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年기자] 그 여자 그 남자의 물건, 추억을 소환하다
‘저렇게 큰 가위를 어떻게 쓰지?’
소싯적 엄마의 바느질함에 있던 커다란 가위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자잘한 바늘 사이에 놓인 큼지막한 무쇠 가위는 크기도 버거웠고 왠지 위협적이었다. 양말, 단추, 치맛단 수선에서 방석, 커튼, 이불까지 가위는 집안의 모든 수작업을 항상 같이하던 규중칠우 중 하나다.
우직하고, 무뚝뚝한 무쇠가위는 바느질은 물론 머리카락 커트와 손톱깎기용으로도 쓰인 요긴하고 소중한 물건이었다. 무디어진 가위도 칼 가는 아저씨가 덤으로 몇 번 문질러주면 신기하게도 날이 되살아났다. 녹슨 무쇠 외관에도 이 하나 나가지 않고 온전한 교두부인(가위)은 구순 노모의 낡은 반짇고리 안에서 아직도 건재하다.
올해로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여 년이다. 오랜 시간 닦고 씻겨서 얇아진 스테인리스 합과의 인연은 이렇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생전에 쓰던 당신 물건들 대부분은 재활용 수거함이나 대형 쓰레기봉투로 들어갔다. 그래도 한 개쯤은 당신을 기억할 뭔가를 가져오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합이다. 그 시절 안방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던 밥 보온주발이라 해도 될까? 합은 종종 일 나가신 어른의 뜨거운 밥을 힘껏 품었다.
합 안에 밥을 넣고 전기밥솥에 넣으니 크기도 맞고 딱이어서 애용 중이다. 아직도 시모와의 인연은 하루 세 번 이어지고 있다.
손때 묻은 두 어머니의 물건을 보며 봉인되었던 기억이 줄줄이 딸려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