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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등학교 전학] (20) 방학에도 할 일을 주었다

기사입력 2016-11-15 10:07

방학 하는 날 큰 애는 뭐가 그렇게 신 나는지 학교로부터 집으로 오는 골목을 엄마를 불러대며 뛰어오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뭔가 상자로 보이는 걸 들고 뛰어왔다.

‘엄마 토끼 데리고 왔어~~’ 웬 토끼지? 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숨이 턱에 닿아 헉헉 거렸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설명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에 토끼가 굶어 죽으면 안 되니까 누가 방학 동안 맡아서 키울 것인지? 손을 들라고 해서 자기가 번쩍 들었단다. 그래서 당첨되었다면서 그렇게 기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토끼 기르는 법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돌아가며 당번을 맡아서 토끼 돌보기를 했다며 걱정 말란다. 그 이튿날부터 토끼장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고 열심이었다. 정말 깨끗하게 잘 돌봐줬다. 우선 밑받침을 빼서 토끼 변을 신문지로 싸서 쓰레기통에 넣었고, 다시 새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는 티슈를 잘 깔고 젖으면 바로 갈아줬다. 냉장고 속에 좋아하는 당근이나 양배추가 있는 걸 귀신같이 잘 알았다. 코가 엄청 발달 된 거 같았다. 문을 열기 무섭게 당근이나 양배추 냄새가 나면 벌떡 일어나 토끼장 철망을 잡고 서서 입을 오물거리며 냉장고 쪽을 바라보는 게 정말 귀여웠다. 어느 날 우리가 전부 외출했다가 들어오니 젖은 티슈를 안 갈아줘서 화가 났는지 자기가 눈변을 마구 발로 긁어서 밖으로 다 튕겨 놓았다. 어찌나 우스웠던지 깔깔대며 깨끗하게 치워줬다. 토끼는 소리를 안 내니까 도무지 반응이 별로 없었다. 거기다가 언제, 또 어떻게 자는지 알고 싶어서 잘 때 까지 기다려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우릴 보고 있어서 관찰하다가 우리가 먼저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낮에도 절대 낮잠도 안자니 정말 잠을 자는지 안 자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 집에 있는 동안 절대 자는 걸 못 봤다. 아기들이 잠을 못자고 보채면 토끼잠을 잔다던 어른들 말씀이 수긍이 갔다. 그렇게 방학이 무사히 다 끝나고 학교에 가지고 갔다.

‘엄마, 오늘 학교 갔는데 선생님이 토끼를 보더니 아주 튼튼하게 잘 돌봤구나 하면서 칭찬을 해 주더니 토끼를 기르면서 뭘 배웠느냐며 얘기해 보라고 하셨어. 나는 당근하고 양배추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걸 알아차리고 달라고 철사 망을 긁기도 했고 지저분하게 안 치워주면 입으로 신문지를 쪽쪽 찢어버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언제 자는지 잠을 안자요’ 라고 발표를 했어요. 그랬더니 토끼는 야행성 동물이고 예민해서 눈으로 다 보면서 귀로 다 들으면서 눈을 뜨고 낮에 잔다고 가르쳐 줬어. 그리고 다른 애들도 방학동안 맡은 일들을 잘해줘서 고맙다고 전체가 칭찬을 받았다며 기분이 짱 개어있었다. 화분 돌보기, 일주일에 한 번 교실 청소하기, 다른 동물들 길러보기, 걸레 빨아오기... 등등 자기 교실을 깨끗하게 하는 모든 걸 분담해서 했기 때문에 개학을 해도 대청소 없이 깨끗하고 쾌적한 교실에서 수업을 할수 잇다는 것. 첫 날에는 수업보다는 방학 동안에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해서 서로 발표하고 배우는 시간인거 같았다.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고 첫 경험이었다. 산 공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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