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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위주로 말하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9-01-24 09:00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있는 H 아파트에 선배가 산다. 가끔 만나 식사를 하곤 하는데 음식점을 정해서 만날 때마다 애를 먹는다. 한번은 H 아파트 앞에 위치한 한우 음식점에서 보자 했다. 유명 음식점이라 손님이 많아 금방 찾을 거라고 했는데 아파트 앞을 두어 바퀴 돌고도 못 찾았다. 전화를 했더니. 계속 “아파트 앞”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파트 앞쪽이 아니라 옆쪽에 음식점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가 커서 앞과 옆은 상당한 거리였다. 선배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 인근은 모두 “아파트 앞”이었다. 아파트의 배치도가 남향인데 정문이 북쪽으로 나 있으니 아파트 앞은 북쪽 정문 앞쪽이라 설명해야 맞다.

한번은 가락시장역에서 세 명이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개찰구에서 기다린다는 사람이 춥다며 몇 분을 못 기다리고 출구로 나가버렸다. 그러고는 출구 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보냈다는 문자가 선배의 휴대폰에도 없었다. 문자로 찍어 넣기만 하고 발송을 안 한 것이다. 문자로 보냈어도 바로 수신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중요한 문자는 들어갔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선배는 벌써 역을 벗어나 둥근 건물 앞에 있다고 했다. 새로 지은 농수산물 건물은 온통 둥근 건물이었다. 서로 다른 둥근 건물을 보며 나는 헤매고 다니고 선배는 답답하다며 혀를 찼다.

‘송파중학교 앞 음식점’에서 만나자고 할 때도 그랬다. 인터넷으로 대략의 위치를 보고 출발했다. 그런데 근처에 학교가 여러 개 밀집해 있고 길이 아파트 단지와 학교로 둘러싸여 있어 길 찾기가 어려웠다. 아파트 안으로 난 길로 가야 했다. 선배는 늘 다니는 길이어서 익숙하겠지만, 외부인은 남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일을 삼가는 편이라는 걸 모르는 것이다.

한 후배를 인사동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전철역 입구에서 기다린다더니 먼저 갈 일이 생겼다는 문자가 왔다. 그러고는 자기가 지나가는 길이라면서 사진을 계속 올렸다. 그런데 길이 달랐는지 사진에 뜨는 풍경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후배는 그렇게 자세히 사진을 여러 장 보냈는데도 못 찾아왔다며 핀잔을 했다. 전철역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기다리는 게 맞다. 정시에 간 나보다 더 빨리 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모임을 할 때마다 약속 장소를 제대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찾겠다며 계속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늦게 도착해서는 찾기 어려운 곳을 모임 장소로 정했다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10명 중 9명이 제대로 찾았다면 못 찾은 사람 잘못이다. 자기 위주로 길을 찾다가 제시간에 오지 못한 것이다. 길을 알려줄 때 자기 위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오세요”라고 하면 첫 번째 골목은 길 찾는 사람 입장에 따라 첫 번째 골목이 아닐 수도 있다.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모임 장소 주변 건물들을 얘기해봐야 아직 근처에도 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약도를 설명할 때는 상대방 입장에서 해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밖으로 나가 오는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건물 앞에서 만나 같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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