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돌봄에 얾매인 청년들…이들의 주거지원은?

외동인 민씨는 5년 전 독립 계획을 접었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그는 부모와 한 번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었다. 홀로서기를 구체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청년주거 지원 정책이나 청약제도 등을 살펴봤지만, 활발하게 여가생활을 하던 어머니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조부모가 손주를 보살피는 모습은 익숙하다. 그러나 부모가 나이 들거나 아프면 아직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가 부모 돌봄을 맡기도 한다. 그 일이 청년기에 시작되면 독립과 일, 주거 선택에 변수가 생겨 어려움을 겪는다.
독립 계획 뒤에 가려진 돌봄 책임
국토연구원 이다은 부연구위원은 이달 발간된 ‘가족돌봄청년의 주거실태와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서 청년 삶의 실태(2024년)를 분석했다. 조사에서 가족돌봄청년은 가족 구성원 내에 만성적인 신체·정신적 어려움이나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자신이 그를 돌본다고 답한 19~34세 청년이다.
청년 중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가족돌봄청년 52.1%, 전체 청년 37.8%였다. 가족돌봄청년이라고 해서 모두 독립을 미루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돌봄자만 보면 독립 계획이 있다는 비율은 41.8%로 내려갔다.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한 청년 가운데 가족돌봄청년의 26.7%는 ‘생계나 가사를 돕거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함께 사는 집, 가돌봄청년의 공간은 좁다
가족돌봄청년은 전체 청년보다 함께 생활하는 가구원 수가 많았다. 평균 가구원은 가족돌봄청년 3.60명, 전체 청년 2.72명이었다. 가족돌봄청년 가구의 주택 면적은 평균 90.9㎡로 전체 청년 가구의 77.8㎡보다 넓었지만, 1인당 면적은 가족돌봄청년 26.2㎡, 주돌봄자 24.9㎡로 전체 청년 32.2㎡보다 좁았다.
독립된 침실공간이 없다는 응답도 전체 청년은 4.7%에 불과했지만 가족돌봄청년은 두배가 넘는 10.5%였다. 가족과 함께 살며 돌봄을 이어가는 집에서 청년이 혼자 쉴 공간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주거비 부담도 컸다. 필요한 임대보증금이 부족했다는 응답은 전체 청년 5.7%, 가족돌봄청년 16.0%, 주돌봄자 17.9%였다. 2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경험은 각각 1.7%, 5.0%, 10.2%였다. 주돌봄자의 73.3%는 부모 명의의 주택에 살고 있었다.
가족돌봄청년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은 주거정책이었다. 가족돌봄청년 49.0%, 주돌봄자 56.2%가 주거정책을 선택해 전체 청년 45.7%보다 높았다. 필요한 주거정책으로는 전세자금대출이 가장 많이 꼽혔고, 가족돌봄청년은 주거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모와의 동거가 가르는 주거지원
국토연구원은 주거급여 기준에 들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아 청년월세 지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가족돌봄청년에게 전국 단위의 직접적인 주거비 지원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월세 특별지원은 부모와 별도로 거주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부모 곁에서 돌봄을 이어가려는 청년은 월세 부담이 있어도 이 지원을 신청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부모 명의의 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주거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LH 청년 매입임대는 부모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는 공고가 있다. 지원별로 거주 요건과 무주택·소득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주거지원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2026년 3월 시행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을 지원 내용에 포함했다.
국토연구원은 우선공급 대상과 선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가족 규모와 돌봄에 필요한 공간을 주택 공급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모와 동거하는지, 독립했는지만을 기준으로 지원 가부를 가르기보다 청년이 돌봄을 이어가며 감당하는 주거 부담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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