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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조각품

기사입력 2017-08-18 16:37

▲바람의 조각품(변용도 동년기자)
▲바람의 조각품(변용도 동년기자)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바라본 작은 피사체가 강하게 시선을 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세밀하게 만든 이야기가 있는 조각품이다. 신비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시 보아도 여지없는 조각품이다. 잔잔한 물결에 흔들리는 돛단배 위에 뒷머리를 동여맨 고운 아가씨가 수줍은 듯 이름 모를 동물과 속삭이고 있다. 인당수로 가는 심청이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용궁에서 올라온 사자가 심청을 안심시키는 모습이 연상되어서다. 동편에 아침 태양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니 조각의 윤곽은 더 뚜렷해진다.

누가 이 작품을 빚었을까? 봄 여름 가을이 채색한 나뭇잎 한 장에 바람이 드나들며 한 뜸 한 뜸 모양새를 만들었지 싶다. 대추 한 알이 숱한 태양을 먹고 빨갛게 익어가듯 밤낮을 보내며 둥근 선, 직선, 빗금을 따라 조각도를 날렵하게 놀렸다. 칼날이 무뎌지면 아침 이슬에 적셔 날을 세웠을 테다. 산새가 노래하며 힘을 실어 주었다. 간혹 벌레가 힘을 보탰다. 태양이 동에서 서편으로 지고 뜨기를 수십 번, 칠흑 같은 한밤중에도 바람은 쉴 사이 없이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찬바람이 이는 늦가을 어느 저녁 무렵 조각품은 완성되었다. 숲속 갤러리에 전시했다. 지나가는 산새, 바람에 스치며 서로 속삭이는 주변의 나무들이, 동산을 떠오르는 태양이 잠시 발길을 멈춰 감상한다.

자연의 작은 모습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를 좋아하는 필자도 운 좋게 이 작품을 발견하였다. 관람객이 되었다. 혼자 보기 아깝다. 늘 함께 하는 카메라의 초점을 작품에 맞췄다. 사진은 일상의 피사체 ‘A’를 ‘B’로 바꾸어 볼 수 있는 시각이 종종 필요하다. 평범한 소재에서 나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자유로운 영혼도 요구된다. 고정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일탈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요소다. 낙엽 하나에서 재미난 이야기 한 편을 썼다. “낙엽”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붙였다.

(사)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는 ‘AP21-한중교류 Viva Cruise Arte 2017전’에 이 작품을 출품한다. 한중 호화여객선 화동훼리의 “갤러리 크루즈’ 개관기념으로 100인 한국예술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다. 9월 6일부터 9월 11일까지 화동훼리 선내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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