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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자연을 짓다

기사입력 2017-11-24 13:18

바르셀로나 여행기

▲바르셀로나 여행기(이현숙 동년기자)
▲바르셀로나 여행기(이현숙 동년기자)
필자는 그저 구엘공원을 가는 이 생소한 골목길이 좋았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하도록 그 길고도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보는 것으로 끝내도 상관없다. 스페인의 한 도시에 내가 와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가능하면 한 점 디테일도 놓치지 않아야 하고 느껴야만 하는 생각은 발걸음을 가볍지 않게 할 수 있다. 그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을 여유롭게 누리고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는 여행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일지. 함께하는 남편의 철저함은 가끔씩 불편하거나 고맙거나 한다. 하긴 동행자의 그런 치밀함 덕분에 편한 여행을 하는 것을 모르진 않다.

암튼 숙소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발카르카역에서 내렸다.

반가운 쌍용자동차 전시장을 지나고 스페인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골목을 한참 걸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구엘공원에 올랐다. 갈수록 오르막 길은 반갑지 않은데 그 길을 오르지 않으면 가우디의 구엘공원을 느낄 수 없으니 열심히 걸어야 했다.

그 언덕에 오르니 한눈에 바르셀로나가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거기 오른 뿌듯함과 즐거움을 표출하는 사람들의 환호에 찬 몸짓과 예술적 건축물을 향한 시선만으로도 숨차게 구엘공원에 오른 보람을 갖게 한다. 시내 한 복판으로는 아직도 공사 중인 파밀리에 성당이 눈에 들어오고 흐린 날이었지만 멀리 지중해가 아득하다.

구엘 백작의 믿음과 재력을 바탕으로 가우디의 독창성과 예술혼이 담긴 구엘공원이 만들어졌고 오늘날 전 세계인이 찾아가는 건축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축적된 재산이 일가족에게만 분배하기에 급급한 부자들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다가 이런 부질없는 비교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 여행기(이현숙 동년기자)
▲바르셀로나 여행기(이현숙 동년기자)

천재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에게 능력껏 재능 꺼 마음껏 만들어보라고 하는 멋진 후원자 구엘 남작(Eusebi Guel)이 있었기에 14년간의 작업이 이루어졌고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바르셀로나 시에서 사들여 구엘과 가우디의 뜻을 이어 멋진 행정으로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예술혼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산 위에 올라 높은 전망대에서 바르셀로나의 파노라마를 즐겨본다.

그리고 그 언덕을 내려오면서 동화 속 보물섬처럼 만들어진 가우디의 건축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가우디의 기념관을 살피고 지나니 놀라운 디자인의 건축물이 눈앞에 이어진다. 가우디 건축은 자연을 모티브로 했기에 자연스러운 곡선미는 단연 압도적인 볼거리다. 순수를 추구하는 자연인다운 독창성이다.

모자이크 타일로 뒤덮인 특이한 외관의 독창성은 너무나 독특해서 얼핏 보기엔 이게 과연 칭송받아 마땅한 건축인가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만으로 만 그칠 수 있는 동화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우디의 천재성을 믿어준 구엘의 절대적인 신임과 무조건적인 투자가 부럽고 멋지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의 집을 도입하고 파도와 도마뱀 등의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인 가우디의 작품 속으로 수많은 여행객들이 빠져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곳엔 시민들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흐린 날의 저녁노을을 기다리며 걸터앉아 있고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탄성을 지르고 연인들이 입맞춤을 하고 있다. 가우디의 예술을 공유하는 이들의 이런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 있다. 이 또한 가우디가 바라보던 자연의 일부가 아닐지.

"나는 꽃, 포도나무, 올리브 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닭울음소리, 새들의 지저귐, 곤충들의 날개소리를 들으며 프라데스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영원한 스승인 자연의 순수함을 통해 상쾌한 이미지를 얻는다." - Antoni Gau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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