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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행동으로 대답할 차례

기사입력 2016-10-24 11:25

▲아이들은 갈매기처럼 상상의 나래를 편다.(백외섭 동년기자)
▲아이들은 갈매기처럼 상상의 나래를 편다.(백외섭 동년기자)
얼마 전 유치원에 다녀오는 외손자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훌륭한 아빠·엄마가 사랑해 주시니 좋겠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아빠·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줄줄 말하면서 기분 좋아하였다.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도 훌륭하지?”라고 너무 앞서고 말았다. “응, 그런데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는 줄 모르겠어!” 뭔가 궁금한 것이 폭발하였다. 행동으로 대답하여야 할 차례가 되었다.

무엇을 하는가

딸 가족이 근무관계로 세종시로 이사한 지 한해가 되었다. 덕분에 아내와 교대로 가끔 그곳에 가서 유치원에서 하교하는 외손자를 마중한다. 오후 6시가 지나자 여느 때처럼 태권도학원 버스가 앞에 섰다. 손자 녀석이 반갑게 품에 안겼다. “왜 정장 입었어?” 할아버지의 평소와 다른 복장모습이 낯선 모양이었다. 이 녀석이 세 살이 되던 때 사회를 은퇴하였다. 할아버지의 모습은 간소복이나 운동복 차림을 대부분 기억할 터이다.

“오늘은 정장 입고 자원봉사하였어!” 설명을 하였으나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오전에 창업 멘토 활동현장에서 정장 차림으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할아버지 무엇 하시는지 보여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진을 쳐다보았다. “알았어! 할아버지도 훌륭한 사람 맞아!” 비로소 손자에게 인정받는 것은 사진을 통한 실체 확인이었다.

아는 것이 무엇인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손녀·손자는 학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아파트에 산다. 아내와 함께 아이들의 어린이집·유치원 등원을 종종 도왔다. 목마가 되어 무등 태워주고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었다. 씨름상대가 되어 넘어져 주기에 땀을 흘렸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된 올해부터 그것은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책 일기를 좋아한다. 폭풍처럼 늘어나는 독서량에 따라 질문도 엄청 늘었다. 어느 누가 대답할 수 있겠는가? 넉 달 반 차이인 세 녀석이 모이면 어린이의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라면서 자기들의 세상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아는 것이 궁색해진 할아버지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멀어질 터이다. 요사이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면서 체스를 배우고 있다. 늦기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대답하라

가까이 사는 쌍둥이의 등교를 돕고, 세종시를 왕복하면서 외손자의 유치원 하교를 돕는 일이 매우 즐겁다. 어릴 적 조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회상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여야할까 많은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의 등하교 보살피는 일을 누가 하면 좋을까? 부모가 제일 좋겠지만 현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차선책으로 손주에 대한 사랑이 깊은 조부모가 맡는 것이 좋다. 조부모의 건강, 사는 집과의 거리 등 고려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하지만 손주 보살핌이 조·손이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조부모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족관계를 화목하게 하는 효과도 크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할아버지·할머니를 보고 배운다. 훈계하지 말고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책 읽으라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 조용히 책을 읽으면 된다. 조그만 잘못을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칭찬을 자주하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더 따뜻한 가슴으로 몸소 실행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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