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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맞춤 ‘부티크형 검진’으로 건강 격차 줄이죠”

입력 2025-11-07 07:00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대부분의 사람에게 건강검진은 여전히 ‘수동적인 연례행사’에 가깝다. 은퇴 전엔 회사가 지정한 검진센터로, 은퇴 후엔 자녀의 권유로 병원을 찾지만 정작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모른 채 ‘정해진 대로’ 움직인다. 광동병원은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개인의 건강 이력과 위험 요인을 분석해 최적의 검진 항목을 제안하는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강검진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조상헌 병원장과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은 “노후를 좌우하는 것은 ‘부(富)의 격차’보다 ‘건강의 격차’”라고 강조한다.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왼쪽)과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왼쪽)과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사람마다 ‘건강의 격차’가 ‘부의 격차’보다 커요. 70대 중반까지 큰 질환 없이 건강하신 분은 계속 건강하게 사세요. 반대로 재산은 많지만 술·담배, 생활 습관 관리가 안 되면 많은 병에 걸려 있죠. 건강 격차가 정말 커요. 진짜로요.”(박민정 대표원장)

건강검진은 긴 대기 끝에 검사를 받으며 반나절 혹은 하루를 보내고, 나중에 결과지를 받아도 충분한 설명 없이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광동병원은 이런 ‘공장식 검진’의 한계를 넘어, 개인의 건강상태와 필요에 맞춘 부티크형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의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상헌 병원장과 박민정 대표원장은 올해 3월 나란히 광동병원에 합류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대표원장이 레지던트였던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함께 일하며 건강검진 분야에서 명의 반열에 오른 두 사람은 이번에 광동병원에서 다시 만나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조 병원장은 세계적인 천식·알레르기 면역학의 권위자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장, 이명박 전 대통령 자문의 등을 역임했다. 박 대표원장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왕립전문병원 부원장을 맡아 국내외 의료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오른쪽)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오른쪽)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20대부터 100세까지 건강 리스크 고려한 맞춤형 관리

가산의료재단 광동병원은 1994년 ‘광동한방병원’으로 개원할 때부터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23년 7월 광동한방병원에서 광동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30여 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융합의학 전인치료 △개인 맞춤 예방치료 △생애 전 주기 정밀진단 △환자 중심 공감치료를 4대 핵심 가치로 정하고 토털 라이프케어를 지향한다.

특히 광동병원 ‘글로벌 검진센터’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검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원장은 “검진센터의 주요 타깃층은 20대부터 70대 후반까지, 병원 전체로 보면 100세까지”라며 “연령대별 평균 질환 위험도를 기본으로 하되, 개인별 건강 리스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고객 맞춤 서비스)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층도 상담을 통해 가족력이나 조기 질환 위험이 있다면 검진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쏟는다. “대부분 20~30대는 ‘회사에서 지원하니까’ 검진을 받지만, 문진을 해보면 가족력이 있거나 조기 검진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프로그램을 조금 확장해 맞춤 검사를 하죠.” (박 대표원장)

▲광동병원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광동병원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건강검진, 매년 똑같을 필요 없습니다”

조 병원장과 박 대표원장은 광동병원에 합류한 후 ‘순환형 검진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축했다. 병원 내 ‘프로그램운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여러 논의를 거쳐 ‘고객 맞춤형 건강검진 시스템’이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조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개원부터 성장까지 10여년 간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으며, 매년 똑같이 진행하는 ‘공장형 건강검진’보다 고객 맞춤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대부분의 검진 프로그램은 매년 똑같은 항목을 반복합니다. 효율적이지만 놓치는 영역이 많아요. 고객으로서는 디테일한 내용을 잘 모르니 회사와 약정된 대로 하죠. 그러다 보면 매년 건강검진을 했는데 한 번도 체크하지 않은 신체 영역이 있어, 갑자기 병이 나타나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하죠. 검진으로 병에 대한 리스크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고,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자료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 병원장)

광동병원의 순환형 프로그램은 3~4년 주기를 기준으로 신체의 주요 부분을 순차적으로 점검한다. “예를 들어 가족력이 없는 60대 여성이라면 본인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을 먼저 검진하죠. 만약 암이 가장 걱정된다면 첫해에는 암 관련 항목(소화기·부인과 계통)을 보는 거예요. 암 쪽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 해에는 골다공증이나 호르몬 변화를, 세 번째 해에는 심혈관계 검진을 집중적으로 하는 식이에요. 그렇게 3년을 하면 몸 전체를 점검하는 구조죠.” (박 대표원장)

