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할망숙소’ 4곳 재정비… 해녀 생활, 마을 역사 등 상품화

제주 시니어 여성들이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여행객을 맞는 숙박 사업에 나선다. 은퇴 이후 별도의 일자리를 찾는 대신 기존 주거 공간과 삶의 경험을 경제활동의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지역 기반의 시니어 일자리 모델로도 주목된다.
에어비앤비와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제주올레길 인근에 시니어 여성이 운영하는 ‘할망스테이’ 4곳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할망스테이는 제주올레가 2009년 시작한 ‘할망숙소’를 변화한 여행 환경에 맞게 재정비한 사업이다. 올레길 주변에 사는 제주 할머니들이 사용하지 않는 방이나 공간을 여행객에게 내주던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니어 여성이 직접 숙소 운영자로 참여하고 자신의 삶과 마을 이야기를 여행객에게 전하도록 했다.
이번에 문을 연 숙소는 애월리 ‘애월당귤-불턱올레’, 귀덕리 ‘귀덕온담’, 행원리 ‘순자할망민박’, 남읍리 ‘두모악’ 등 4곳이다.
호스트들이 가진 경험도 숙소의 특징으로 활용된다. 귀덕온담에서는 평생 귀덕 바다에서 물질해 온 이성매 해녀가 아들, 손녀와 함께 여행객을 맞는다. 순자할망민박은 50년 넘게 해녀로 일한 김순자씨가 물질로 번 돈을 들여 직접 고쳐온 친정집을 숙소로 꾸몄다.
애월당귤-불턱올레를 운영하는 최순덕씨는 제주로 이주한 뒤 해녀에 도전한 경험을 여행객과 나눈다. 숙소에는 제주올레 ‘족은안내소’도 마련해 올레길과 마을 정보를 제공한다. 두모악의 이진옥씨는 제주올레 안내사와 길 지킴이로 활동한 경험을 숙소 운영에 접목했다.
이번 사업에는 에어비앤비가 제주올레에 지원한 커뮤니티 펀드 15만 달러(약 2억1750만 원)가 사용됐다. 제주올레는 이 기금으로 시니어 여성 호스트를 발굴하고 빈방과 공용공간을 정비했다. 공간 구성과 숙소 운영 준비, 사진·영상 제작 등도 지원했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이 주로 고용이나 단기 근로에 집중돼 있다면 할망스테이는 고령자가 이미 가진 주거 공간과 지역에 대한 지식, 직업 경험을 활용해 스스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해녀 생활이나 마을의 역사처럼 쉽게 상품화하기 어려웠던 개인의 경험을 지역 관광과 연결했다.
에어비앤비는 시니어를 포함한 중장년 여성의 숙박업 창업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2024년부터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여성능력개발원과 경력보유여성을 대상으로 ‘공유숙박 호스트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시니어 여성 호스트들이 자신의 공간과 삶의 이야기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사례”라며 “지역의 공간과 콘텐츠, 사람이 결합하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