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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에 대한 예의

기사입력 2016-10-24 11:44

명함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회사명, 직책 등을 기입하여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처음 만나면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합니다. 명함은 직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직장이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들은 대부분 명함 없이 살아왔습니다. 남자들도 직장을 퇴직하면 명함이 없어지기 때문에 누구와 만나면서 명함을 주고받아야 할 자리에 가면 곤혹스러워 합니다. 누구는 딸 결혼식에 명함을 내밀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직장이 없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사교를 하기 위해 성명과 전화번호만 넣어서 명함을 만들어 갖고 다닙니다. ‘나 명함 없는데 종이에다 내 전화 번호 적어 봐요.’ 또는 ‘ 전화번호를 불러 줄께 스마트 폰에 입력 시켜요.’하기도 민망하기 때문이다. 성명과 전화번호만으로 명함 만들기가 너무 허전하면 자기를 알리는 단어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행복전도사, 가정 설계사, 우리가족 건강지킴이,’ 라는 깜직한 직함을 쓰기도 합니다. 또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적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일류 작가를 꿈꾸는, 인성 지도를 하고 싶은, 당신의 사랑을 갈망하는,’을 적기도 합니다.

    

아무튼 명함을 만들 때의 심정은 글자 한자 한자에 함축된 뜻을 담아 고심해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명함인데 남에게 줄 때는 자기의 분신을 건네는 것처럼 소중하게 건넵니다. 다만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한 정치인들이 한 표를 의식하고 수천 장의 명함을 만들어 뿌리는데 별 효용가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길거리에 널 부러져 있는 출마자의 명함 모습에 상을 찡그립니다. 

▲버려진 명함(조왕래 동년기자)
▲버려진 명함(조왕래 동년기자)
    

명함을 건네다 보면 예의 없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대화에 열중한 나머지 받은 명함을 당사자 앞에서 손으로 주무르기도 하고 심지어 탁자에 탁탁 치기도 합니다. 상대는 심한 모멸감에 몸을 부르르 떱니다.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분이 일본 요정에 갔는데 마담이 명함을 건넸습니다. 손님이 명함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주머니에 넣어버렸습니다. 마담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술값도 받지 않으며 우리 집에 오실 손님이 아니라며 나가달라고 하며 쫒아 냈습니다. 배포가 큰 술집 마담입니다.

    

오늘 산책로 옆에 버러진 명함 두 장을 발견했습니다. 왜? 남의 얼굴 같은 명함을 받은 후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고 저렇게 길에다 버리는지 나쁜 사람입니다. 역지사지로 내 명함이 길바닥에 뒹군다면 어떠하겠습니까? 관광차 태국에 갔는데 현지 사진사들이 사진을 찍어 접시에 판박이를 해서 사라고 합니다. 사기 싫으면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사지 않으면 내 사진이 박힌 접시가 길거리에 버려지고 누구의 발길에 밟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 샀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심리를 상술에 이용하는 면도 있을 것입니다.   

    

필자도 년 말이면 올해 받았던 명함들을 정리하고 버릴 것은 깨끗이 버립니다. 요즘은 스마트 폰에 바로바로 입력을 시키고 정리하기 때문에 년말 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남의 고귀한 명함을 길바닥에 뒹굴게 하면 안 됩니다. 그래도 나를 인정하고 나에게 자기를 소개한 징표로 준 명함인데 함부로 버린다는 것은 차마 못할 짓입니다.

    

앞으로는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이 스마트 폰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사라진 것처럼 종이 명함을 주고받는 대신 스마트 폰을 접속만 해도 명함이 교환되는 앱이 출현 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남의 명함을 소중히 다루어 주는 문화 시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내 명함이 남의 발에 밟힌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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