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로 건강관리에 적극적… ‘나를 위한 소비’에 나서
욜드족(YOLD族)은 단순히 외모가 젊어 보인다거나 부의 정도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와 기준은 국가·사회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욜드족이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욜드족이란 Young and Old의 줄임말로,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20 세계 경제 대전망’(The World in 2020)에서 젊은 노인을 의미하는 말로 언급한 이후 널리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한 유럽 전역과 미국, 일본 등에서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를 욜드족이라 일컫는다. 이전 노인 세대보다 훨씬 건강하고 소득수준이 높은 동시에 고학력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울러 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또한 이들이 가진 특성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정의한 바 있다.
1955년부터 1974년생까지
우리나라 역시 2020년부터 이코노미스트가 정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노인 세대보다 젊고 건강하며 부유한 세대를 욜드족이라 정의했다. 자신의 나이보다 5년, 최대 10년 정도 젊음을 유지하며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데 앞장선다. 또한 이들은 절제를 무조건적인 미덕이라 여기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시니어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눈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 시카고대학 심리학과 교수의 말처럼 ‘오늘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65~79세 사이로 범위를 정하고 그중에서도 70대 초반을 욜드족의 핵심 타깃으로 설명하고 있어,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조금 더 위 연령대까지 언급했다는 점이 해외와 다른 점이다.
김영선 경희대학교 노인학과 교수는 “욜드족의 나이를 몇 세부터 몇 세까지로 고정해서 볼 것이 아니라 각 나라 상황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면서 “노인실태조사의 건강, 소득, 자산 등으로 나누어 볼 때 건강이나 자산 등의 수준이 높은 75세(1949년생)까지가 직접적인 욜드족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79세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은 2020년 65세에 진입한 제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부터, 지금부터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 연령 진입을 앞둔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까지 모두 욜드족에 포함해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Up! 적극적인 건강관리
욜드족은 나이는 노인이지만 몸과 마음이 젊은 시니어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2023년 건강증진개발원은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2008년 79.6세에서 2021년 83.6세로 늘어났으며, 2030년에는 85.5세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대비 5.9세가 늘어난 연령이다.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유병 기간을 뺀 건강수명 또한 증가해 2008년 68.9세에서 2021년에는 70.5세, 2030년에는 73.3세까지 4.4세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동시에 증가한 것은 의료기술 발달 뿐만니라 욜드족이 운동,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인 건강관리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해 질병 예방과 건강을 관리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등 과거 노인 세대처럼 소극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데만 전념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건강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욜드족의 주요 특징인 높은 구매력이 건강관리를 위한 지출로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경제력 기반으로 나 중심 선택적 소비
욜드족의 또 다른 특징은 고학력자들로 배울 만큼 배웠고,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며 가족만큼 자신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해 나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가 발표한 ‘고령친화산업-Age Tech 2024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전체 세대 중 5060세대의 자산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자산 9억 원을 초과 보유한 비중 역시 이들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탄탄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소비력을 보이는 것이다. 최근 이들만큼 활발한 소비활동을 하는 집단이 없다. 이는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가는 변곡점에서 상대적인 자산 증식, 고용안정을 맛본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타 연령 대비 디지털 소비 경험률이 크게 증가하며 온라인 마켓 파워 또한 커지고 있다.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와 인구 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최근 55~69세의 1인당 평균 소비 금액이 25~39세의 85%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인구를 감안해 전체 시장의 규모를 비교해봐도 이들의 소비 성장세는 더욱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55~69세 전체의 소비지출 금액은 25~39세 전체가 소비하는 금액의 0.9배로, 15년 전 0.4배 수준에 비하면 고무적인 성장을 이어온 셈이다.
김영선 교수는 “최근 다른 시장에 비해 55~69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이들의 높아진 구매력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소비는 외식, 교육, 여가 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상 처음으로 자기 부양 능력을 갖춘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전체 인구 중 욜드족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시장 중요도는 확대될 전망이므로,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네 명 중 한 명은 욜드, 파급력 더 커져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욜드족의 파급력도 점차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 8000명, 전체 인구의 19.2%로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즉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욜드족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산율은 줄고 65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니, 욜드족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전 세계는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재력까지 갖춘 욜드족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콘퍼런스와 전시회가 많아지고, 욜드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Goldilocks)를 합쳐 ‘욜디락스’(Yodilocks)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관광•식품•금융업계는 욜드족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욜디락스는 고령화 시장을 수동적으로 진단한 실버산업에 의한 ‘실버 이코노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념이다. 욜드족의 숨겨진 수요까지 발견해 서비스·제품 발굴로 연결하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숙련된 노동인구를 경제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는 욜드산업이 헬스케어, 바이오, 가전, IT를 비롯한 모든 산업과 연결돼 올해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노인복지와 국민연금 등 사회와 경제체계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하는 시도와 노력이 뒤따라야 새로운 경제부흥, 욜디락스가 가능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트렌드를 모두 소화하는 욜드. 젊은 시니어들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난 노인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출산율을 높이는 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욜드 세대의 본격적인 등장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