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돌봄 조율, 대변자 부재 걱정 커… ‘질 낮은 돌봄’에 대한 공포 81%

미국에서 장기 돌봄을 둘러싼 불안이 비용 문제를 넘어 ‘누가 내 편에서 돌봄을 조율해 줄 것인가’라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3일 미국 보험사 네이션와이드 산하 네이션와이드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2026 장기 돌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혼자 장기 돌봄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없는 것을 걱정한다고 답했다. 이는 혼자 남겨졌을 때 돌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응답(71%)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돌봄을 조율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질 낮은 돌봄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각각 81%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장기 돌봄이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라 돌봄 의사결정, 가족 내 역할 분담, 신뢰할 수 있는 대리인의 존재와 연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홀리 스나이더 네이션와이드 생명보험 부문 대표는 “미국인들은 장기 돌봄 계획이 재정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며 “존엄하게 나이 들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을 대신해 결정을 도와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다수는 시설보다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돌봄을 받기를 원했다. 전체의 73%는 장기 돌봄이 필요할 경우 본인 집이나 가족·지인의 집에서 돌봄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돌봄 제공자로는 배우자나 파트너를 기대한다는 응답이 50%, 자녀를 기대한다는 응답이 40%였다.
그러나 실제 준비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집에서 돌봄 받기를 원하는 응답자 가운데 이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 계획을 세운 비율은 37%에 그쳤다. 향후 돌봄 제공자를 미리 정해둔 응답자는 27%였으며, 노후에도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개조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원하는 노후 방식과 실제 준비 사이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돌봄 경험은 응답자의 장기 돌봄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사에서 돌봄 제공자들은 주당 평균 22시간을 가족 돌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시간제 일자리'를 하나 더 뛰는 것과 맞먹는 부담이다. 또 교통비, 처방약, 생활필수품 등으로 월평균 382달러(약 51만 원)를 본인이 부담했으며, 장기 돌봄의 주된 의사결정자인 경우 이 비용은 월평균 445달러(약 60만 원)로 높아졌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30세에서 45세) 돌봄 제공자의 부담이 컸다. 이들 중 73%는 가족 돌봄을 위해 자신의 은퇴계좌에서 대출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59%는 자녀 교육비나 상속 등 자녀를 위해 쓰려던 자금이 돌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58%는 돌봄 비용 때문에 은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돌봄 경험은 미래 준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돌봄 제공자는 비돌봄자보다 장기 돌봄에 대해 잘 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향후 자신의 돌봄 제공자를 정했거나 미래 돌봄 비용을 위한 저축·투자 계획을 세운 비율도 높았다. 네이션와이드는 가족들이 위기 상황이 닥친 뒤에야 재정과 의료 결정을 내리기보다, 돌봄 선호와 비용, 의사결정 대리인에 대해 사전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해리스폴이 네이션와이드 의뢰로 2026년 4월 미국 내 30세 이상 성인 12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응답자는 가구소득 7만 5000달러(약 1억 원) 이상인 사람으로 한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