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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화보다 반려견 노화가 더 무서운 2030

입력 2026-09-30 15:44수정 2026-09-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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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노견 ③] 슬개골 수술·디스크 겪는 ‘털동생’ 책임지는 젊은 세대

▲자두언니는 자두를 데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을 이용해 국내여행을 떠난다.(본인 제공)
▲자두언니는 자두를 데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을 이용해 국내여행을 떠난다.(본인 제공)

반려동물은 50만 3987곳에 이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일상 안에 있다. 반려동물은 고령자의 외로움을 덜고, 산책과 식사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이어가게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떠난 자리는 펫로스 증후군 등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상실과 우울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쉽지 않다. 나이든 보호자가 병들고 요양시설에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나면 반려동물의 거처와 돌봄을 다시 정해야 한다. 가족이 맡을 수 없다면 유기나 파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반려동물의 생애도 길어졌다.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회는 보호자가 돌봄을 이어갈 수 없는 순간까지 준비하고 있을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둬도 되는지 살펴본다.

털동생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빠르다

자두는 자두언니에게 ‘털동생’이다. 통영 부모님 댁에서 지내던 자두를 자두언니가 전셋집을 구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자두언니가 직장생활과 서울에 적응하는 동안, 순한 성격의 자두 역시 도시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

▲통영의 부모님 댁에서 지낼 때의 자두.(본인 제공)
▲통영의 부모님 댁에서 지낼 때의 자두.(본인 제공)

부모님과 지낼 때는 산책을 거의 하지 않고 실내에서 지냈지만, 자두언니와 살면서 하루 한 번 산책하는 생활이 생겼다. 자두언니는 자두의 표정과 행동을 살피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간다. 자두가 자신을 ‘반려인’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도 신기하게 느낀다.

자두언니가 출근하면 자두가 혼자 있는 시간이다. 공동주택에서 집을 비울 때면 자두가 잘 지내는지 걱정됐다. 그래서 퇴근하면 되도록 빨리 집에 가려고 하고, 이사할 때도 자두와 산책하기 좋은 환경인지부터 살핀다. 기회가 되면 국내 여행도 함께 떠난다.

자두가 나이 들면서 걱정은 더 구체적인 일이 됐다. 슬개골 수술을 받은 다리를 절뚝이고 계단을 잘 오르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최근에는 미용을 한 뒤 디스크 의심 증상이 나타나 걱정이다. 건강검진을 위해 강남의 동물병원 예약도 잡았다.

자두언니는 반려견의 질환을 공부하고, 좋은 병원을 찾아 원정 진료를 다닌다. 특발성 발작으로 자두가 갑자기 몸을 움직일 때면 깊이 잠들어 있다가도 깨어난다. 자두의 작은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내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랄까. 회사에 잘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치킨 한 번 사 먹을 돈을 참고 자두 병원비에 보태야겠다 싶어요. 소소한 월급을 나눠 가지는 존재지만, 귀여우니까 나눌 수 있죠.”

이처럼 자두와의 시간이 각별할수록 자두언니의 책임감도 커졌다. 자두언니에게 자두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생이면서, 자신의 월급과 생활 계획을 나눠야 하는 가족이다. 사람보다 빠르게 나이 드는 반려견을 돌보며, 자두언니는 부모의 노후 돌봄보다 먼저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반려견의 노화는 의료 데이터로도 확인

자두의 변화는 한 가정만의 특수한 경험으로 보기 어렵다. 반려견은 나이가 들수록 질환의 종류가 달라지고,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관리도 복잡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2026년 발표한 자료는 2020~2023년 전국 82개 동물병원에서 수집한 의료데이터 50만여 건 가운데 반려견 22만여 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반려견의 생애주기를 1년 이하, 2~5년, 6~10년, 11~15년 이상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슬개골 탈구는 강아지와 젊은 성체, 성숙 성체에서 모두 다빈도 질환 2위에 올랐다. 노령기에도 9위로 나타났다. 노령기에는 이첨판폐쇄부전과 전신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등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의 비중이 커졌다.

노령견의 기준은 조사마다 다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반려동물 장수 시대의 동물병원에서 2021년 기준 9세 이상 반려견이 전체의 약 42%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반면 농식품부와 농진청의 생애주기 분석은 11~15년 이상을 노령기로 구분했다. 기준은 다르지만, 반려견의 수명이 길어지고 노령기에 필요한 의료와 돌봄이 늘고 있다는 방향은 같다.

돌봄은 퇴근 시간과 통장까지 바꾼다

반려견의 노화는 보호자의 시간과 경제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의 80.1%는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한 경험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 54분이었다. 1인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87.0%로 더 높았다.

일하는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의 병원 진료와 산책은 일과 이후에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정이다. 병원이 멀면 이동시간이 늘고, 수술이나 장기 치료가 필요하면 휴가와 근무시간까지 조정해야 한다. 자두언니가 좋은 병원을 찾아 원정 진료를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용 부담도 작지 않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치료비를 제외한 반려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9만 4000원이었다. 최근 2년간 치료비를 지출한 가구만 보면 반려동물 한 마리당 평균 치료비는 146만 3000원, 반려견 한 마리 가구는 143만 3000원이었다.

반려동물 전용 자금을 따로 마련한 가구는 26.6%에 그쳤다. 자금을 마련한 가구가 꼽은 가장 큰 목적은 병원비였다. 반려동물보험 가입률도 12.8% 수준이었다.

자두언니가 “치킨 한 번 사 먹을 돈을 참고 병원비에 보태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런 현실이 있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치료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함께 커진다.

노인과 노견은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가구 50만 3987가구는 이미 노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산다. 자두언니의 사례는 그 숫자의 반대편에 있다. 지금 젊은 보호자가 반려견과 함께 늙어가는 과정이다.

자두언니는 아직 부모를 돌보는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자두의 수술과 질환, 병원비와 생활 관리를 책임지면서 이미 ‘누군가의 노화’를 돌보고 있다. 이 경험은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문제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재의 2030이 시간이 지나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면, 보호자의 노화와 반려견의 노화가 다시 겹칠 수 있다. 지금은 젊고 건강한 보호자가 병원에 데려가고 비용을 부담하지만, 훗날에는 보호자 자신도 이동과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6일,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는 2050년의 명절을 상상하며 혈연 중심의 가족보다 실제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가 가족의 중심에 놓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려동물도 그 관계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계적 예측은 아니지만,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대화다.

노인이 노견을 돌보는 시대를 준비하는 일은 고령자의 반려동물 양육을 막거나 권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반려동물의 질환과 노화를 관리할 수 있는 의료체계, 보호자의 소득과 체력에 따라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 보호자가 더 이상 돌볼 수 없을 때를 대비한 대체 보호자와 임시 돌봄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도시의 삶에 적응한 자두의 모습.(본인 제공)
▲도시의 삶에 적응한 자두의 모습.(본인 제공)

자두언니의 사례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깊은 책임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책임을 개인의 월급과 체력, 가족의 선의에만 맡겨도 되는지 질문한다.

노인과 노견이 함께 늙는 사회를 준비하려면, 노인이 된 뒤가 아니라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순간부터 돌봄의 다음 장면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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