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노견 ④] 연명 치료와 안락사의 사이에서

반려동물은 50만 3987곳에 이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일상 안에 있다. 반려동물은 고령자의 외로움을 덜고, 산책과 식사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떠난 자리는 펫로스 증후군 등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상실과 우울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쉽지 않다. 나이든 보호자가 병들고 요양시설에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나면 반려동물의 거처와 돌봄을 다시 정해야 한다. 가족이 맡을 수 없다면 유기나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반려동물의 생애도 길어졌다.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회는 보호자가 돌봄을 이어갈 수 없는 순간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둬도 되는지 살펴본다.

노견의 마지막에는 가족의 판단이 필요하다. 치료를 이어갈지, 고통을 줄이는 데 집중할지, 병원에 맡길지 집으로 데려올지 결정해야 한다. 토토누나는 16년 가까이 함께 산 토토를 떠나보내며 이 선택 앞에 섰다. 노화로 쇄약해지는 토토가 일어서지 못하고 소변을 보지 못하자, 병원은 각종 검사와 입원을 권했다. 그러나 토토누나는 입원 치료가 회복을 위한 것인지, 죽음을 늦추는 연명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남편은 토토를 더 곁에 두고 싶어 했고, 토토누나는 병원에서 혼자 마지막을 맞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1백만 원 가까이 들여 검사와 입원비를 결제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토토를 퇴원시켜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이 곁을 지킨 다음 날 새벽, 18번의 발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 선택에 정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토의 마지막은 노견을 돌보는 가족이라면 언젠가 마주할 질문을 남겼다.
시력을 잃은 노견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태어난지 얼마 안된 토토가 이들의 가족이 된 건 2010년이었다. 네 살 무렵 눈의 이상이 생기더니 2022년 무렵부터는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집 안에서 자주 부딪혔다. 당시 토토누나는 토토가 곧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정사진을 미리 찍었다. 이 시기부터 부모님과 토토누나, 두 세대는 반려견의 삶의 질과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토토는 냄새를 따라 산책하고 집 안 구조를 익혔다. 토토누나는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토토의 삶을 불행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토토는 앞이 잘 안 보여도 먹고 걷고 가족과도 관계를 맺었어요.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삶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토토누나의 아버지는 토토가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과 큰 수술을 겪을 때마다 안락사를 이야기했다. 고통이 계속된다면 편히 보내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이었다. 부모는 고통을 줄여주는 것도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노견의 죽음 앞에서 가족이 결정해야 하는 것
토토는 어릴 때 슬개골과 장 수술을 받았고, 노년기에는 심장과 피부, 간과 신장 관련 치료를 이어갔다. 과거 반려견과 생활하는 데 사료와 용품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토토누나는 병원비와 토토의 돌봄을 예상보다 오래 감당해야 했다.
반려견이 늙으면 보호자는 질병과 비용뿐 아니라 치료의 의미까지 판단해야 한다.
- 시력을 잃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가
- 치료와 연명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 병원에서 더 오래 사는 것과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것 중 무엇이 나은가
- 보호자는 언제 치료를 멈춰야 하는가
이런 결정은 보호자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수의사는 치료 방법과 경과를 설명할 수 있지만, 치료를 어디까지 이어갈지는 보호자가 결정해야 한다. 보호자는 의료 정보뿐 아니라 비용과 가족의 의견, 죄책감까지 함께 떠안는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원하는 제도는 있는가
지난 3월 1일, 토토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은 장례식장에 모였다. 토토누나는 가족들이 예상보다 많이 참석한 것을 보고,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토토에게 애정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가족의 감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례 방법과 비용, 사체 처리, 남은 가족의 애도까지 결정해야 한다. 현행 생활법령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는 동물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의료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생활폐기물로 배출할 수 있다. 허가받은 동물장묘시설에서는 화장·건조장·수분해장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체를 임의로 매립하거나 소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법적 처리 방법이 마련돼 있다고 해서 보호자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치료를 선택할지, 마지막을 어디에서 맞게 할지, 떠난 뒤 어떻게 애도할지는 여전히 가족의 몫이다. 토토누나는 관을 쓰지 않고, 수의를 입히지 않는 등 가장 저렴한 방식을 택했음에도 장례와 화장에 30만 원 가량 들었다고 했다.
끝까지 치료할 것인가, 편히 보내줄 것인가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모든 가족이 같은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결정을 가족의 사랑과 죄책감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가족도 결국 보호자의 한 사람일 뿐이며, 치료비와 돌봄 시간을 무한정 감당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동물의료 제도개선 TF’ 논의 개시에서 공익형 표준수가제와 공공 동물병원, 펫보험 활성화 등을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꿀팁 - 펫보험 가입 시 알아야 할 유익정보 및 유의사항을 알려드립니다에서 가입 전 질병·상해는 보장되지 않고, 가입 가능 연령에도 제한이 있다고 안내한다. 보험만으로 노령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대비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친화 장기요양서비스 검토 필요성에서 장기요양 재가서비스와 반려동물 돌봄을 연계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람의 돌봄과 반려동물의 돌봄을 별개의 영역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의 생애가 길어질수록 임종기 상담과 완화 돌봄, 장례 정보, 펫로스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사는 가정에서는 사람의 돌봄과 동물의 돌봄을 따로 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치료를 무조건 늘리는 제도가 아니다. 보호자가 진료비와 치료 효과, 연명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받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면 가족에게만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토토의 마지막은 그 부담이 아직 개인과 가족에게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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