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데이터로 읽는 황혼육아의 현실

입력 2026-02-02 07:00
기사 듣기
00:00 / 00:00

[우리 모두의 황혼육아] 대한민국은 지금 ‘조부모 독박육아’ 중

▲AI 생성
▲AI 생성

2024년 통계청 조사 결과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5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가 보육 시스템이 메우지 못한 일상의 틈새는 여전히 깊다. 그 빈자리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채운 존재는 조부모다. 이제 ‘황혼육아’는 개인의 선택이나 선의를 넘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됐다. 하지만 조부모 돌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시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맞벌이 증가, 돌봄은 가족으로 이동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기관 보육 이용률은 높아졌으나 하원 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육아정책연구소와 보건복지부의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기관 이용 후 조부모 돌봄 비중은 2018년 7.4%에서 2023년 8.25%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서울시 양육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62%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부모 돌봄이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맞벌이 가구의 ‘필수 옵션’임을 시사한다.

결국 오늘날의 황혼육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낳은 구조적 산물에 가깝다. 조부모는 이제 등·하원과 방과 후 시간 등 일상의 리듬을 함께 책임지는 핵심 돌봄 주체로 자리 잡았다. 맞벌이 사회가 고착화됨에 따라 조부모 돌봄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일상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조부모 돌봄, ‘예외’가 아닌 ‘일상’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특별한 광경이 아니다. 과거 조부모 돌봄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잠시 도움을 받았던 ‘예외적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맞벌이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하고 일상적인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 돌봄 체계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문을 닫으며 공적 돌봄 인프라는 급격히 위축됐고, 외부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맞벌이 가구는 결국 조부모라는 ‘최후의 보루’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24년 육아정책연구소 실태조사에서는 팬데믹 당시 맞벌이 가구의 조부모 돌봄 의존도는 37%까지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구조적 상수’로 굳어졌다는 사실이다. 공적 돌봄의 회복이 가구의 기대를 밑도는 사이, 위기 상황에서의 임시방편이었던 조부모 돌봄은 어느덧 맞벌이 가정의 필수 옵션이 된 셈이다.

그 결과, 2010년대 초반 20%대에 머물던 조부모 돌봄 비중은 최근 30~40% 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영유아 가정이 부모 외의 대리 양육자(혈연, 육아 도우미 등)를 찾는 경우 그 주체의 약 85%가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의 질적 양상도 변화했다. 영유아기에 시작된 도움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면서, 조부모는 이제 등·하원과 방과 후 시간 등 아이의 일상 궤적 전반을 함께 책임지는 핵심 양육 주체로 자리 잡았다.

결국 오늘날의 황혼육아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가족의 희생으로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조부모 돌봄 노동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개인이 짊어진 육아의 무게를 나누어 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할머니 중심에서 할아버지도 돌본다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황혼육아는 오랜 시간 ‘할머니의 몫’으로 인식되어왔고, 실제 노동의 무게 역시 여성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그 견고했던 성별 벽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부모 돌봄 참여자 중 할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할아버지의 역할 또한 등·하원 동행과 학원 이동 보조, 놀이 돌봄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은퇴 연령의 변화와 남성 노인의 생활 방식 변화가 맞물리며 ‘할아버지 육아’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돌봄 참여 확대는 할머니에게 편중됐던 육아 부담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가족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성별에 구애받지않는 건강한 돌봄 공동체로 서서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황혼육아 시니어의 부담은 ‘보이지 않는 노동’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조부모 돌봄은 대부분 무급 노동이자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근로계약도, 정해진 휴식도,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돌봄의 밀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짙어졌다.

이는 조부모가 단순한 보조자를 넘어 사실상 ‘준전일제 돌봄 인력’으로서 맞벌이 가정의 일상을 전적으로 지탱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과정에서 조부모들은 근골격계 질환 등 신체적 피로와 만성질환 악화를 호소한다. 그러나 황혼육아는 여전히 통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거대한 축임에도, 여전히 제도권 밖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남겨진 셈이다.


‘도와주는 것’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변질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그래픽=이은숙기자ㆍAI_생성

많은 황혼육아는 ‘잠깐 도와주겠다’는 선의로 시작된다. 하지만 돌봄의 영역은 등·하원을 넘어 식사, 숙제, 병원 동행, 방학 돌봄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명확한 합의 없이 시작된 도움은 어느덧 상시적인 책임으로 굳어지고, ‘가족’이라는 명분 아래 역할의 경계는 흐려진다. 조부모는 거절할 수 없고 부모는 기대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 갈등과 소진은 소리 없이 누적된다. 황혼육아의 가장 큰 무게는 바로 이 무너진 경계에서 발생한다.


제도는 아직 ‘시범 수준’

▲AI 기반 편집
▲AI 기반 편집


최근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조부모 돌봄 수당’은 이를 사적 영역의 선의가 아닌 사회적 기능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변화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 지역별로 지원 여부와 금액이 천차만별이며, 월 20만~60만 원 수준의 수당으로는 실제 돌봄 부담을 보전하기에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조부모의 법적 지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이들은 공식 돌봄 인력도, 제도적 보호 대상도 아닌 ‘경계적 존재’로 남아 있다. 노동은 수행하되 인정받지 못하고, 책임은 지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현실은 이미 구조화됐으나, 정책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개인의 선의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최근 국회와 정책 현장에서 ‘황혼육아지원법’ 논의가 본격화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맞벌이 구조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조부모 돌봄은 이미 공적 체계의 빈틈을 메우는 ‘비공식 인프라’다. 이는 개별 가족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돌봄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제 논의의 핵심은 ‘돌봄의 공적 인정’으로 향해야 한다. 조부모 돌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는 침묵의 강요를 끝낼 때다. 황혼육아는 이제 정서적 미담의 영역을 넘어, 권리와 책임을 명시한 정책과 제도의 언어로 번역돼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 데이터로 읽는 황혼육아의 현실
  • 예비 초3 쌍둥이네 황혼육아 동행기
  • 우리 모두의 ‘황혼육아’
  • 말은 달리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브라보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