조기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운영 “기능 유지 평가가 중요”

통상적으로 건강검진 검사 항목은 수검자가 선택한다. 그러나 광동병원 건강검진센터는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검진을 병원이 제안한다.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줄이고 개인별 위험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박 대표원장은 기억력이 감소해 치매가 걱정되는 70세 남성이라면 단순 스크리닝(Screening, 질병을 찾으려는 검사)보다 기능 유지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0대 남성이 기억력이 감소해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 치매를 걱정한다면, 종양 검진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는 순환형 프로그램보다 근육량, 골밀도, 뇌 기능을 평가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인지 기능 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죠.”

조 병원장은 병원에서 ‘조기 치매 예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부연했다. “치매는 확진 후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있어요. 조기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검진 단계에서 조기 인지장애가 의심되면 건강한 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약뿐만 아니라 운동, 식사, 수면, 스트레스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드립니다.”

주치의 책임제로 관리하는 ‘VIP 멤버십 시스템’

광동병원은 건강검진센터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며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건강검진을 넘어 ‘주치의 책임제’로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담 주치의가 고객의 생활 습관과 내원 주기, 건강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플랜을 제시한다.

“혈액검사를 3개월마다 한다고 했을 때 이런 가이드라인이 고객에게 안 맞을 수 있어요. 또 검사를 해도 술·담배를 계속한다거나, 일정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으면 검사 시기를 놓쳐버리거든요. VIP 프로그램을 통해 3개월마다 해야 할 검사를 2개월마다 할 수도 있고, 생활 습관도 교정하는 거죠. 풀리 커스터마이징(Fully Customizing)된, 주치의가 고객의 건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에요.” (박 대표원장)

고객 맞춤형 줄기세포 주사도 VIP 멤버십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기존 일부 의료기관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단순 주입하는 데 그치기도 하죠. 광동병원은 멤버십 프로그램 안에서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개인의 위험 요인을 분석·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줄기세포나 첨단 재생 치료를 연계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건강 개선과 항노화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측정 가능한 지표로 확인합니다.” (조 병원장)

양·한방 협진… 환자의 ‘언맷 니즈’ 해결

광동병원은 양방과 한방을 함께 운영하는 양·한방 협진 의료기관이다. 박 대표원장은 광동병원의 차별성을 ‘언맷 니즈(Unmet Needs,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 니즈)’를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꼽았다.

의학적 용어로 ‘언맷 니즈’는 환자 입장에서 매번 의사를 찾아도 불편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광동병원의 양·한방 협진 시스템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의학·양의학을 연계해 이러한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근육통이 생긴 환자가 한방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입원했는데, 당뇨병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양의학에서 혈당·혈압 관리를 맡고, 한방은 물리치료를 담당합니다. 반대로 양방으로 진료를 보러 오셨다가 목·어깨가 너무 불편한 분은 한방에서 침을 맞기도 하죠.” (박 대표원장)

원활한 양·한방 협진은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한방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통합 진료 모델을 추구한 데 따른 효과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제대로 약을 쓰나’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런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양·한방 양쪽에서 커버해주니 언맷 니즈가 있는 고객을 용기 있게 받을 수 있더라고요. 의료진은 고객에 대해 이밸류에이션(평가)을 먼저 해줘야 하고, 그다음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협진을 하는 거예요.” (박 대표원장)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오른쪽)과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광동병원 조상헌 병원장(오른쪽)과 박민정 대표원장 겸 글로벌검진센터장. 성민하 프리랜서 s-mean@naver.com
건강도 투자처럼… 포트폴리오 맞는 ‘건강테크’ 필요

조 병원장은 결국 건강은 관리에 따라 좌우된다고 당부했다. “예전에는 건강의 80%는 태어날 때 결정된다고 생각했는데, 검진 분야에서 일하며 자기 건강에 투자하는 분들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건강의 50% 이상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는 건강관리를 투자에 빗대어 포트폴리오에 맞는 ‘건강테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테크와 비슷하게 건강테크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결과를 끌어내느냐가 중요해요. 검진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에요. 검진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더 자세히 나올 수 있죠. 중요한 건 적정한 검진 수위를 찾아가는 작업입니다. 자신의 건강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건강테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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