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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의 메일을 정리하며

기사입력 2018-02-16 10:47

메일 저장 용량이 꽉 찼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동안 10년간 메일을 지우지 않고 그냥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 첫 메일을 봤더니 2007년이다. 10년 된 셈이다. 처음에 다른 메일 주소를 쓰다가 한메일로 바꾸고 지금까지 써 오고 있다.

세월이 무척 빠르다는 것을 메일을 보면서 깨닫는다. 엊그제 일인 것 같은데 올해가 벌써 2018년이다. 2010년에 사업을 접었으니 무직자가 된 것도 벌써 8년째이다. 그전 몇 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치열하게 비즈니스를 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메일이 많기도 하다. 무역 중개업이니 바이어, 생산자 중간에서 오고 간 메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당시 파트너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다. 그렇게 죽고 나면 그만인데 그 당시 사소한 문제까지도 양보하지 못하고 다퉜던 일들이 다 무상하게 느껴진다. 그 당시는 중요한 메일은 별 표를 해 두었던 모양이다. 메일을 삭제하려고 드래그를 하면 중요 메일이 있는데도 삭제하겠느냐는 경고 문구가 뜬다. 그 당시에는 중요 문서였으나 지금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사적인 메일도 많다. 내 자서전을 써준 대학생들과 교신한 내용도 있었다.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온다. 당장 내일 만나자는 연락이 온다.

오래 전 메일에 답장을 보냈더니 메일 전송이 실패했다는 문구가 뜨기도 한다. 메일을 오래 안 썼거나 폐쇄한 경우이다.

이젠 추억을 되씹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옛날 메일을 읽다 보면 마치 옛 사진 앨범을 펼쳐 보는 기분이다. 메일 삭제하려고 메일 검색을 하는데 자꾸 열어 보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간다.

메일 삭제는 기간을 입력하면 한꺼번에 삭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적인 메일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신자 또는 발신자 그리고 제목을 보면서 삭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신수단의 발달도 새삼 깨닫는다. 이렇게 메일로 편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오리라는 짐작도 못했었다. 1980년 첫 취업을 했을 당시 외국 바이어들과의 교신은 회사 텔렉스로 했다. 텔렉스실 여직원들에게 그래서 여러 모로 신세를 많이 졌다. 80년대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나가 있을 때 팩스라는 것이 생겨 우리 회사가 첨단을 걷고 있다는 부러움을 샀었다. 텔렉스처럼 문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까지 전송이 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이어들에게 연락할 때는 손으로 팩스를 써서 보냈다. 타자수가 있어서 대신 타자를 쳐서 보내기도 했다. 이메일의 등장은 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된다. 메일 덕분에 손쉽게 개인 회사를 개업하고 10년간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개인 기업을 차리고 나서 직접 독수리 타법으로 하나하나 글자를 치다 보니 어느 덧 매일 블로그 글을 올릴 정도로 꽤 숙달이 되었다.

요즘 메일함은 거의 광고성 메일로 꽉 찬다. 매일 아침 지우는 게 일이다. 여기저기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있으니 집요하게 메일이 온다. 그나마 커뮤니티 활동을 하니 이메일을 사용한다. 아직은 중요한 통신 수단이지만, 점점 메일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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