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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O LIFE INTERVIEW]“중년의 멋은 지성미” 新한국형 마담 오선영 미래갤러리 관장

기사입력 2014-08-20 13:52

그 누가 봐도 당당하고 멋지게 사는 ‘브라보 라이프 스타일’의 롤모델

오선영 미래미술관 관장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감탄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나이를 지워버리는 젊은 아우라에. 전업주부였지만 자기계발을 거듭하여 자신의 삶을 완성해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는 예술을 즐기고 배우면서도 내조를 잘하는 한국적 마담의 이상적인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처음 나온 질문이 ‘브라보 라이프 스타일이 무엇이냐’는 건 그러한 모습에 대한 의문이 그대로 나온 결과였다. 스타의식과 끼 넘치는 그녀에게 삶을 즐기는 법에 대해 물어봤다.

사진 장세영 기자 photothink@etoday.co.kr

▲미술관 운영을 한다고 하면 ‘돈 많은 사모님의 최상급 사치’로 혹자들은 말하곤 한다. 1000여 점이 넘는 작품 구입에 돈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돈 보다 더 값진 인생에 투자한 오선영 관장은 64세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멋진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열정이 넘친다. 사진= 장세영 기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통해 시간을 보내면 보람을 느끼는 거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뭔가 결여된 것이다. 결여는 대개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온다. 그러나 오선영 미래갤러리 관장은 주변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부러워 한 적 한 번도 없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어떤 일을 해도 인컴(수입)이 없는 생활을 계속 했기 때문에, 어느 날 나도 인컴(수입)이 있는 일을 해봤으면? 하는 걸 느낌 적은 있어요. 그래서 강남시니어플라자의 CF 모델을 신청하려고요. 10월에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도전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워킹연습도 하고 있고, 워킹은 그 순간도 행복하고 건강에도 좋아요. 나이가 들면 건강해야 해요.”

예술은 인생을 살찌우게 하는 것

그녀가 하고 싶은 분야 또한 지금까지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하고 있는 일이지만, 미술 저변 확대를 위해 그림 자체를 감상을 못하거나 시간이 안되서 못하는 시니어들, 관심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홍보해주고 티켓을 지원해주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는 것. 시니어들이 무료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 안에서 봉사도 가능하게끔 하고 싶다는 게 오 관장의 생각이었다.

“생각이 들게끔 하려면 기회를 통해 두루 두루 감상과 경험을 해야 하는 거죠. 문화적 감성과 식견을 키워주고 싶은 욕심에 시니어들에게 미술관 활동을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자랑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오 관장은 수줍게 말했다.

아울러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등 예술 저변의 확대를 추구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포부였다고.

혹시 남편이 그녀의 삶에 간섭한 적은 있을까? 배우자의 삶에 관여하는 배우자는 종종 자기계발의 동인이 되기도 하지만 부부 갈등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궁금해서 남편이 권하는 취미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권유가 전혀 없어요. 같이 살면서 한 번도 제게 뭐를 했으면 하고 말한 적 없어요. 그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걸 이해 못하죠. 그런데 우리 가족은 알아요.”

처음부터 금슬 좋은 부부였을까?

“제가 사랑할 만한 조건을 갖춘 게 아니라 사랑해주는 남편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짝이 되면 누구나, 누구든지 남편의 옆 자리에 있으면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내가 사랑받을 조건을 갖춘 아내여서가 아니라 아, 이 남자는 내가 아니라도 다름 사람에게 동반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인생 후반전이 돼서 알았어요.”(웃음)

그녀는 남편과 맞선을 통해 결혼해서, 결혼 전에 남편에 대해 아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해보니 남편이 예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파트와 일치하는 거야, 그게 제게 너무 행운이었어요. 남편은 형편이 안 되지만 능력이 있는 작가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요. 돈이 될 거다 싶어서 그림을 사는 게 아니에요. 마땅히 도와줘야 할 작가라면 거리낌 없이 구입하죠. 남편은 그러한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문화와 철학이 있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에요.”

오 관장의 말 속에서는 남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며 그 자체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점을 가장 존경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이쯤에서 티격 태격하는 중년부부들에게 도움 줄 만한 말을 꺼냈다.

