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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지원서비스를 통해 인생 2막이 열리다

기사입력 2020-05-11 14:16

5월 1일부터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1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의 근로자가 정년, 희망퇴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하는 경우 이직일 직전 1년 전부터 6개월 후까지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국내 900여 개의 기업이 대상이다. 하지만 시행령과 재취업지원서비스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이 37.2%에 달할 정도로 인식이 부족하다. 삼성전자에서 9년간 전직지원 업무를 담당해 온 김석란(60) 프로에게 전직(재취업)지원서비스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석란 프로는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부장으로, 20여 년간 전직지원프로그램, 생애설계, 경력개발 등 전직지원 관련 업무를 해왔다.(황정희 시니어기자)
▲김석란 프로는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부장으로, 20여 년간 전직지원프로그램, 생애설계, 경력개발 등 전직지원 관련 업무를 해왔다.(황정희 시니어기자)

Q. 삼성전자에서는 언제부터 전직지원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나?

제조라인 자동화가 이뤄진 2001년에 대규모 퇴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퇴직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며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등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초기에는 인사팀 담당자가 주관하고 외부 컨설팅 업체와 협업하여 진행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도출되었는데 퇴직 후 재취업한 회사에서 적응을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조직문화와 업무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직자의 특성에 맞는 상담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2011년 컨설팅, 교육, 잡(job) 매칭을 제공하는 통합서비스모델의 전직지원센터가 출범하였다.

2015년에는 삼성 전자계열 경력컨설팅센터가 출범하였고, 2017년 생애설계 진단지를 자체 개발하여 컨설팅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는 전자, 금융, 건설, 독립계열 경력컨설팅센터까지 4개 센터가 활발하게 운영 중이고 삼성 전자계열 센터는 수원에 위치해 있다.


Q.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나?

교육 대상자들은 보통 20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다. 퇴직을 앞둔 이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속해 있던 집단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그들을 심리적 아노미에 빠지게 한다. 이들 퇴직자에게 가장 먼저 제공되는 교육이 생애설계이다. 이미 준비가 된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에 대해 인지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직업, 재무, 가족, 여가, 건강, 관계의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해 체크해 보고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이런 일련의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불안감이 감소하고 실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생애설계와 이력서를 새롭게 써보는 등 현실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창업 준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Q. 사회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의 변화는 없었나?

16년까지 진행됐던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 분석을 통해 좀 더 디테일한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꼈다. 2017년부터 프로그램을 더 구체화하여 첫 번째 단계에서 라이프디자인, 두 번째 단계는 재취업프로그램, 세 번째는 미래 경력 설계의 3단계로 시간을 더 늘려 진행했다. 미래 경력설계가 추가된 것은 60세 이후에 재취업 확률이 낮아지므로 산학협력교수나 사회적 기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고령이 되면 더욱 중요해지는 역량이 유연성, 융통성, 스트레스 내성 등이다. 사회 변화에 주목하면서 데이터와 환경을 분석, 미래를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컨설팅이 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Q.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의 반응은 어땠나?

2019년도 기준으로 퇴직자나 퇴직예정자는 하루 8시간, 12회에 걸쳐 총 70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이수하였다. 이제까지는 사내 홍보를 통해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들 가운데 희망자만 받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처음에는 교육받는 사람이 소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교육 인원이 증가하고 입소문이 나면서 참여 인원이 늘었다. 심지어는 퇴직 후 수년이 지난 분들도 동료들에게 얘기를 듣고 찾아와 교육을 받기도 하는 등 점차 대상이 늘어났고 반응도 좋았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고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 프로그램을 제공해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칠 때면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김석란 프로는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부장으로, 20여 년간 전직지원프로그램, 생애설계, 경력개발 등 전직지원 관련 업무를 해왔다.(황정희 시니어기자)
▲김석란 프로는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부장으로, 20여 년간 전직지원프로그램, 생애설계, 경력개발 등 전직지원 관련 업무를 해왔다.(황정희 시니어기자)

Q. 앞서 전직지원 및 경력 컨설팅을 담당해온 사람으로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HR 담당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전직지원서비스가 국내 다른 기업에서도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울 때는 외부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관련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업체를 선택할 안목을 가질 수 없다. 전직지원 관련 책자가 거의 없어서 발표된 논문이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자료를 검색하여 배경과 개념, 이론, 사례 등에 대해 학습하시면 좋을 것 같다.

둘째, 아웃소싱 업체 선택 시 전직지원 프로젝트 운영 경험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선택할 때 기업의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도록 한다. 컨설턴트가 컨설팅 역량과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면 괜찮다. 기업의 조직문화와 퇴직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한 경험이 대기업 전직지원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에 관건이 될 수 있다.

셋째, 서비스 운영에 대한 자세다.

시간 때우기 식이나, 시행령에 나와 있는 서비스 항목을 이수했다는 보고서 제출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퇴직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시니어가 인생 2막을 잘 살아가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수시로 고민하고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 향후 전직지원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결국 고령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운영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 운영을 하던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하는 이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프로그램의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관련학과가 개설되었으면 바람이 있다.


Q. 전직지원서비스를 진행하며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어떻게 보면 재취업은 저희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준비하면 거의 대부분 재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문제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50대 후반의 나이여서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분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출발선상에 의연하게 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을 경제적 의미로만 생각했다면 사회봉사나 본인의 자아실현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의 일 경험을 자신의 삶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게끔 좀 더 신경 써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남은 삶이 길어질수록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인생 후반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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