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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케어, 선택이 아닌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6-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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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고 싶은가] 삶의 권리를 돌아보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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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우리나라는 장기요양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해왔다. 그러나 다인실 중심 구조와 집단생활, 잦은 인력 교체 속에서 노인의 사생활과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어디서 보호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델이 한국형 유니트케어다.


존엄한 노년을 위한 공간의 철학

장기요양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국내 시설급여 이용자의 침실 구조는 4인실이 56.2%, 3인실이 23.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1인실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이는 많은 어르신이 사생활과 자율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돌봄의 목표가 ‘가족 부양 부담의 경감’과 ‘안전한 보호’에 있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삶의 질과 사생활 보호가 핵심 가치다. 특히 고학력·고소득 비중이 높은 신노년층은 집에서 누리던 일상을 시설에서도 이어가길 원하며, 획일화된 다인실 구조에 뚜렷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이용 행태에서도 확인된다. 시설 입소 기간이 3년, 5년을 넘는 장기 입소 사례가 적지 않으며, 요양원은 더 이상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닌 노년기의 실질적 주거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공립 요양시설 비율은 2% 안팎에 그치고, 민간 소규모 시설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돌봄의 질과 기준을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유니트케어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시설 안에 ‘집’을 구현하고, 입소자의 자율성과 사생활을 중심에 둔 수요자 중심 장기요양 모델로의 전환을 지향한다. 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변화다.


‘시설’이 아닌 ‘생활 단위’로의 전환

유니트케어(Unit Care)는 입소자 9인 이하를 하나의 생활 단위로 구성해, 시설이 아닌 ‘유니트’ 중심으로 거주와 돌봄이 이뤄지는 소규모 돌봄 모델이다.

침실 공간은 1인실 원칙(최소 10.65㎡)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고, 유니트마다 공동 거실과 전용 화장실·욕실, 옥외 공간을 갖춰 ‘시설 안의 집’을 구현한다. 인력 운영 역시 유니트 중심이다. 요양보호사는 특정 유니트에 전담 배치되며, 1인당 입소자 수는 2.3명 이하로 관리된다. 모든 인력은 치매 전문교육을 이수해, 업무 수행자를 넘어 관계 기반 돌봄 제공자로 역할이 확장된다. 생활 운영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주인이 입소자라는 점이다. 일괄적인 식사와 일과 대신, 개인의 생활 리듬과 선택을 존중하는 유연한 일상이 가능해진다.

이미 2000년대부터 유니트케어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수면, 식사, 정서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있다. 한국형 유니트케어 역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집과 닮은 공간, 관계 중심 돌봄, 개인의 일상 유지를 제도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시범 사업을 통해 드러난 한계와 변화

우리나라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1년간 유니트케어 1차 시범 사업을 시행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양시설 2개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8개소 등 총 10개소가 참여했으며, 일부 시설은 복수 유니트를 운영해 현장의 관심과 수용성이 예상보다 높았음을 보여줬다.

시범 사업 이후 ‘시설이 아니라 집 같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1인실 중심 구조는 사생활 보호를 강화했고, 가족 면회 시 심리적 부담이 줄어 방문이 늘었다는 반응도 뒤따랐다. 공동 거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생활은 대규모 시설에서 흔한 익명성과 소외감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돌봄 방식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유니트 전담 요양보호사는 입소자의 생활 리듬과 취향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식사·기상·여가 선택이 실제 일과에 반영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기존의 교대 중심, 업무 분절형 요양시설 운영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물론 한계도 분명했다. 1인실과 공동 거실, 옥외 공간을 갖춘 구조는 건축비와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졌고, 강화된 인력 기준은 특히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행 장기요양보험 수가 체계가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시범 사업 전반에서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됐다.


지속 가능한 돌봄을 향해

정부는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2차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유니트케어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니트케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계층을 위한 선택지’가 아닌,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돌봄 기준으로 정착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전용 수가 신설과 인센티브 확대, 유니트형 건축 기준의 법제화, 전담 인력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일본 처럼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확산이 가능하다.

유니트케어는 단순한 시설 개선 사업이 아니다. 노인이 된 후에도 존엄을 지키며 ‘나답게’ 살아갈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자, 돌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이다.


▲그래픽=이은숙 기자
▲그래픽=이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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