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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가게] 대구편③ 56년 전통 ‘미성당’

기사입력 2019-09-26 15:03

지하철로 떠나는 오래된 맛집

56년 전통 ‘미성당


▲미성당 가게 외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미성당 가게 외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납작만두’는 동인동찜갈비, 무침회, 복어불고기 등과 함께 이른바 ‘대구10味’로 불린다. 대개 맛있는 만두라고 하면 얇은 피에 두툼하게 꽉 찬 소를 생각하지만, 납작만두는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그 이름처럼 납작하게 생긴 것은 물론이고, 속은 적고 피가 대부분이다. 무슨 맛으로 먹나 싶겠지만, 평양냉면의 매력처럼 삼삼하니 보들보들한 식감이 자꾸 입맛을 당긴다.

▲매일 손수 만드는 미성당 납작만두는 한 번 데친 뒤 물에 불려 센불에 굽는다. 구워진 겉면은 고소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러워 식감이 좋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매일 손수 만드는 미성당 납작만두는 한 번 데친 뒤 물에 불려 센불에 굽는다. 구워진 겉면은 고소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러워 식감이 좋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납작만두를 파는 가게는 전국 곳곳에 있지만, ‘미성당’이 그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6·25전쟁 이후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미성당의 창업주였던 故 임창규 씨가 당면, 부추, 밀가루 등 최소한의 재료로 납작만두를 고안한 것이다. 보통 만두라면 빚은 뒤 쪄내 바로 먹지만, 납작만두는 한 번 초벌로 삶은 뒤 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 센 불로 구워낸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만두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불려먹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덕분에 푸짐해 보이는 것은 물론 납작만두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아버지의 대를 이은 2대 주인장 임수종(56) 씨는 여전히 50여 년 전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2대 주인장 임수종 씨(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2대 주인장 임수종 씨(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만드는 방법, 재료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별것 안 들어가고 대충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일정한 맛과 모양을 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평일에는 하루 1만5000~2만 개, 주말에는 하루 3만 개 정도 그날 쓸 만두를 빚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20년 이상 된 베테랑이라 문제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직원들과 정직한 맛을 유지한 게 장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요.”

▲대구 남산초등학교 인근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미성당의 옛 모습
▲대구 남산초등학교 인근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미성당의 옛 모습

직원들이 오래 일했다는 건 주인장의 인심도 한몫했으리라. 임 씨는 “상부상조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마운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역사만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을 미성당 식구들. 그러나 올해 그들은 50여 년간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가게를 떠나야만 했다. 원래 미성당이 있던 남산 4-5지구가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시작해 이전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더 오래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로 여기고 있단다. 그 새로운 시작엔 임 씨의 아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미성당 대표 메뉴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미성당 대표 메뉴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아들도 대를 있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가게가 너무 쾌적해서(웃음) 옛날 분위기가 덜 나긴 하는데,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 차차 다시 역사가 쌓이겠죠. 아들의 손맛도 무르익어 갈 테고요. 아버지께서는 제게 늘 ‘불맛’이 중요하다 강조하셨어요. 그게 우리 집의 노하우와도 같은데, 아들도 그 불맛을 잘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대구3호선 남산역 2번 출구 도보 4분

주소 대구시 중구 명덕로 93

영업시간 10:30~21:00 (명절 휴무)

대표메뉴 납작만두, 쫄면, 우동 등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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