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 SK하이닉스와 ‘행복GPS’로 약 3천 건 배회 발견 성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실종 취약계층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민·관·학의 논의가 진행됐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종취약계층 실종예방 네트워크 세미나’에서는 배회감지기 보급 사업인 ‘행복GPS’의 운영 성과와 함께 치매 노인의 배회 패턴을 분석한 최신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누적 보급 3만8721명, 실종자 발견 3천 건 육박”
이날 세미나에서 김응철 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 부장은 2017년부터 시작된 ‘행복GPS’ 사업의 성과를 발표했다. 재단에 따르면, 사업 시작 이후 2025년 현재까지 총 3만8721명의 치매 노인 및 발달장애인에게 기기가 무상 보급됐다. 특히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이 기기를 활용해 실종자를 발견한 사례는 총 2929건에 달한다. 이 중 경찰에 공식 접수된 사례가 247건이며, 보호자가 기기를 통해 직접 발견한 ‘생활 발견’ 사례가 2682건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발견 소요 시간 역시 크게 단축됐다. 치매 환자의 경우 사업 도입 전 평균 12시간이 걸리던 발견 시간이 98.4분으로 줄었으며, 발달장애인은 76시간에서 67.2분으로 단축되어 생명과 직결된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했다.
“배회감지기 보급, 사회적 비용 줄이고 생존율 높여”
발표에 나선 김민성 경찰청 실종정책계장은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실종 수색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김 계장은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연간 약 1만4000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라며 "경찰 인력만으로는 수색에 한계가 있는데, 행복GPS와 같은 배회감지기를 착용한 경우 평균 발견 시간이 12시간에서 1시간 남짓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된다"고 밝혔다. 또한 "실종자 발견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배회감지기 보급 확대와 데이터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무경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은 국내 치매 환자 현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오 부센터장은 "국내 치매 환자가 급증하며 실종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사회적 재난이 되었다"며, "특히 실종 시 사망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아 지역사회의 촘촘한 감시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노인 48.3%는 무목적 직진... 도시 복잡한 교차로가 배회 유발
이어 발표된 배회 패턴 연구 결과는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현미 한국취약노인지원재단 사무국장은 실제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배회 실증 분석과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향후 사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노인의 배회 유형은 매우 독특한 양상을 띠었다. 조사 대상 치매 노인의 48.3%가 특별한 목적지 없이 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는 ‘한 방향 무목적 직진형’ 배회 행동을 보였다. 반면, 스스로 길을 찾아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출발지 회귀형’은 20.7%에 불과해, 치매 노인이 한 번 집을 나서면 스스로 복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환경적 요인도 배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시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의 배회 확률은 75.1%로 시골(18.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도시의 복잡한 교차로가 치매 노인에게 시각적 혼란을 줘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도시 노인은 하루 평균 15번의 교차로를 마주하며, 복잡한 교차로에 진입할수록 걸음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배회 징후를 보였다.
현재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으로도 활동 중인 김현미 사무국장은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며, 향후 ‘행복GPS’ 사업이 나아갈 고도화 방향을 강조했다. 그는 “축적된 GPS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배회 패턴을 정교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라며, “실종이 발생한 뒤 수색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이동 패턴이 감지되면 즉시 보호자에게 알림을 주는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영란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아무도 ICT 기반 사회공헌을 시도하지 않던 때 SK하이닉스가 행복GPS를 시작해 노인복지 현장에 디지털 기기를 접목하는 선도 모델을 만들었고, 이 사업은 우리나라 ‘스마트 복지’의 시초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회는 ‘목적 없이 돌아다님’으로만 볼 게 아니라 당사자 나름의 목적이 있는 이동으로도 접근해야 한다”며, 치매 예방 서비스 체계 안에서 배회를 어떻게 다루고, 행복GPS의 지원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지 더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혜승 도봉구치매안심센터 팀장과 조진희 서울발달장애인지원센터 팀장은 독거노인 돌봄 공백 해소와 지역사회 공공 안전망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임호선 의원, ‘인사만 하고 뜨는’ 관례 깨고 관심 보여
이날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공동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이 행사 서두에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뜨는 관례와 달리, 임 의원은 세미나 종료 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질문을 던지며 열띤 토론을 주도했다.
36년간 경찰에 몸담았던 임 의원은 “가족이 실종되었을 때 그 심정은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는 것을 넘어, 독거노인 실종 예방을 위해 ‘행복GPS 통합 모니터링 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공 안전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실무적인 정책 대안을 강하게 제시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