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변용도의 사진 이야기]
사진(寫眞)... 한자(漢字) 표기대로 풀이하면 어떤 실체를 복사하듯 ‘찍어낸’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게 된 배경이다. 예술의 한 분야로 본다면 그림이나 소설처럼 사진에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예순한 살에 늦깎이로 사진을 배우면서 “사진은 카메라로 쓴 이야기”라고 나름 정의했다. 그래서 ‘포토 스토리텔러(photo-storyteller)’라는 말을 스스로 만들어 나의 브랜드로 사용한다. ‘카메라로 이야기를 쓰는 사람’쯤이 되겠다.
그렇게, 단순히 어떤 피사체를 찍는 작업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을 사진이라고 여기고 그 사진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심청의 이야기를 낙엽 형상에 담았다
찬바람이 이는 늦겨울 어느 날 아침, 마을 뒷산의 둘레길을 걸었다. 길옆 산 벚나무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낙엽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낙엽의 형상이 특이했다.
숱한 겨울날 비바람에 부분, 부분이 찢겨 나가고 헤져 일부가 앙상하게 남은 모양새다. 마치 뒷머리를 쪽 짓고 고운 치마를 두른 여인과 흡사했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심청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그 모습이야~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제물로 팔려 인당수로 끌려간 심청이 돛단배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심청 앞에 있는 또 다른 형상. 무엇일까? 상상의 나래를 폈다.
효심에 감동한 인당수 용왕이 보낸 사자가 틀림없어. 심청의 이마에 입맞춤하며 위로한다. “심청아, 걱정 말거라. 좋은 일이 있을 거다.”
망원 렌즈로 낙엽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 물체를 흐리게 촬영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피사체를 사진에 담아 ‘심청 이야기’ 한 편을 만들었다.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