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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100만명 시대… 진료 가능 치과 전국 스무 곳 남짓

기사입력 2025-06-23 15:47

공공치과병원 설립·방문진료·수가 신설 등 제도 보완 요구 목소리 커져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을 위한 치과 진료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치매환자의 구강 건강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치매 종합 대책에서조차 관련 항목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전국의 치과는 약 2만 곳에 이르지만, 치매 환자를 실제로 진료할 수 있는 치과는 50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취약 계층의 구강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치과의사들에 의해 설립된 스마일재단이 지난 5월부터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장애인진료치과네트워크에 등록된 200개 치과 중 치매환자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단 20곳에 불과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치과 네트워크’ 역시 6월 23일 기준 등록된 기관은 21곳에 그친다.

문제는 단순한 진료 인력 부족을 넘어, 제도적 공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치매환자는 행동조절 어려움과 복합적인 전신질환으로 인해 고난도 진료가 요구됨에도, 관련 건강보험 수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많은 치과의사들이 진료 부담을 이유로 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치과 네트워크’ 갈무리 모습. 6월 23일 현재 치매 환자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등록한 치과 의료기관은 21곳에 그친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치과 네트워크’ 갈무리 모습. 6월 23일 현재 치매 환자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등록한 치과 의료기관은 21곳에 그친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은 “치매환자는 씹는 기능이 저하되면 단백질 섭취 부족으로 근감소증과 영양실조를 겪고, 이는 흡인성 폐렴과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입으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순간부터 치매 환자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이후 총 4차례의 치매종합관리계획을 수립했지만, 어느 항목에도 구강건강 관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치매국가책임제’ 또한 치과 진료 항목은 빠져 있다.

반면 일본은 약 40년 전부터 방문치과진료를 제도화하고, 치과의사를 치매 조기발견 및 지역 케어팀의 핵심 인력으로 포함하는 등 치매 초기단계부터 구강기능 보존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치매와 구강건강의 연관성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2001년 일본 규슈대학교 예방치의학과 시마자키 박사 연구에 따르면 자연치아를 20개 이상 보유한 노인은 10개 미만 보유 노인보다 치매 발병률이 1.5배 낮았다. 2019년 미국의 루이빌대학교 얀 포템파 박사의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치주염균이 다량 검출돼 치매와 치주질환 간의 상관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5월 28일 서울시립 남부요양원에서는 치매환자 치과진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민간단체 간 협약식이 열렸다. 이날 협약에는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스마일재단,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치매가족협회 등 5개 기관이 참여해 공공치과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보건복지부가 수립할 제5차 치매종합관리계획에는 ▲공공치과병원 설립 ▲치과 방문진료 제도화 ▲치매환자 전용 수가 신설 ▲치과의료진 대상 치매 전문 교육 확대 등 구강건강 관련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 회장은 “치매환자는 장애인보다 진료 난이도가 높은데도 제도권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치매 어르신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진료받을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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