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다! 손주경제] 시니어 자산가의 세대 이전 전략

100세 시대가 되면서 자산 승계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가 남긴 재산을 자녀가 상속받는 구조가 자연스러웠지만,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자녀 세대 역시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고령층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손주 세대까지 함께 고려한 자산 이전이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녀에게 이미 충분한 자산이 있어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다”, “손주의 교육비나 주거 자금을 미리 지원하고 싶다”, “가업이나 자산을 자식보다 더 젊은 손주에게 빨리 넘기고 싶다”는 상담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 이전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금 vs 금융자산, 손주 증여의 방식과 전략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현금 증여다. 사용 목적이 분명할 때 특히 효과적이다. 손주의 유학자금, 결혼자금, 주택 마련 자금처럼 당장 필요한 곳에 활용하기 좋고, 여러 손주에게 비교적 공정하게 나누기도 수월하다.
다만 현금은 이전 이후 자체적으로 가치가 커지는 자산은 아니다. 지금 1억 원을 주면 그대로 1억 원이 이전되는 구조다. 즉시 활용성은 높지만, 장기적인 자산 증식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자산은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어린 손주에게 이전할수록 효과가 커진다. 지금 이전한 자산이 10년, 20년의 시간을 거치며 성장한다면 그 과실 역시 다음 세대에 그대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가들이 금융자산 이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존재하는 만큼 단기 가격 등락에 흔들리기보다, 장기적인 흐름을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듯 손주에게 직접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은 가족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 과세 대상이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는 비용이 따른다.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일반적으로 30%의 할증 과세가 적용되고, 미성년 손주에게 20억 원을 초과해 증여할 경우에는 40%까지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표준이 분산되면서 전체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세뿐 아니라 자산을 어느 세대에 언제 이전할 것인지까지 포함한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족법인, 부동산 승계의 대안이 되다
최근에는 가족법인을 활용한 승계 전략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많은 경우 검토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개인 명의의 부동산을 가족법인으로 이전한 뒤, 이후 자녀나 손주에게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법인 지분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을 세대마다 다시 이전하는 구조보다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수월하고, 자산을 하나의 법인 안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주를 가족법인의 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식도 가능하다. 손주 개인에게 직접 자산을 넘기는 것과 달리, 법인을 중심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지분 구조를 설계하는 형태다. 기업을 운영해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어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다만 가족법인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법인세, 배당에 대한 과세, 운영비용, 특수관계인 거래 문제 등 검토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절세만 보고 접근하기보다 ‘가족 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플랫폼인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가족법인의 활용 범위는 부동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법인을 통해 주식, ETF,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인이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결국 법인 주식 가치도 높아지고, 그 지분을 가진 자녀나 손주 세대가 그 성과를 공유하게 된다. 단순 증여보다 자산을 키우면서 승계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험, 세금 재원과 세대 이전 동시 준비
보험 역시 자산 승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다. 상속이 시작되면 세금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실제 재산은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처럼 현금화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 종신보험은 필요한 시점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자산가들이 활용하는 이른바 ‘종신보험 3대 플랜’도 같은 맥락이다. △ 상속세 재원 마련형 △ 생전에 자녀나 손주에게 계획적으로 자금을 이전하면서 보험을 활용하는 방식 △ 손주 세대까지 고려한 승계형 구조 등이다. 이는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자산 이전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보험은 계약 구조에 따라 과세 관계가 크게 달라지므로 가입 전 반드시 전문가 검토가 필요하다.
‘얼마나 남길까’보다 ‘어떻게 이전할까’
결국 자산 승계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남기느냐보다 어떻게 이전하느냐에 있다. 현금은 즉시 활용성이 높고, 금융자산은 성장 가능성이 있으며, 부동산은 안정성이 있다. 가족법인은 구조적인 관리에 강점이 있고, 보험은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 어느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없다. 가족 구성원의 나이, 보유 자산의 성격, 가업 승계 여부, 가족 간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회사를 키워온 경영자라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즉흥적으로 하지 않는다. 자산 승계 역시 마찬가지다. 상속은 언젠가 시작되지만, 성공적인 승계는 미리 준비한 사람에게만 완성된다.

도움말 곽세진 공인회계사·세무사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세무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자녀가 읽어주는 상속 증여’ 도서를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