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하러 갑니다] 경력연계형 : 중장년 자산 경력 살리는 법

중장년 재취업의 가장 큰 자산은 ‘경력’이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업무 역량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든든한 경쟁력이 된다.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 평생 현역을 이야기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오래 해왔고 가장 잘하는 일을 새로운 기회와 연결하는 것이다. 경력을 이어가는 재취업, 그 길을 함께 살펴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24를 통해 구직을 신청한 이들 가운데 60대가 가장 많이 희망한 직종은 돌봄(16.8%)과 청소(15.5%)였다. 세 명 중 한 명이 돌봄과 청소 분야를 선택한 셈이다. 한편 2차 베이비붐 세대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비율이 높았다. 전체의 63.3%가 한 직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안정형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직업 경험도 1.79개에 그쳤다.
재취업 성과는 퇴직 전 어떤 일을 했는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중고령층 일자리 모델 개발 연구’에 따르면 행정·경영·금융·보험 관리자(58.3%)와 경영지원 사무원(58.7%)의 재취업률은 평균(63.7%)보다 낮았다. 반면 보육교사 및 사회복지 종사자(74.7%), 식당 서비스원(71.7%), 보건·의료 종사자(69.4%)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재취업률을 보였다.
종합해 보면, 사무·관리직은 오랜 경험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자격증으로 증명되는 기술 없이 경력을 살리는 재취업은 어려운 걸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공공 취업 지원기관과 민간 취업 플랫폼, 경력 전환을 돕는 다양한 제도가 조금씩 길을 넓혀가고 있다. AI 시대, 필요한 것은 경력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전략이다.

STEP 1. 나에게 맞는 일 찾기
재취업의 첫걸음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경험을 정리하고, 이를 살릴 수 있는 직무를 먼저 찾아보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직업별 직무 기반 재취업 추천 직업 안내서’를 발간했다. 423개 직업을 대상으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재취업 연계 직업을 소개한다. 현재 직무와 연관성이 높은 직업뿐 아니라 연계성이 낮은 직업도 함께 제시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력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다.
고용노동부 중장년내일센터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과 전직 준비도 검사를 할 수 있다. ‘고용24’에 접속한 뒤 ‘취업지원’, ‘취업역량강화’, ‘중장년내일센터’ 순으로 클릭하면 된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의 중장년 취업 서비스 ‘원더풀시니어’는 시니어를 위한 ‘직업 역량 검사’를 제공한다. 개인의 경험과 성향을 기반으로 가치관, 조직 적응력 등을 분석해 이직과 전직에 가장 적합한 직무를 추천해준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 파워 온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AI 커리어 진단을 받아볼 수 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국 35개 중장년내일센터에서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컨설턴트와 1대1 상담을 통해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점검하고 적합한 진로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생애경력설계 교육과 전직 스쿨, 구직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퇴직 전후의 진로 설계와 재취업 준비를 지원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중장년 취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한다. 서울시50플러스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경기도일자리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상상우리, 커리어컨설팅, 시니어앤파트너스 등에서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취·창업 컨설팅과 생애설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앤파트너스의 김경아·이세연 컨설턴트는 “상담을 받는 중장년층을 보면 연봉은 조금 줄더라도 그동안 해온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분이 많다”며 “기술이 없는 일반 사무직이라면 특히 직무와 역할의 범위를 조금 넓혀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5070세대는 앞으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욱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TEP 2. 실제로 도전하기
이제는 준비를 넘어 실제 취업 시장에 뛰어들 차례다. 경력을 살린 재취업을 원한다면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적극 활용해보자. 사무직 등 주된 업무에서 퇴직한 중장년이 새로운 분야에서 경력전환형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25년 도입된 제도다. 참여자는 일정 교육이나 자격 취득 과정을 거친 뒤 기업에서 일을 경험하며 월 150만 원의 참여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자리를 찾을 때는 고용24, 사람인 원더풀시니어 등 중장년 채용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보자. 관심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력서를 공개해 기업으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중장년 채용 시장은 단순 노무직 중심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청년 인구 감소와 구인난이 맞물리면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중장년 인재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인이 지난해 구인난을 겪는 기업 24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7%가 “중장년 채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재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이력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을 모두 담기보다 지원 직무와 연결되는 핵심 성과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원더풀시니어를 비롯한 채용 플랫폼에서 AI 이력서 작성 서비스를 제공해 구직자의 이력서 작성 부담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이 중장년에게 가장 기대하는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사람인 원더풀시니어 관계자는 “과거 직급보다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능력, 다양한 세대와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 경험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시작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베테랑의 경력에 신입사원의 열린 태도를 더할 때 기업이 찾는 인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STEP 3. AI로 경쟁력 더하기
경력은 경쟁력이다. 이제 여기에 AI라는 도구를 더할 차례다. 최근 채용시장에서 AI 활용 능력은 일부 IT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무직은 물론 영업, 기획,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성형 AI 활용 경험을 우대하거나 기본 역량으로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AI는 중장년 구직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베이비붐 세대 직장인들이 AI를 익혀 일자리를 지킬지, 조기 은퇴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고 보도했다. AI를 배우지 못하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는 반면, 오랜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이제 중장년 재취업을 결정짓는 요소는 오랜 경력에 AI 활용 능력(AI 리터러시)을 더하는 일이다. 가장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해보는 것이다. 챗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을 이용해 자신의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AI 모의 면접을 연습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원더풀시니어 관계자는 “AI 활용 능력은 중장년 구직자의 디지털 적응력과 업무 능률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거창한 개발 능력이 없더라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고서를 요약하거나 자료조사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업무 효율을 높이는 활용법만 익혀도 기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I 교육은 중장년 재취업의 새로운 필수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의 디지털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 ‘AI 활용 역량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기초·중급·고급 과정으로 나뉘며, AI로 글쓰기와 문서 작성, 발표 자료 제작, 맞춤형 AI 비서 활용, 반복 업무 자동화 등 실무 중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9월에도 교육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경력은 시간이 만들어준 자산이다. AI는 그 자산을 더 오래,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결국 중장년 재취업의 핵심은 ‘새로운 경력’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경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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