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에서 출발해 10년… 부산의 학습 공동체 ‘위대한 경영자‘ 허소미 대표

부산에서 시작된 한 경영 공부 모임이 설립 10년을 넘기며 구심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름은 ‘위대한 경영자(The Great Executive)’. 화려한 수식 없이 “사명을 자각한 경영자를 키운다”는 단 하나의 문장을 걸고 달려왔다. 이 모임을 만든 허소미 대표는 스스로를 “단지 판을 까는 사람”이라고 낮춘다. 누군가를 전면에 세우기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성과를 낸 사람이 다시 강단에 서는 구조를 만든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허 대표는 모임을 통해 2030년까지 1600명의 경영자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허 대표가 ‘위대한 경영자’를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계기는 단순했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 자신도 그 흐름에 동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주변에서 경영 공부를 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당장 실행에 옮겼죠. 다양한 경영, 자기계발 강연을 쫓아다니기 시작했어요. 혼자 하니까 너무 어려워서 유명하다는 서울의 강사들을 부산에 불러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죠. 한 2년쯤 지나니까 사람들이 달라지고 성과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태도’ 준비된 경영인 모아 공동체로
‘위대한 경영자’의 수업 대부분은 이처럼 성과를 낸 수료생이 강사가 되는 선순환 방식으로 운영된다. 배우고, 적용하고, 성과를 내고, 다시 나누는 구조다. 이 공동체가 추천제로만 운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 대표는 “공부를 아무나 시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태도가 준비된 사람, 그가 말하는 ‘성실한 사람’만 받는다. 현재 수료생은 794명이다. 연간 수료 인원은 평균 100명 내외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전환으로 한때 연 200명 가까이 수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시 속도를 늦췄다. 대신 한 번 들어온 사람을 오래 붙들어두는 데 집중한다.
이 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복습에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 등록하면 이후 강의를 계속해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허 대표는 “한 번 배워서 잘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겠지만, 현실은 반복해야 몸에 남는다”고 말했다. 강사는 계속 바뀌고, 각자의 성과도 진화한다. 현재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낸 수료생만 100명이 넘는다. 그는 이를 “가진 성과물 중 가장 큰 것”이라고 했다.
이 공동체의 철학적 뿌리는 피터 드러커다. 허 대표는 경영을 단순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본다. 그래서 수업의 절반은 자신을 말하는 시간이다. 수료생들은 4주 동안 자신의 과거, 강점,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반복해서 발표한다.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 발표와 기록의 과정에서 완성되는 도구가 ‘액션 비전 체계’다. 사명·비전·핵심 가치를 한 장에 정리하고, 맨 끝에 ‘단 한 가지’ 행동을 넣는다. 매일 실천하면 비전이 현실이 되도록 설계한 구조다. 그는 이를 단지 문서가 아니라 삶의 리듬으로 만들려고 했다.
“액션 비전 체계는 종이 한 장에 사명, 비전, 핵심 가치를 담고, 맨 끝에 실천할 단 한 가지 행동을 넣도록 해요. 그 단 한 가지를 매일 실천하면 비전이 현실이 되는 것이죠. 수료 후에도 매일 실천할 수 있도록 이것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줘요. 비전이 바뀌었다면 새로 만들어 보내 주고요.”
이 과정은 현직 경영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인 기업가, 자영업자, 그리고 퇴직 이후 방향을 잃은 중장년 참여자도 많다. 허 대표는 “사명을 자각한 사람은 두려움도 없고 지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직함과 조직을 내려놓은 뒤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설명하지 못해 흔들리는 퇴직자, 은퇴자들에게 이 공동체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와서 꼭 해야 할 일’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꼭 해야 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죠. 사명을 자각하면, 좀 힘든 일이 있어도 그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수료생들은 ‘바쁘다’, ‘시간 없다’, ‘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세 가지 말을 하지 않도록 강조해요.”

강한 결속력으로 경영인을 더 위대하게
‘위대한 경영자’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회원 간 강한 결속력이다. 이를 위해 허 대표는 모든 수료생을 살뜰히 챙긴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강점과 필요를 파악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한다. 느슨하지만 끈질긴 연결이 공동체의 결속력을 유지시킨다.
이 결속력의 상징적인 사례가 ‘이스타’ 모임이다. ‘코스닥 1세대 신화’‘AI 열풍의 중심’이라 불리는 리노공업 이채윤 회장이 7년째 젊은 경영자들을 월 1회 직접 멘토링하는 모임이다. 이 회장은 위대한 경영자 수료생 중 선발된 이들과 함께 지속 성장하는 경영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스타 멤버는 약 65명이다. 이 그룹에는 멘토링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 중인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지역성도 이 공동체의 중요한 맥락이다. 서울에 비해 경영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부산에서, 허 대표는 10년간 외부 지원 없이 이 일을 이어왔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전환을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됐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대중 강연을 1년간 무료로 진행했다. 강연에는 매번 200명 이상이 모였다. 그는 “판을 깔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그 결과 광주·전남 지역은 부산보다 더 ‘위대한 경영자’가 알려진 곳이 됐다.
‘위대한 경영자’라는 이름에는 허소미 대표의 이력이 겹쳐 있다. 교대 졸업 후 초등교사, 전업주부, 보험회사 지점장을 거친 그는 피터 드러커 경영철학을 공부하며 학습 공동체를 만들었다. 10년을 돌아보며 그는 “쉬운 적은 없었다”고 했다. 추천제 원칙을 지키며 수강생을 모집하는 과정이 특히 힘들었지만, “공부하다 떠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다”며 원칙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알려지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한번 들어보라”고 권한다. 사명을 먼저 세우고 방법은 뒤따른다는 믿음에서다.
퇴직 이후의 삶을 다시 설계하려는 이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현장에서 버티는 경영자들에게, ‘위대한 경영자’는 빠른 해답 대신 느리지만 단단한 믿음을 새기는 공동체로 성장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