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티드, 동아시아 임상서 44주 만에 평균 체중 16%·허리둘레 11.9㎝ 줄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팀이 한국·태국 12개 기관과 함께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티드가 동아시아 성인에게서 유의미한 체중·허리둘레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당뇨병·내분비학’에 보고됐다.
연구진은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 150명을 세마글루티드 주 1회 2.4mg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44주 동안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관찰했다. 동아시아 임상 현장에서 사용하는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BMI 25kg/㎡ 이상)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다수의 임상 시험에서 고도비만이 많은 서양 기준(BMI 27 또는 30 이상)에 맞춰져 동아시아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보완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의 평균 체중은 44주에 16.0% 감소했고, 허리둘레는 11.9㎝ 줄었다. 위약군의 체중 감소는 3.1%, 허리둘레 감소는 3.0㎝에 그쳤다. 체중 감량 ‘성공’ 비율도 차이가 컸다. 체중의 5% 이상 감량은 96.0%(위약 25.0%), 10% 이상은 78.0%(위약 10.4%), 15% 이상은 53.0%(위약 4.2%)로 확인됐다. 복부 비만 개선 효과 역시 뚜렷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메스꺼움·변비·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주로 나타났으나, 전반적 이상반응 발생은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예상 가능한 범위의 위장관 증상”이라고 평가했다.
임수 교수는 “동아시아 비만 기준(BMI 25 이상)을 적용해 진행한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이라며 “고도비만이 흔한 서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BMI가 낮은 환자가 많은 한국·동아시아에서도 주 1회 2.4mg 요법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실제 진료 기준을 반영한 만큼 향후 진료지침과 보험 정책 마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살 때문에 고민이 큰 중장년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동아시아 체형과 임상 환경을 반영해 평균 체중·허리둘레가 동시에 의미 있게 줄어든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가 ‘주 1회 2.4mg’ 용법·용량과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한 조건에서 이뤄졌고, 위장관 증상 등 이상반응 가능성도 관찰된 만큼, 개인 상황에 맞춘 전문 진료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연구진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