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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전학] (2)

기사입력 2016-08-18 18:30

다음날 두 아이는 등교했다. 집에 세시정도면 온다고 했으니 기다렸다. 말도 못하고 친구들도 처음 만나니 얼마나 가지가지 호기심을 만나고 올까 기다렸다. 이상하게 큰 아이가 먼저 왔는데 모리모토상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들어 왔다. 아주 얌전한 일본인 특유의 깍듯한 차림으로 들어오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입으로는 ‘오쟈마시마스~’ 라고 크게 말을 했다. 오늘 배운 것들의 교과서를 펼쳐 내게 보인다. 내가 읽어 보라 했더니 아주 단정하게 앉아서 정확하게 읽어 준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설명도 또박또박 친절하게 잘 해 준다. 수업이 끝나자 우리 애의 집 주소를 선생님께서 말하고 누가 가장 가까우냐고 해서 이 친구가 함께 와 준 거라는 말이었다. 우리 집에서 오른 쪽으로 조금(한 150미터 정도) 내려가서 길 건너 편 은행주택에 여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넷이 산다고 했다. 한일사전을 들고 얘기를 들어가며 찾아가며 나는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자세로 흥분되고 즐거웠다. 내일 학교 갈 때 올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조금 있으니까 작은 녀석도 시라다상이라는 싱글벙글대는 장난꾸러기 얼굴이 확실한 꼬마 친구랑!! 역시 ‘오쟈마시마스~’ 하며 함께 들어선다. 그러더니 넷이서 게임을 해 가면서 신이 났다. 말은 안 통해도 게임은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놀라운 적응력은 모든 자질구레한 걱정거리들을 통째로 날려 보냈다. 그렇게 신나게 놀더니 정확하게 네 시가 되니, ‘오쟈마시마시다~’ 라고 깍듯이 똑같은 인사를 하고 간다.

일본 학교에서는 새로 들어 온 학생을 배려하는 일로 같은 방향에 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집에 까지 데리고 가게 하는 하교지도를 하는 데 놀라웠다. 한국에서 큰 애가 영국에서 오자 직장 가까이로 집을 얻어었다. 그래서 안양 삼성 초등에 입학해서 3개월 다닌 뒤에, 도곡 초등에 전학을 했다. 처음 학교에 갔다 오던 날 길을 잃고 혼자 지금의 삼성역 주변을 헤매다가 밤에 어느 할아버지 등에 업혀 온 사실을 생각하며 이렇게 다르다는 것에 놀랐다. 집 주소만 정확하게 기억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나마 운이 좋았고, 우리 아파트를 알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기 때문에 천만 다행이었지 그만 아이를 잃어버릴 번했던 게 기억이 났다. 내가 그때 아파서 겨우 학교에만 데려다 주고 왔었는데 지금의 청실 아파트가 아이에게는 멀었던지? 방향을 잘못 생각했던지? 그때 생각을 하면 늘 가슴이 섬뜩했다. 그런데 타국에 와서 이런 친절함을 받으니까 감개가 무량했다.

간 뒤에 사전을 찾아보니 아까 그 애들이 말했던 것이 처음에는 ‘폐를 끼치겠습니다~’ 이었고, 나중에 갈 때는 ‘폐 많이 끼치고 갑니다~’ 이었다.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일본 집에 가면 너희들도 꼭 이렇게 현관에 들어서면서 큰 소리로 인사하는 법이라고 연습도 시키고 가르쳤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랬다고 한국 사람도 예의를 잘 지킨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은 잘 따라 주었고 말은 우리말과 같이 주어 동사가 오고 목적어가 오는 순서로 말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명사를 많이 기억하면 말은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휘를 늘려 가는 방법을 택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오면 하루사이에 말도 못하게 어휘력은 늘어 있었다. 두 애들이 신이 나서 다퉈가며 알려 주는 것들을 나는 습득하는 재미에 아이들이 집에 오는 것만 기다리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에는 나대로 야채 가게 가서 듣도 보지도 못한 애채들 이름, 어물전에 가서 그 이름들을, 마트에 가서 써 놓은 종이들을 읽어가며 외워댔다. 모르겠는 단어는 아무에게나 이게 이름이 뭡니까? 하면서 물으면 어느 누구든 친절하게 알려주는 데 신이 났다. 그러면서 겨울이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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