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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함이 걸림돌

기사입력 2017-07-03 11:45

P씨는 동네에서 같이 당구를 즐기는 사람이다. 150점을 치는데 여간해서는 지지 않는다. 기초가 탄탄해서 당구를 정확하게 치는 편이다. 150점을 넘는다는 얘기이다. 200점실력인데 150점대에서 놀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충고 했다. 200점으로 올리라고 했더니 드디어 오케이 했다. 200점을 놓고도 150점대에서 자기 점수에 좀 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 이겼다. 그리고 몇 몇 약한 200점 대 사람들을 이기고 나서 자신이 붙었나 보다.

드디어 필자와 같이 200점을 놓고 치는데 그가 연전전패 했다. 말 펀치도 심하고 잘 웃던 그가 말도 없고 찌푸린 얼굴 표정을 봐도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었다.

그가 150점을 놓고 치는 것이나 200점을 놓고 치는 것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 5개 차이인데 한 큐에 5개 정도는 쉽게 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5개 정도는 그리 큰 부담이 안 된다. 그러나 지나친 승부욕이 문제였다. 평상 시 스트로크보다 소심하게 샷을 했다. 당연히 공이 예민하게 움직였고 원하는 대로 가지 않고 살짝살짝 빠졌다. 스트로크를 평소대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했더라면 200점을 놓고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이기려고 하다 보니 어깨에 힘을 들어간 것이 보였다.

같은 200점이지만, 필자는 믿는 구석이 있다.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을 안다.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또,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한 점을 치려다가 놓치고 상대방에게 몇 점을 주게 되면 차라리 안 치는 것만 못하다. 상대가 필자보다 하점자인 경우에는 그 몇 점은 승부애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맞을 확률이 떨어지는 공 배치는 다음기회로 미루고 상대방에게 좋은 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요령이다. 그러다 필자에게 좋은 공이 오면 한 큐에 여러 점을 쳐서 단숨에 따라 잡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점자들은 파울을 몇 개 범해서 주산 알을 몇 개 더 하고 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같이 공격 위주로만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몇 개만 치는 하수에게 지는 수가 많다. 특히 공을 가깝게 주면 하점자들도 몇 개씩은 쉽게 친다. 여유를 갖고 상대방에게 좋은 공을 안 주면 무리하다가 스스로 파울을 범하며 자멸하기도 한다.

200점이면 4구 경기에서 빨간 공 맞히기 20번을 성공해서 주산 알 20개를 다 털고 마지막으로 3쿠션으로 쳐야 게임이 끝난다. 그는 3쿠션에 약했다. 여기서 필자가 수비에 들어가면 그는 맥을 못 춘다. 수비란 공을 3쿠션이 용이한 배치로 주지 않고 한 쪽으로 몰아 놓거나 오차가 많아도 맞을 확률이 많은 코너에 공을 두지 않는 전략이다. 일찌감치 3쿠션에 들어갔으면서도 번번이 3쿠션에서 필자에게 역전 당하자 다시 150점으로 내려야겠다는 것이다. 한번은 필자는 두세 개 치고 말았는데 그가 3쿠션에 들어갔다가 결국은 역전을 당하자 굴욕적이었다고 분해했다.

150점에서 200점으로 올렸으면 당분간 승률이 떨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꼭 이겨야 한다며 이를 악물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평소 실력보다 더 못 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승부에 일희일비 하다보면 늘지 않는다. 친선으로 치는 당구를 꼭 이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사람은 내기 당구를 하면 손이 떨려 더 못 친다.

당구도 멘탈 게임이다.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힘을 빼야 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스트로크가 경직되어 큐의 질이 나빠진다. 프로들도 상대방이 너무 잘 쳐서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그때부터는 더 잘 친다. 내려놓으면 잘 풀린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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