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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래의 세대읽기] 먹고 입고 ‘체험’하는 불교 열풍

입력 2026-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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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명 몰린 불교박람회, 젊은 관람객이 바꾼 풍경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윤나래 기자)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윤나래 기자)

4월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은 286개 업체가 참여해 435개의 부스를 차렸다. 주최 측은 나흘간 약 25만 명이 관람했으며 그중 MZ 세대의 방문은 70%를 넘었다고 한다. 실제로 젊은 관람객들이 늘어선 입장 대기줄로 화제를 모았다. 불교계를 휩쓴 열풍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박람회의 전시품 역시 트렌디했다. 수천년간 이어온 ‘불교’의 메시지를 담았지만, 종교적 엄숙함이나 전통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거나,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취향을 담은 굿즈’로 발돋움했다. 불교 교리를 표현한 키링이나 의류, 때밀이 등의 생활 소품이 인기를 끌었다. 명상과 사찰 음식 역시 웰니스‧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리며 젊은 감각의 콘텐츠로 거듭났다. 젊은 세대는 “무소유의 불교 매력에 빠져 풀(Full) 소유했다”며 맛보고 입고 가방이나 휴대폰에 달고 다닐 수 있는 불교에 뜨겁게 반응했다.

신도 중심 행사에서 라이프스타일 전시로

이 흐름은 일회성 현상이 아니다. 서울에서 막을 내린 박람회는 대구와 부산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불교문화엑스포 2026’의 사전 등록 신청자는 한 달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

불교박람회는 오랫동안 ‘신도 중심 행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관람객 구성과 행사 성격에 변화를 꾀하면서 불교 열풍을 이끄는 주인공이 됐다. 이제 박람회는 종교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라이프스타일 전시’로 읽힌다.

올해는 ‘당신이 좋아하는 공놀이’라는 주제로 불교의 공(空) 개념을 체험형 콘텐츠으로 쉽게 풀어냈다. ‘공 뽑기’와 ‘공 수거’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은 메시지가 담긴 공을 뽑고, 자신의 바람을 적어 다시 봉안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개인의 소망이 공동체적 의미로 확장하는 구조다.

특히 대구의 행사는 ‘반려동물 동반’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더했다. ‘견심사’와 같은 반려견 특화 부스를 중심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체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단순한 동반 입장을 넘어, 반려인구가 급증하는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생명 존중과 자비라는 불교적 가치를 직관적으로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5월 16~17일 열리는 연등회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도심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불교 문화행사다. 전통적으로는 신도 중심의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 참여가 크게 늘며 ‘도심형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윤나래 기자)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윤나래 기자)

신앙과 경험, 불교를 사용하는 두 방식

그렇다면 젊은이들은 왜 이 공간에 모였을까. 종교가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서 ‘멈출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불교는 그 공백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채워낸 콘텐츠가 됐다.

박람회를 찾은 젊은이들은 “종교는 딱히 없다. 하지만 불교의 메시지들이 편하고 힙하다”라는 말로 불교 열풍의 이유를 표현한다. 즉 불교가 지닌 조용함, 비강요성, 개인 중심 수행이라는 특징이 지금의 환경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참여를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종교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진입 장벽을 낮춘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 지점은 중요하다. 짧은 영상과 끊임없는 알림으로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불교는 ‘조용함을 제공하는 공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기능한다. 박람회는 그 입구 역할을 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명상과 정적인 경험을 압축적으로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종교는 ‘믿음의 대상’에서 ‘경험 가능한 콘텐츠’로 이동한다. 향은 인테리어가 되고, 명상은 자기관리 루틴이 된다. 템플스테이는 여행 상품으로 연결된다. 종교의 외연이 확장되는 방식이다.

불자인 시니어에게 불교는 오랜 시간 이어온 신앙이자 삶의 일부다.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절은 기도를 드리고 마음을 의탁하는 공간이다. 반면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필요할 때 찾아 즐기는 경험’에 가깝다. 특정 사찰에 소속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춰 일부를 취한다. 불교박람회의 흥행은 이 두 흐름이 한 공간에서 만난 결과다. 신앙과 콘텐츠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이다. 이는 불교의 포용성에서 비롯한다.

즉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면 ‘왜 종교를 찾는가’를 신앙의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절은 기도의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출 수 있는 장소다. 무엇을 믿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얻고 돌아오는지에 주목할 때 세대 간 이해의 간극은 좁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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