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론테크 포럼서 실행방안 논의… “주거·교육·돌봄·기술 결합한 시니어 커뮤니티 필요”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 주거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학습, 관계, 돌봄, 기술이 결합된 커뮤니티로 전환돼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대학 기반 은퇴자 주거단지인 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를 한국형 시니어 커뮤니티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인프라, 지역사회, 스마트홈 기술, 제도 개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28일 ‘시니어 커뮤니티와 UBRC, 그 필요성과 실행방향’을 주제로 ‘2026 에이징 제론테크 포럼’ 행사를 온라인에서 열었다. 포럼에는 김종률 한국UBRC학회 회장, 김종만 한파트너플랜 대표, 이문오 애드에이블 대표, 김동미 마실문화공동체 이사 등이 참여했다.
개회사에서 이상용 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은 시니어 커뮤니티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시니어 주거가 보호와 관리 중심의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율성, 사회참여, 경제활동이 가능한 플랫폼형 커뮤니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UBRC를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의료, 돌봄, 주거, 여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미래형 시니어 라이프 인프라의 핵심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첫 발제를 맡은 김종률 한국UBRC학회 회장은 UBRC를 인생 3막을 여는 신개념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대학의 위기, 인력 고령화, 지역 소멸이라는 세 가지 절벽을 동시에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은 유휴 부지와 교육 인프라를 갖고 있고, 은퇴자는 경험과 지식, 자산, 사회참여 의지를 갖고 있다. 이 둘을 연결하면 고령자를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대학 지식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형 모델로는 남서울대학교와 연계한 계획을 소개했다. 김 회장은 남서울대의 일부 유휴 부지를 활용해 호수와 캠퍼스를 조망하는 UBRC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입주자들이 단순 거주자가 아니라 평생교육, 멘토링, 창업, 지역사회 기여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률 회장은 한국형 UBRC의 제도적 쟁점으로 ‘대학 안에서 은퇴자를 어떤 지위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꼽았다. 그는 대학 부지와 기숙사, 평생교육원을 활용하려면 은퇴자를 단순 입주자가 아니라 평생교육원 원생이자 대학 공동체 구성원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숙사 입소 자격이 학생 중심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평생교육원 원생을 학생으로 볼 수 있는지, 또는 교육 목적의 체류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한국형 UBRC 실행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종만 한파트너플랜 대표는 ‘시니어 스마트홈과 커뮤니티’를 주제로 고령자 주거 공간에 적용해야 할 기술과 설계 원칙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집이 사람을 돌보고 기술이 삶을 지켜주는 시대가 왔다”며 “미래의 시니어 주거는 AI 돌봄과 자립 주거형 시설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기술 도입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니어 커뮤니티의 핵심은 규모나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해 운영에 적절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시설은 운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UBRC의 제도적 위치와 한국형 적용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문오 애드에이블 대표는 UBRC가 기존 실버타운이나 노인복지시설과 달리 대학을 기반으로 학습, 참여, 세대통합을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노인복지법, 건축법, 대학 기숙사 제도, 의료·돌봄 체계가 분절돼 있는 현실에서 주거, 교육, 커뮤니티, 웰니스, 돌봄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미 마실문화공동체 이사는 지역 기반 소규모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 부평구에서 운영 중인 마실문화공동체 사례를 소개하며 “핵심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교육, 영화 상영, 대화 프로그램 등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고립을 줄이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생활 속 관계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심우정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UBRC가 획일적 모델로 확산되기보다 다양한 주거 선택지 중 하나로 실험되고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과 시니어가 함께 생활하고 교류하는 환경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다”며, 기술은 단독 해법이 아니라 삶의 맥락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