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기반 세대 교류 서비스 ‘모토메이트’ 주목… “긍정적인 나이 듦 목표로”
서비스 현장서 고령 소비자 목소리 청취
축적된 데이터 연구소 통해 업계와 교류
최근엔 지역별 행사로 기업 인지도 넓혀

일본에서 세대 간 교류를 사업 모델로 발전시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초고령사회, 한일 시니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 혁신과 협력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5 한일 시니어 포럼’에서 특별 강연자로 나선 마에다 노부히로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기업 중 하나로 에이지웰재팬(AgeWellJapan)을 지목했다. 그는 “이들의 사업 모델은 청년 고용과 고령자의 보람 있는 삶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았다”며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차별과 고령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에이지웰재팬은 초고령사회를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아래, 세대 간 교류를 기반으로 한 시니어 서비스와 연구 조직을 결합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회사가 전면에 내세우는 개념은 ‘에이지웰(Age-Well)’이다. “도전과 발견을 통해 긍정적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뜻으로, 초고령사회가 고령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가치관·문화·제도 전반을 바꿔야 할 과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창업 배경에는 가족의 한 장면이 놓여 있다. 창업자인 아카기 마도카(赤木円香) CEO는 “친할머니가 ‘오래 살기만 했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장수가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고령자가 삶의 의미를 다시 찾도록 돕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년 퇴직 이후 ‘회사에서의 졸업’이 곧 ‘사회에서의 졸업’으로 이어지고, 자녀 양육이 끝난 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카기 CEO는 “할머니가 골절을 겪은 뒤 나이 드는 일을 점점 두려워하고 움츠러들었고, 외로움과 불안을 안은 채 가족과 사회에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니어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며 “그 감각이 창업의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에이지웰재팬이 제시하는 해법은 ‘돌봄’이나 ‘요양’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회사는 의료·돌봄과는 다른 ‘새로운 시니어 시장’을 만들겠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기능 보조가 아니라, 시니어가 다시 자기 삶의 중심으로 돌아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실현하도록 돕고자 한다. 그 핵심에는 방문형 서비스 ‘모토메이트’가 있다. 회사는 모토메이트를 세대 간 교류를 통해 서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동행’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모토메이트’의 구조는 단순 방문 서비스와 구분된다. 에이지웰재팬은 전담 파트너를 ‘에이지웰 디자이너(Age-Well Designer)’로 정의한다. 이들은 이용자 집을 찾아가 생활 속 불편을 돕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용자의 ‘하고 싶은 것’과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잠재 욕구를 끌어내 실행까지 함께한다고 회사는 밝혔다. 여기에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식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천천히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 철학을 떠받치는 운영 원칙으로 회사가 반복해 강조하는 것은 ‘경청’과 ‘대화’다. 회사 관계자는 “상대의 마음과 배경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 세대와 입장을 넘어 연결되는 첫걸음”이라며 “에이지웰재팬은 이 토대 위에 ‘자기인식-도전-발견’이라는 3요소가 순환하는 자체 프레임을 행동의 축으로 삼고, 개인이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초고령사회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에이지웰재팬은 ‘현장’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회사는 방문 서비스 ‘모토메이트’와 다세대 커뮤니티 공간 ‘모토바’ 이용자를 대상으로 에이지웰 디자이너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대화 내용을 기사 형태로 가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와 현장의 노하우는 기업·지자체와의 협력 사업에 활용돼 시니어의 실태와 니즈에 기반한 신규 사업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에이지웰 디자인랩’이다. 단순한 사내 부서가 아니라 독립된 연구소 형태다. 산업·정부·학계를 비롯해 분야와 업계를 넘어 외부 네트워크를 넓게 형성하고, 지식 교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연구소가 하는 일은 ‘현장의 대화에서 얻은 생생한 목소리’로 시장 이해를 넓히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회사는 성과를 공유하는 장으로 매년 콘퍼런스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콘퍼런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인 동시에, 초고령사회에서 비슷한 문제의식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는 장이기도 하다고 회사는 밝혔다.
기업·지자체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다. 에이지웰재팬은 각 서비스에서 축적되는 시니어 회원 데이터와 연구소의 지식 자산을 활용해 기업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 개발·시장 조사 등 솔루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의료 현장과의 결합도 그중 하나다. 회사는 최근 의료법인 KNI와 그 관련 의료기관과 협력해 재활병원 현장에서 ‘에이지웰 디자이너’ 개념을 시험 적용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적용해, 환자의 자기결정과 도전 의지를 끌어내는 접근이 회복의 질·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에이지웰재팬은 최근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 고령자들과의 만남도 연이어 시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도쿄에서 ‘에이지웰 페스티벌 2025’를 열어 생활·건강·연결을 주제로 체험형 콘텐츠와 무대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이틀간 연인원 3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또 이 행사를 세대가 함께 즐기는 장으로 키우겠다는 방향 아래, 도시 중심의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으로 내려가는 확장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12월 6~7일에는 나고야 호시가오카 테라스에서 지역 연계 행사 ‘에이지웰 호시가오카’를 처음 개최했으며, 회사는 이를 지역에서 세대가 만나고 ‘도전’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프로젝트로 설명했다. 같은 달 6일 요코하마 후타마타가와에서는 다세대 커뮤니티 공간 ‘모토바’를 기반으로 ‘모토바 윈터 페스티벌’을 열어 시니어·학생·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에이지웰재팬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지리적으로 가깝고 고령화율 흐름이 유사한 나라로 지목하며 “장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한국과 같은 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들과 나누며, 오래 사는 것이 기쁨이 되는 사회를 함께 구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