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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꾼 날

기사입력 2018-03-05 11:23

사람이 살면서 마음을 크게 상하는 일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발생한다. 결국 돈과도 결부되는 일인데 그래 봤자 1~2만원 때문이다. 그 정도 액수의 돈이라면 한 끼 같이 밥 먹고 내는 돈이다. 서로 돈을 내겠다며 카운터에서 실랑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안에 따라 다르다.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같이 당구를 쳤는데 박빙의 승부 끝에 마지막 3쿠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갑자기 상대 친구가 3 쿠션이 아니라 2 쿠션이라며 반박했다.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평범한 구도라서 여러 가지 물리적 움직임을 설명하며 3 쿠션임을 설명했지만, 들으려 하지 않았다. 승부욕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번 양보하고 나면 계속 당구 칠 때마다 비슷한 시비를 걸어 올 것이므로 양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서로 감정을 내세워 강하게 자기주장만 하다가 집에 돌아 왔다. 너무 분해서 씩씩대며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소화도 안 되고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부어 있었다. 당구에서는 다시는 상종 못할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한번은 친구와 늦은 밤 천호 역에서 택시를 동승하게 되었다. 필자는 중간에서 내리면 되고 그 친구가 위례 종점에서 내리는 코스를 택시 기사에게 주문했다. 택시 기사는 그렇게 가는 것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위례에 먼저 가서 친구를 내려주고 필자가 나중에 내리는 방법이 더 빠르다며 고집하는 것이었다. 친구는 그럴 수도 있겠다며 그렇게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가니까 우리 집을 코앞에 두고 고속도로로 달리다 보니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 당연히 요금도 몇 천원 더 나왔다. 먼 길 돌아오다 보니 몸도 더 피곤했다. 택시 기사에게 불만을 토로하자 자기 기준으로는 이 코스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를 달렸으니 운전하기 쉬웠고, 위례에서 나올 때 빈차로 나와야 하는데 필자가 다시 나와야 하니 일거양득이었다는 것이다. 택시 요금도 필자는 내려주고 위례에 사는 친구가 종점에 도착해서 내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반대로 필자가 최종 하차를 하게 되니 필자가 내야 했다. 결국 교활한 택시 기사에게 속은 것이다. 그날 밤 다시 악몽을 꾸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부어 있었다. 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하루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

한 달 생활비와 수입을 대비해보면 부지런히 돈을 써야 한다. 돈은 쓰는데 효용가치가 있고 돈 쓰는 재미도 있다. 돈이 없다면 몰라도 쓸 수 있는 한 달 생활비도 제대로 못 쓴다면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1~2만원 때문에 마음을 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당구의 경우는 같이 치면 안 되는 상대와 당구를 친 것이 잘 못이다. 택시의 경우는 택시 기사의 제안을 물리치고 필자 주장대로 했어야 했다. 기분 좋게 밤잠을 잘 것을 판단 착오로 미음도 상하고 악몽을 꾸었다.

아직 돈 쓰는 데 있어서 득도가 덜 된 모양이다. 그깟 당구비나 택시비는 그날 필자가 술값으로 낸 돈에 비하면 푼돈이다. 더 큰 액수도 기분 좋게 썼는데 최종적으로 몇 푼 안되는 당구비와 택시비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악몽을 꾸는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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