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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미(淡味)가 있어야 몸에 좋은 음식이다

기사입력 2017-05-02 09:47

몸이 아플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건강은 약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운동, 마음으로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좋은 먹거리란 무엇일까? 사포닌이 많이 함유된 인삼이 좋은 것일까? 비타민 C가 많은 사과가 좋은 것일까? 비타민 C가 많이 들어간 사과가 좋은 거라면 굳이 비싼 사과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다. 합성 비타민 C로 만들어진 가루나 알약을 먹으면 된다.


생명vs인공=담(淡)vs부담(不淡)

2013년 12월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은 12년간의 연구 끝에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제품은 심장질환과 암 발생률, 기억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종합비타민제 구입하는 데 돈 낭비하지 말고 과일, 야채, 견과류, 콩, 유제품 등을 구입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라고 권장했다.

2016년 2월, 한국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팀이 국제 학회지에 발표한 임상시험 논문 7건(대상자 총 6만2619명)을 메타 분석한 결과, 음식이 아닌 보충제의 형태로 비타민 C를 복용한 실험 대상자와 위약을 복용한 실험 대상자의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명 교수는 “천연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과일·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는 많지만 음식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경우 일관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일각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명 교수는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화학구조식이 동일하지만 입체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화학 성분이 같더라도 천연 음식인지 합성 보충제인지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생명체는 자연에 적응,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다. 즉 생명성과 운동성을 지닌다. 천연 식재료를 먹으면 이러한 생명성, 운동성의 기억이 살아나 몸에 재현되고 오장육부가 건강해진다. 그래서 약선과 한의학은 이러한 자연의 생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물론 자연에도 복어독이나 협죽도의 독처럼 사람을 마비시켜 죽게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이조차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이다.

천연 식재료를 맛으로 표현하면 담담한 맛, 구수한 맛, 그리고 밥을 오래 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맛을 느낄 때는 반드시 입안에 침이 촉촉하게 분비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맛을 담미(淡味)라고 한다. 담미는 한자 의미대로 풀면 물[水]에 불[火]이 두 개나 작용한 맛이다. 즉 수증기가 되듯[氣化] 몸속에서 제대로 작용되는 맛이다. 그러므로 담미는 기혈을 순환시키고 소변이 무리 없이 배출되도록 해준다. 또한 몸을 기본적으로 보해주면서도 살은 찌지 않도록 해준다. 몸에 좋은 음식은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이 나면서도 끝 맛은 반드시 은은한 단맛이 나야 한다. 자연 숙성한 된장, 간장, 고추장 등도 모두 끝 맛이 달다. 정제염과 갓 만든 천일염은 매우 짜고 끝 맛이 쓰지만, 오래 묵힌 천일염, 잘 구운 죽염은 약간 짜다가 끝 맛이 달다. 이처럼 담미를 겸하고 있어야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이 괜찮은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입에 침이 잘 나오고 다음 날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나며, 소변도 시원하게 나온다. 담미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 식재료와 조미료가 주는 부담

<동의보감>에는 “담미(淡味)는 오래 먹어도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 큰 공이 있다”고 씌어 있다. 인체의 기본인 정기신혈(精氣神血)을 보충하는 것이 바로 담미다. 그래서 옛 어른들도 음식을 담백하게 먹어야 장수한다고 했다. 자극적인 맛은 정기신혈(精氣神血)을 손상시킨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자극적이다. 공장에서 만들었거나 화학조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음식은 오래 씹을수록 담미가 강해진다. 밥도 첫맛은 그다지 달달하지 않지만, 오래 씹어 먹으면 단맛이 점점 스며 나온다. 즉 침이 스며 나온다. 따라서 음식은 오래 씹어 먹어야 몸에 좋다.

인공 식재료는 성분을 추출, 합성한 것으로 생존의 기억이 없다. 생명성이 없어 움직임(운동성)도 없다. 천연 식재료를 원료로 해서 만든 가공 식재료 역시 가공 과정 중에서 생명의 기억이 사라져버리고 화학 성분만 남는다. 인공 식재료를 먹으면 오장육부를 비활성화시키고 운동성이 퇴화한다. 그 결과 기혈 순환에 장애가 오고 물살이 찌며, 동맥이 경화되고 소변도 잘 나오지 않게 된다. 밥을 먹어도 밥이 내려가지 않아 네다섯 시간이 지나도 배가 더부룩하고, 위하수가 생긴다. 대장의 연동운동도 느려져 대변도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 인공으로 합성된 약도 마찬가지다. 혈압약을 오래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고, 관장약을 오래 쓰면 스스로 대변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약의 양을 늘리거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합성 식재료의 맛은 담미(淡味)의 반대 의미인 부담(不淡)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담은 끝 맛이 텁텁하거나 쓰다. 입에 침도 고이지 않아 입안이 마르게 된다. 달달한 식품의 대명사인 초콜릿을 먹으면 처음에는 달다가 끝 맛은 텁텁하거나 쓰고 물이 자꾸 당긴다. 인공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첫맛은 자극적이라 자꾸 당기지만 끝 맛은 텁텁하다. 텁텁하다는 말은 정지, 마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식당에서 식사 후 입안이 텁텁하면 “이 식당은 조미료를 많이 쓰나봐!”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이 당기는 것은 정지, 마비된 몸을 순환시키려는 인체의 요구다. 물은 정지된 것을 흐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려면 생명력이 있는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 음식을 화학 성분으로 따지면 안 된다. 물이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순수한 물만 추구하면 증류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증류수는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야 흡수가 된다. 당연히 증류수에 미네랄만 탄 물은 생명력이 없다. 자연에서 미네랄이 스스로 생겨난 물이라야 몸에 좋다. 생명성을 띠기 때문이다. 물 한 잔을 마셔도 생명성이 있는 물을 찾아서 먹어야 한다. 하물며 다른 음식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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