“당신은 왜 그래?” 같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중년 부부는 상처받기 쉽잖아요. 따라서 역지사지 자세로 배우자를 존중하고 격려하며 배우자의 말을 경청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감에 상처를 주는 일은 금물이죠. 이러다 말겠지,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하며 배우자의 감정들을 무관심할 게 아니라, 상대가 겪는 증상을 서로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스스럼없이 그녀는 “부부를 강하게 이어주는 방법 가운데 대화만큼 효과적이고 간단한 것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긍정심이야말로 젊음을 유지시키는 비결

오 관장의 말 속에서는 끊임없는 긍정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답지 않은 외모의 비결로도 긍정심을 들었다.

“제가 편안하게 사니까 긍정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이 긍정적이에요. 제 친정 오빠도 그렇게 얘기해요. ‘너는 지게꾼 아내가 되었어도 행복하고 흥이 있는 사람’이라고요. 당연한 거 같아요. 저는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해본 적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움과 칭찬하는 말을 원체 좋아하고, 남을 흉 보는 말은 듣는 것조차도 지루하고 괴로워요. 혹시 친구가 대화를 하면서 누군가에 대한 나쁜 말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릴 거 같다면 다른 상대를 찾는 게 낫겠다고 말하곤 해요.”

주위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면 자랑하러 그녀에게 온다고 한다.

이처럼 아름답고 품위를 좋아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는 그녀는 블랙톤으로 옷을 입고 나왔다. 혹시 그러한 패션 감각 또한 그녀의 캐릭터일까?

“비가 온다, 그러면 밝은 기분으로 코디를 해요. 장화를 신는다던지. 되도록 밝게, 하지만 때와 장소와 목적에 맞게끔 입는 편이에요. 봄이면 봄과 함께 걷고 가을이면 가을과 함께 걷는 듯한 옷을 선택합니다.”

그녀는 시니어들이 옷을 입는 것에 있어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조언했다.

“나이가 들면 체형이 바뀌게 되어 있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몸체를 그대로 드러나게 입는 것은 시니어가 환영받지 못하는 매너라고 보죠. 저는 옷을 제2의 인격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몸이 안 되는데 억지로 입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몸에 맞지 않는 그런 옷차림은 추하고 천해 보여서 격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리거든요. 예쁘다는 옷을 젊게 입는다고만 해서 젊어지진 않습니다.”

그녀는 옷을 입을 때 컬러가 최소 세 가지를 넘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세 가지도 많고 두 가지 선에서 끝내라는 게 패션에 대한 그녀의 철칙. 색을 절제함으로써 기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멋진 남자’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마음의 넉넉함입니다. 우리 남편은 젊었을 때부터 그랬지만(웃음). 내면의 멋이 있어야 해요. 그 사람이 고스톱을 치는데 혈안이 된 사람이라면 내면이 모두 고스톱일 텐데 멋있을 수가 있나요. 그런데 문화를 겸하지 않으면 지성미는 불가능해요. 중년의 멋은 과거가 만드는 거니까요. 체득화되어야 해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문화와 예술을 접하려고 많이 노력해야 지성미 있는 얼굴에 남게 됩니다. 지성미 있는 시간을 할애해야 가치가 내재화된다는 말이 있어요.”

만남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진다

오 관장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만남’을 선택했다.

“만남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음악과의 만남, 그림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을 보면, 가족과의 만남이 있고 인생을 살찌게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이 있기 마련이죠. 문화와 예술과의 만남도 중요합니다. 죽을 때까지 문화와 예술을 접하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아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종교의 중요성도 말했다.

“살면서 종교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종교가 있으면 쉽게 해결 안 되는 고민도 해결되요. 큰일이 닥쳤을 때 작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시원시원하게 단도직입적이었던 그녀의 대답은 마지막까지도 분명했다.

“난 성악가가 되고 싶어(웃음).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만 해도 ‘평범하게 살려면 너가 평범해야 한다’는 아버님 말씀이 있어서 그렇게 못했거든요.”

엔터테인먼트 끼가 가득하다. 오 관장의 인상, 그리고 시, 도자기, 꽃꽂이 등 다재다능한 재능에는 그러한 예상을 짐작케 하는 강한 힘이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무반주로 부른 그녀의 노래 실력은 깐소네, 샹송을 넘나들고 있었다. 대한민국 중년여성이 멋지게 산다는 것이 무언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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