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중심 돌봄의 대표적 숙제, “의료기관 과부하 줄이는 것 핵심”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에서 의료와 사회복지의 연계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을 바라보는 직역간 관점이나 이해관계의 차이가 갈등을 만들어내는 모양새다.
이러한 갈등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초청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무라키 타다시 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 전 이사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와 사회복지 간 갈등은 일본도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행정기관이 중재 역할을 맡아야 하지만 현실에선 큰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협동복지회의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해법을 사용한다”고 조언했다.
복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역시 이 문제를 지역 협력의 문제로 보고 있었다. 병원과 장기요양기관, 복지 영역이 따로 움직여서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공개된 네덜란드 사회복지 분야 팟캐스트 ‘돌봄 파트너들(Partners voor Zorg)’에서도 확인된다. 이 대담에는 네덜란드 돌봄·복지 연구소 빌란스(Vilans)의 지역 협력 프로그램 ‘레기오크라프트(RegioKracht)’ 관계자인 르네 반 헷 에르베와, 돌봄기관 펀디스(Fundis)의 대표이자 지역 협의체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반 덴 우버가 참여했다.
이들은 네덜란드 역시 고령화와 돌봄 수요 증가, 재정 압박,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예룬 반 덴 우버는 이 과정에서 의료와 복지의 역할을 지역 안에서 다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과 노인돌봄기관이 따로 움직여서는 병원의 부담을 줄이기 어렵고, 지금 의사들이 맡고 있는 일 가운데 일부는 지역의 복지와 생활지원 체계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외로움이나 고립, 채무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지역사회가 먼저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꼭 의료체계가 맡지 않아도 될 수요까지 병원으로 몰리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르네 반 헷 에르베도는 각 기관이 일상 업무는 지금처럼 수행할 수 있지만, 기관 하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역 안에서 어떤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지,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하는지를 같이 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역시 협력이 쉽지 않은 부분을 인정했다. 네덜란드 현장에도 여전히 ‘우리 기관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것. 예룬 반 덴 우버는 “앞으로는 지역 안에서 함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의료기관의 부담을 나누며, 부족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는 지역 단위 협력 구조를 별도로 만들고 있다. 르네 반 헷 에르베는 빌란스의 지역 협력 프로그램이 2019년부터 장기요양 분야의 지역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돌봄보험 권역마다 요양원, 재가돌봄기관, 지역간호 조직 등이 참여하는 협의 테이블을 만들고, 여기서 지역 계획과 재원 배분을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보험운영기관이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했다. 보험운영기관은 단순히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합의한 방향이 실제 서비스 구매와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까지 맡는다는 설명이다.
지역 협력이 일회성 논의에 머물지 않도록 제도적 틀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있다. 르네 반 헷 에르베는 일부 지역에서 재단이나 협회, 법인 형태의 조직을 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단위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고, 중앙정부나 재정 주체와도 공식적으로 협의할 수 있기 때문. 지역 협력이 성과를 내려면 느슨한 회의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대담 말미에 두 사람은 다시 지역 협력을 강조했다. 이들은 돌봄 기관의 책임자들이 각자 조직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요양시설 확충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으며 주거 대안과 지자체 협력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와 복지의 연계 역시 병원 안에서만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무엇을 먼저 풀고 누가 맡을 것인지 함께 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두 사람은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