금융사나 공공기관 자료도 함께 참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월배당 ETF = 100%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다.
배당이 나온다고, IRP 내에서 운용한다고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상품은 환율과 시장 변동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은퇴 후 투자 핵심은 지속 가능성
고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자산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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