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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익히는 내 몸의 습관

기사입력 2018-08-24 17:16

모던댄스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이 슬로 폭스트로트이다. 4/4박자지만 포 스텝(four step)이 아니라 쓰리 스텝(three step)을 쓴다. 남성 댄서는 주로 페더 스텝(feather step)과 쓰리 스텝을 많이 쓰는데, 이 동작들을 처음 익힐 때 길을 걸어 다니며 연습하곤 했다. 그냥 걸은 게 아니라 풋워크를 폭스트로트 스텝으로 하고 다닌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 사람 걸음이 좀 이상하다?”라고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연습한 뒤, 함께 동작을 익히던 이들이 모였는데 나는 그중 유일하게 완벽히 페더 스텝과 쓰리 스텝을 구사해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헤매는 모습이었다. 폭스트로트 스텝은 일반적인 풋워크와 다르기 때문에 머리로 외워서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다. 성실히 연습하고, 연습한 대로 몸이 저절로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폭스트로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 되었다. 남들보다 한 단계 앞서 나가다 보니 어렵다는 음악을 맞추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는 당구가 대세이다 보니 당구 칠 일이 많아졌다. 40년 전에 배운 당구가 아직도 그 수준이다. 사구보다는 쓰리 쿠션을 즐기는 편이지만, 기초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큐로 공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스트로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 똑바로 큐가 나가야 하고 겨냥한 당점을 정확히 가격해야 하는데 실제 칠 때는 스트로크가 흔들려 겨냥점이 달라지곤 했다. 당구가 워낙 허용 범위가 넓어 가까이 있는 공은 그렇게 치더라도 맞을 때가 많다. 그러나 정교한 배열의 당구를 구사할 때는 치명적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부실하게 몸에 익히다 보니 고치기도 쉽지 않았다. 가만 보니 왼손 검지로 말아 쥐는 브리지도 그동안 대충 하고 있었다. 그러니 큐가 풀리거나 스트로크하면서 비틀어져 공이 정확히 맞지 않았던 것이다.

골프도 처음 배울 때 기초가 부실하면 잘못된 스윙을 고치느라고 평생을 허비한다고 한다. 당구 역시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했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는 스트로크 동작에서 왼팔이 똑바로 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공이 쿠션에 가깝게 붙어 있으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걸어 다닐 때 의식적으로 왼팔을 펴고 다니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폭스트로트를 배울 때 걸어 다니면서 익힌 노하우처럼 당구 스트로크 연습에도 적용하면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왼팔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게 몇 달 다니다 보면 스트로크 자세가 제대로 잡힐 것이다. 올해 안으로 정확한 스트로크 자세를 꼭 몸에 배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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