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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아내의 미소 그리고 평생 기억하고 싶은 크리스마스

기사입력 2016-12-12 16:00

사람은 언제 행복함을 느낄까? 행복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필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처음 경험한 것은 결혼하고 약 8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아내가 성당에서 영세를 받고 다음 해인 1989년 필자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영세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세는 절대자인 신으로부터 과거의 모든 죄에 대해 사함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이날 큰 은총을 받았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죄를 짓고 허물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고 하니 어찌 행복하지 않았겠는가.

더욱이 아내와 함께 종교를 갖게 되어 같은 신앙생활을 하는 부부로서 영세 이후의 대화는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졌고 소통도 잘됐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장남과 8남매의 막내딸이었던 필자와 아내는 가정문제로 대화를 하면 항상 평행선을 달리며 입장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그러던 우리 부부가 신앙생활을 한 뒤로 평행선이 만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아니 그보다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주일마다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외식을 하는 생활이 우리 가정에 새로운 문화를 가능하게 해준 전기가 되었기에 더욱 행복한 크리스마스로 기억되는 것 같다.

또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 영세를 받았기에 필자도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필자의 생활은 이런저런 혼돈의 블랙홀 속에 빠져 있었다.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방황도 많이 했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종교생활을 하면서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은 물질적 충족보다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때 비로소 평화롭고 충만해짐을 알게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1989년 크리스마스가 유난히 행복한 날로 기억되는 것은 영세라는 축복 말고도 필자의 삶에서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아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아들 둘을 낳고 나서 몹시 지쳐 있던 아내는 성당을 다니면서부터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당시 필자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심각한 가정의 위기까지 느꼈다. 결혼 후 어려운 살림을 하면서 휴일도 없이 장남의 맏며느리로서 오랫동안 강행군을 해왔던 아내였기에 그 고충이 십분 이해됐다. 미안한 마음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내가 자신만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당에 다니도록 했는데 그 후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신이 은총을 베풀어주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아내의 미소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레지오 활동, 성지순례 등이 있는 날이면 필자가 두 아들을 돌봤다. 아내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필자의 자유로운 생활이 제약받았지만 그래도 아내의 미소를 보면 행복했다.

두 번째는 영세를 받는 날 필자가 신으로부터 은총을 받고 철천지원수 같은 직장 동료를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과 종교적 신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간의 신념은 강한 것 같아도 어느 한순간에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은 순교자처럼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영세를 받는 날, 하느님에게 원수와 같던 동료를 용서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때부터 동료가 회의 때나 모임에서 필자를 향해 공격을 해도 대응을 안 했고 그를 용서해달라고 하느님께 빌었다. 그리고 동료의 장점을 생각해보려 애쓰고 동료가 없는 곳에서 칭찬을 시작했더니 어느 날부터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필자는 한 사람을 다시 얻게 되었다. 하느님과의 약속을 이행했더니 은총을 또 내려주신 것이다. 1989년 크리스마스는 이래저래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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